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스캔들 세계사』, 이주은, 파피에

  역사 속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항상 역사를 교과서로만 접한 우리 세대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천 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광해’, 월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모두 우리나라 역사 사실을 토대로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웹툰 ‘조선왕조실톡’은 조선시대의 사건들을 톡으로 재미있게 풀어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역사는 절대 따분하고 지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교과서에 나온 사건들을 외우고, 시험을 쳤기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흥미로운 사건들이 많지만 세계사에는 더 많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중세 유럽사는 명성답게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스캔들 세계사』 그런 중세 유럽의 역사를 남녀 사이의 스캔들을 위주로 풀어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책장을 넘길수록 더욱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역사교과서에는 수없이 왕조가 교체되고, 종교가 뒤바뀌고, 전쟁이 나는 굵직한 사건들로 가득 차있다. 작가는 이런 사건들에 가려져 있던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달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세 유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의 실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남녀간의 스캔들의 이야기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다. ‘피의 백작부인’의 진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물론 중세 유럽의 남녀의 삶, 초야권의 진실 같은 실제 중세유럽 평민의 삶까지도 나타내고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정체,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 같이 정확한 진실없이 소문만 무성한 이야기들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중세 유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 초야권은 행해지지 않았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렇게까지 될 만한 주위 상황이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거대한 역사 흐름의 피해자였다. 이와 같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중세 유럽 인물들의 흥미로운 진실이 더욱 이 책의 흥미를 더해준다.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정글북』의 작가인 J.R.키플링이 한 말이다. 이 책은 이 말이 맞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으로 쓰여있다. 그래서 더욱 재밌게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작가가 블로그에 중세 유럽에 관한 재밌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블로그에 올리고 반응이 좋자 책으로 내보자는 제안을 받아 책을 낸 것이다. 유럽사라고 해서 책이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하나도 어렵지 않고 쭉쭉 넘어가고 술술 읽힌다. 특히 우리가 한 번씩은 들어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라고 하면 대부분 전쟁, 통일, 협약 같은 것을 떠올리는데 역사에는 그런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수많은 사건들은 사람의 손에서 시작해서 사람의 손에서 끝났다. 그럼에도 ‘사람’은 항상 그런 사건들에 가려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소재이자 주제이다. 종교, 전쟁만이 역사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이야기 또한 역사이고 그런 역사야 말로 진정한 역사가 아닐까.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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