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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조작, 수익 독차지…‘음피아’들의 횡포음원 사재기와 불공정한 수익 배분으로 K-POP 경쟁력 악화 우려
성진우 기자 | 승인 2015.11.30 11:18|(1107호)

 

   
M사 스트리밍 점유율 그래프

  “음원 시장에서 음원 사재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브로커가 측근을 통해 나에게도 연락을 해온 적 있다. 돈만 주면 순위를 올려줄 수 있단다. 요구하는 금액은 몇 억 원대였다. 이런 일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상태다. 음악이 점차 소장이 아닌 소모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2015년 10월 1일 방영 jtbc ‘뉴스룸’ 가수 이승환 인터뷰 일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 음원 시장에 암암리에 존재하던 음원 사재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 음원 시장은 음원 사재기뿐만이 아니라 불공정한 음원 수익 배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음반을 집어 삼킨 음원 
  음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건 MP3 Player가 등장한 이후다. 과거 LP판에서 CD로 이어지던 음반시장에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휴대용 기기로 노래를 듣는 방식은 매우 획기적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음원 유통 사이트를 통한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더욱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이는 음반 판매율 급감으로 이어졌다. 2000년 약 4000억 원에 달하던 음반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000억 원 미만으로 급감했다. 2000년 음반 판매 1위인 조성모 3집이 약 200만 장이 팔린 반면, 작년 음반 판매 1위인 엑소-K 미니앨범 2집은 약 35만 장이 팔리는 데 그쳤다. 또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정규 앨범보다 2~3곡정도 수록된 미니앨범, 음원 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싱글이 주로 발매되는 추세다. 대한가수협회 김원찬 사무총장은 “과거엔 음반이 주된 수익원이었으나 요즘은 음원 판매가 대세”라며 “현재 음원 시장은 매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연 1조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의견 없는 음원 차트,
  가난해 음악 포기하는 음악인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음원 시장이 지닌 구조상 문제가 K-POP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대표 음원사이트인 ‘M사 주간 차트’에서는 사재기의 구체적인 정황인 유사 아이디 수천 개가 발견됐다.
  음원 사재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브로커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음원을 다운로드 받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획사가 브로커를 통해 수 천, 수 만개의 아이디를 확보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음원 다운로드, 스트리밍 횟수를 늘린다. 한 번에 다운 받다 보니 실제 구매 패턴, 구매량과 상관없이 해당 음원이 차트 상위에 올라가게 된다. 이는 주로 중소 연예 기획사에서 주도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대형 기획사는 두 번째 방법인 팬덤을 통한 자발적 사재기를 이용한다. 팬들이 특정 날짜, 시간에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팬덤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차트 상단에 올린다. 이는 법적 문제는 없지만 대형 기획사만이 차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대형 팬덤을 형성시키고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대형 기획사의 이런 자발적 사재기 조장은 결국 중소 연예 기획사의 불법 사재기를 더 부추긴다. 대형 기획사가 음원 차트를 나눠 석권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중소 연예 기획사는 불법 사재기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불편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소비자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음원 차트를 음원 구매의 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강용훈(사회·1) 학우는 “대부분 좋아하는 음원을 일일이 다운받지 않는다.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면 보통 이번 주 100위까지의 음원을 한 번에 다운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좋지 않은 곡이 오랫동안 상위권에 머물거나,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음원 순위 100위에 진입하지 못해 의아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가수협회 김원찬 사무총장은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은 가수의 행사, 방송, 광고 수입과 직결된다. 때문에 연예 기획사는 음원 사재기에 손을 대 대중에게 가수를 더 많이 노출시키려고 한다”며 “음원 사재기를 기술적으로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사무총장은 “연예 기획사와 가수들의 자체적인 정화 노력도 필요하다. 음원 차트 투명성 문제는 장기적으로 한국 가요계를 하향평준화 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신속히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원 수익의 배분율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한국 음원 수익 배분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산업부가 정한 비율이다. 음원 수익은 작사 및 작곡가가 10%, 가수가 6%, 제작사가 44%, 음원 유통 사이트가 40%로 배분된다. 음반 판매율이 급감해 음원 위주의 디지털 싱글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그마저도 낮은 배분 수익으로 음악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2012년 발매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끈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국내 음원이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싸이의 몫은 3,600만 원에 불과했다. 싸이가 국내 정상급 가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무명 가수들은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이 적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인디밴드 ‘중식이밴드’는 작년 12월 7천 건이 넘는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들의 수익은 1만원이 채 안 되는 8,818원이었다. 김원찬 사무총장은 “가수는 기획사가 있다면 배분받는 음원 수익을 또 나눠야 한다. 게다가 요즘처럼 음반이 아닌 음원 위주의 가요계에서 인디 밴드나 무명 가수들이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음원 사이트들의 패키지 상품도 가수들의 수익률을 낮추는 데 일조한다. 예를 들어, ‘월 6,000원에 무제한 스트리밍’같은 방식으로 정액제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음원 유통사는 박리다매로 많은 수익을 올릴지 몰라도 가수들은 음원을 헐값에 팔아넘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원찬 사무총장은 “음원이 곡 당 6원에서 3원, 1.5원으로 할인되는 데 가수들은 항의할 수단이 없다. 몇몇 음원 유통사가 거의 시장 전체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유통사의 상품 판매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김 사무총장은 “음원 시장 초기에는 유통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초기 비용이 발생했다. 그래서 음원 유통사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유통사들도 많은 수익을 내고 음반 제작에도 참여한다. 폭넓은 재협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현재 연예 기획사 대표이자 작곡가로 활동 중인 A 대학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가요계에 몸담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가요계의 인력풀 자체가 작아져 좋은 아티스트와 곡이 나올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며 “아티스트가 없다면 한국 가요계는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과는 다른 외국의 음원 유통
  외국은 몇몇 음원 유통사의 차트가 곧 인기 차트로 인식되는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 ‘빌보드’같이 공신력 있는 차트가 대중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빌보드 차트는 음원 유통사의 차트가 아닌, 대중 음악잡지 <빌보드>지가 1950년대 중반부터 발표한 대중음악 인기 차트다. 각종 장르를 세분화해 매주 35가지의 차트를 발표한다. 차트는 방송 횟수, 음반 판매량 등을 기준으로 순위가 정해지며 2003년 7월부터 인터넷 음원도 포함시키고 있다. A 교수는 “빌보드 차트는 현재 음원 다운로드, 스트리밍 수로 정해지는 국내 음원 차트와는 전혀 다르다. <빌보드>지는 베보, 아이튠즈, 유튜브, MOG 등 음원 유통사,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자료를 대중잡지 특성상 보유하는 최신 가요계 트랜드와 정보를 같이 활용해 면밀히 분석한다. 때문에 빌보드 팝차트는 미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음원 수익 구조도 더 질 좋은 음원이 제작될 환경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음원 유통사인 ‘아이튠즈’는 ‘한 곡당 0.99달러’원칙을 유지하며 가수에게 16%의 수익 배분을 보장한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는 별도로 배너 광고 수익만 얻는 대신 가수에게 45%의 수익을 배분한다. 이에 A 교수는 “아이튠즈, 베보 등 세계적인 음원 유통사는 음원 유통 구조의 선순환이 더 큰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안다. 우리나라 음원 유통사도 장기적 관점에서 유통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온 차트 활성화하고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필요해

