이타적 행동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다

 

출처. 네이버쇼핑

  온라인 게임(‘테일즈런너’)에 기부문화를 접목한,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됐다. 2015년 10월 ‘마음씨 고운 김런너’라는 이름으로 다문화가정 아동을 돕기 위한 기부 캠페인은 시작 3시간 만에 목표치를 넘겼다. 기부 방법이 재밌는데, 게임 이용자들이 플레이 중 획득한 게임 재화를 게임 속 ‘기부자 기념 석상’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평소처럼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좬트렌드 코리아 2016좭에서는 ‘이제 착한 소비는 더 이상 희생적으로 남을 돕거나 무조건적인 선의를 베푸는 개념이 아니다. 돕고자 하는 동기유발에 연민보다는 즐거움이 크게 작용하고, 새로운 만족감으로 기부자를 들뜨게 해줘야 한다. 일방적인 물질적 기부가 아닌 공감과 공유, 교환을 통한 행복한 나눔이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소셜 기부업체들은 돈 한 푼 내지 않고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구매 가격의 일부를 대신 기부해주는 쇼핑 포털(‘굿샵’)이 있다. 이 포털은 파트너사로부터 받는 광고비의 50%를 기부에 사용한다. 쇼핑을 하는 동시에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도 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개념소비를 실천하는 데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기부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착한’이라는 수식어의 본래 뜻과 달리 착한 소비 자체가 상업주의와 결합하면서 착하게 소비하기 위해 비싸게 값을 치러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좬트렌드 코리아 2016좭에서는 이런 경우를 ‘연극적 개념소비’라고 명명하고, 착한 소비가 과시 대상이 되며 무대 위의 연극처럼 연출되는 ‘연극적 개념소비’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전망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전미영 연구교수는 “사람들이 윤리소비를 하는 의식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다양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이기적일 수 있어 보이지만 개인적인 과시 성향이라든지, 내가 좀 더 멋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든지,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이 있다든지 그런 것들이 조금 결합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는 과시가 된 착한 소비와 강요된 이타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시작된 친환경 천 가방인 에코백이 예다. 에코백은 패션 감각도 살리고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의식 있는 ‘개념인’으로 비칠 수 있는, 값싸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사랑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에코백이 브랜드와 결합하며 홍보용 수단을 넘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명품으로 판매되는 등 에코백의 본질적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자원봉사활동이 그 취지와 무관하게 점수를 받기 위한 활동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점수를 받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싫거나 내키지 않더라도 기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그에 따른 기부 피로도 쌓이고 있다. 이 책은 기부는 자발성에서 비롯돼야 하며, 주는 자와 받는 자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기부의 의미는 금세 변질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소비사회의 현대인들은 왜 자기 돈을 지불해 구매하면서 기부도 함께 하려는 걸까?’ 이 책은 가장 근원적인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연극적 개념소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고, 코즈마케팅이 효과를 거두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영리 획득을 위한 또 하나의 마케팅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미영 교수는 “이타적 행동에 이기적 동기가 내재돼 있다는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열 가지의 착한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나는 의식 있는 사람이야, 배운 사람이야’라는 과시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아실현, 자아 성취, 자긍심, 체면 등 타인을 통해 인정받기 위한 자아 중심적 경향은 모두 어느 정도 이타주의에 가려진 이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업들 사이에서 나눔 캠페인이 유행을 타는 것은 나눔의 본질, 즉 행복을 위한 선택을 생각한 개념소비라기보다는 영리적 목적을 위한 과시적 소비 활동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주는 행복’이라는 기부의 본질적인 의미를 유지하면서 바람직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변화하고 있는 개념소비의 양상과 발전 방향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허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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