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수익 창출·기부까지, 커지는 굿즈 문화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 진열된 굿즈(좌) /  출처. taeminloves-k.tumblr.com
패딩 안쪽에 연예인의 사진이 부착돼 마치 백허그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일명 ‘포옹 패딩’(우) / 출처. 네파 홈페이지
 
알라딘의 북 파우치와 북스탠드 / 출처. 알라딘 홈페이지

   

가격 논란을 일으켰던 이어폰 굿즈 / 출처. blog.naver.com/sincelover01/220521883451

  좋아하는 연예인과 매일 통하는 느낌을 받고 싶다면? “굿즈를 사라.”
  굿즈(goods)는 특정 가수나 배우, 영화 등 주로 대중문화 콘텐츠를 재가공해 만들어진 상품을 말한다. 아이돌 가수의 팬들 사이에서나 자주 보였던 굿즈가 이제는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
  단순한 팬성 물건이 아닌 질 좋고 소장가치 충분한 상품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굿즈에 대해 알아보자.

  태초의 아이돌이 있었다
  보통 굿즈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이돌 굿즈’다. 아이돌 가수의 응원도구나 티셔츠, 인형 등 아이돌 가수의 사진이나 싸인, 로고 등이 새겨진 물품들이다. 굿즈를 통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을 생각할 수 있고 굿즈의 높은 판매율은 해당 아이돌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나타나기도 한다.   굿즈의 역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 조용필의 사진 엽서, 90년대 서태지의 열쇠고리, 2000년대엔 H.O.T의 우비에서 최근에는 엑소의 이어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굿즈에는 해당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공식 굿즈’와 팬들이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비공식 굿즈’가 있다. 소녀시대, 엑소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은 자신의 회사 가수들을 위한 굿즈 전용 판매샵인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열었다. 이곳에는 소속 연예인들의 포토 카드, 그룹의 사진이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굿즈부터 20cm 높이의 연예인 피규어, 팬미팅 현장을 생중계로 볼 수 있는 USB 굿즈까지 있다. SM아티움에는 국내 팬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몰려 2015년 한해 굿즈 관련 매출만 580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는 신인 그룹인 아이콘 멤버들의 사진이 새겨진 패딩을 내놓았다. 이 패딩은 안쪽에 멤버들이 팔을 벌려 안는 포즈의 사진을 넣어 옷을 입을 때마다 해당 멤버가 마치 백허그를 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어 ‘포옹 패딩’이라고 불린다. 팬들을 겨냥해 3000벌만 생산된 한정판 굿즈다.
  기획사들이 여러 종류의 굿즈를 만든다면 팬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굿즈를 제작한다. 이름표나 책갈피, 스티커, 작은 사이즈의 등신대 등을 직접 제작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이나 원하는 이미지를 넣는다. 손재주가 좋은 일부 팬들은 굿즈 디자인의 도안을 만들고 구입을 원하는 팬들을 모아 판매를 한다. 시간이나 돈이 더 들더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굿즈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굿즈샵이 아닌 곳에서 팬들을 겨냥한 굿즈와 유사한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은 지난 12월 브랜드 전속 모델인 엑소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핸드크림과 립밤, 제품 상자를 출시했다.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도 전속 모델인 수지를 모티브로 제작한 수지향수를 2013년도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제는 브랜드에서도 해당 연예인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스타성을 이용해 팬들을 겨냥한 굿즈 형식의 제품을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굿즈인 듯하면서도 굿즈가 아닌 이러한 제품들은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는 데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커지는 굿즈 시장
  굿즈는 점점 진화해 기존에 팬덤 문화의 일부를 넘어서 브랜드의 별도 제품으로 제작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기존에 일정 금액을 넘게 책을 구입하면 구입 금액에 따라 책갈피, 텀블러 등 별도의 사은품을 제공해왔다. 초기에는 사은품의 개념으로 제품을 만들었지만 사은품치고 좋은 질과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이 ‘사은품만 별도로 구입할 수 없냐’는 요구를 해왔다. 이에 알라딘은 사이트에 알라딘 굿즈 전용 페이지를 만들었고 북스탠드, 북 파우치, 책 베개 등 책과 관련된 유용한 제품들을 선보여 판매 하고 있다.
  출판사 시공주니어도 ‘빨간머리 앤’의 출간에 앞서 앤의 그림이 새겨진 틴 케이스를 도서 굿즈로 활용했고 실제 수익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질 좋고 세련된 디자인의 굿즈는 기업의 이익 창출은 물론 홍보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 굿즈는 단순 판매를 넘어서 판매 수익을 기부하기 위해 제작되기도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측은 80년대의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소외 가정의 연탄으로 기부할 예정이고,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작년엔 삼둥이 달력으로, 이번에는 추사랑 달력을 내놓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굿즈는 기업에 수익 창출을, 사회에는 수익 기부의 역할을 하면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굿즈 문화는 very good?
  굿즈가 판매되는 한편 가격과 품질에 대한 논란도 존재한다. 한 아이돌 가수의 이어폰 굿즈가 123만원에, 글자가 새겨진 야광봉은 2~3만원에 판매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굿즈샵 관계자는 “본래 정가가 비싼 브랜드”라며 “아이돌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지나치게 비싼 가격의 굿즈가 과소비를 부추기고 청소년을 둔 부모들에게는 신흥 등골브레이커(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제품)로 떠오르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굿즈 문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스스로 소비하고 만들어내고 또 재가공하는 문화로 대중문화 콘텐츠가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굿즈가 과도하게 상업화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굿즈 문화의 전망은 밝아보인다. 정 평론가는 “굿즈 문화는 상품의 새로운 유통과 소비형태로 향후 미래 산업의 흐름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물건을 구상하고 직접 제작, 판매하는 굿즈의 모습이 소비자와 생산자가 분리됐던 오랜 경제흐름에서 달라질 향후의 생산과 유통방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굿즈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굿즈는 지금 사람들과 기업 그리고 사회에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팬과 연예인들에게는 소통의 수단으로, 기업이나 브랜드에는 홍보와 수익을, 사회에는 기부를 위해 사용되는 굿즈의 영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름(goods)대로 좋은(good) 역할을 해낼 굿즈 문화의 확장을 기대해본다.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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