  우리나라에도 빌보드와 같은 K-POP 차트인 ‘가온 차트’가 존재한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서 2010년부터 운영 중인 가온 차트는 국내 6개 주요 음원 유통사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온라인매출 데이터, 주요 음반사 판매율 자료 등을 토대로 각 부문별 순위를 인터넷 사이트와 오프라인 소식지로 발매한다. 때문에 국내 음원 유통 사이트의 음원 차트보다 훨씬 공신력 있고, 차트 조작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온 차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미미하다. 강용훈 학우는 “우리나라에도 빌보드나 오리콘 차트같은 K-POP 차트가 있는 줄 몰랐다. 홍보가 부족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A 교수는 “음악 차트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음원, 음반, 방송 횟수 등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된 객관적인 차트가 돼야 한다. 가온 차트가 활성화되면 더 다양한 음악이 차트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인들은 음원 사재기, 불리한 음원 수익 배분 등을 해결할 정부의 실질적인 근절 대책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원찬 사무총장은 “가수, 음원 유통사, 연예 기획사는 음원 순위, 수익 배분에 있어 토론과 협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중재해주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는 가요계 주체들이 모두 납득할 만한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음원 유통 구조의 문제점이 공론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기자 politpeter@cnu.ac.kr

성진우 기자  politpeter@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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