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만드는 잡지 ‘보슈’, “독자들의 내면 변화가 목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달려본 경험이 있는가? 우리 주변엔 말도 안 되는 일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전에도 어떠한 경제적 기반 없이 오로지 열정만으로 탄생한 잡지 ‘보슈’가 있다.
  사람면에서는 대전의 청년들을 위한 청년잡지 ‘보슈’의 김소현(사학·2) 대표와 서한나(언론정보·4) 편집장을 만나보았다.

  Q. 보슈는 무엇인가?
  김, 서 : 보슈의 의미는 ‘보라’는 충청도 사투리다. 타슈와 비슷한 맥락의 친근함을 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슈는 2013년 처음 발행된 잡지로 현재 4호까지 발행했다. 현재 18살부터 35살까지 다양한 연령·직군의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대전지역 청년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고자 한다.

  Q. 보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원래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때문에 ‘어떻게 나의 글을 공유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했는데, 우연히 보슈라는, 나에게 딱 맞는 잡지를 발견했다. 청년들에게 생각거리를 준다는 모토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에 지원했다.
  김 : 학창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사진이 잡지에 실린다는 상상을 자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슈가 포토 팀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Q. 매 호마다 설렘·지잡대·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던데, 주제 선정기준은 무엇인가?
  김, 서 : 주제는 항상 주 독자층인 청년들의 흥미를 끌고 생각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키워드로 선정한다. 이번 4호의 경우 ‘나’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올 여름 구성원들이 다함께 한 워크샵에서 결정됐다. 고려했던 다른 키워드로는 몸, 색(色), 졸업, 서른, 계절-가을 등이 있었다.
  우리는 항상 구체적인 키워드보다 좀 더 넓은 추상적인 키워드를 선호한다. 평소 기사로 쓰고 싶던 아이템이나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묶어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Q. 독자들의 소리를 전해주는 ‘뱉어유’ 코너가 참신하던데 기억에 남는 사연이 따로 있나?
  김 : 4호 ‘뱉어유’에서 다룬, 해외여행을 다녀온 남자가 보낸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연 속 남자가 27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여자 친구의 아르바이트 장소라는 내용의 글이다. 글을 읽으며 그 둘이 너무 예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후일 알고 보니 사연 속 커플이 내 친한 친구들이었다. 친구의 일을 잡지에 게재해 알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 나 역시 ‘나보다 그, 그녀가 우선이었던 순간’이라는 주제를 다뤘던 이번호의 사연들 중 하나가 인상 깊었다. 헤어진 옛 연인에 관한 내용인데, 너무나 구구절절한 이야기에 읽는 내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사연의 주인공이 우리 보슈 포토팀 언니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전 남자 친구가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익명으로 제보를 했다고 한다. 잡지를 통해 두 분이 다시 연락되고 관계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

  Q. 청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뉴스피드 코너에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경우도 있던데, 독자입장에서 민감하게 반응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는가? 
  김, 서
: 우선 내부 구성원끼리는 가치관의 공유가 잘 되는 편이라 기사 방향 자체에 대한 이견은 아직 없었다. 사실 민감한 문제이긴하나 1년에 3번 발행하는 보슈의 특성상 일련 사건에 대해 시의성을 보장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 사건에 대한 의견이 담긴 기사를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기사 속에 담기는 취재기자의 주관 역시 하나의 생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기사의 방향에 반발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감과 반발을 떠나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줬다는 부분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Q. 잡지를 발행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 같은데,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 하는가?
  김, 서 : 보슈 1·2·3호는 대전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의 지원금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원받은 예산을 모두 사용해 4호부터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발행해야 했다. 마케팅팀에서 광고를 따오면 그 돈으로 잡지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4호가 완성됐다.

  Q. 잡지 발행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수입은 어떻게 사용되나?
  김, 서 : 1·2·3·4호는 무가지였기 때문에 광고를 제외한 수입은 아예 없었다. 광고를 통한 수익은 모두 보슈 발행에 사용되니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수입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매호 제작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국가단위의 후원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하게 될까봐 선뜻 받기 어렵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도움을 준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청년들을 위해 잘 사용할 자신이 있다.

  Q. 잡지가 완성되는 과정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김, 서 : 4호가 보슈의 과도기였다. 사실 4호를 제작할 때는 기존의 구성원들이 전부 나가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만 남았다. 처음 일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 힘들었다. 서로 살아온 배경도, 생각도 다른 14명이 일관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원받은 예산은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완성된 뒤에도 발행할 돈이 없어 막막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열정 하나만 가지고 시작한 것 이었는데,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이번 과도기 속 제작 경험은 앞으로 5호 제작의 발판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Q. 평소에 잡지를 많이 읽는 편인가?
  : 주로 남성잡지 ‘아레나’와 ‘GQ’를 즐겨 본다. 기성 잡지들의 좋은 글들이 보슈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김 : 고등학교 땐 패션잡지를 주로 봤고, 대학생이 되고나선 라이프스타일이 뚜렷해지다 보니 ‘어라운드’ 같은 사진이나 분위기가 편안한 잡지를 즐겨본다. 잡지를 보며 보슈의 사진을 배우기도 한다.

  Q. 학업과의 병행에 어려움은 없나?
  서 : 이 질문을 주변에서 굉장히 자주한다. 사실 보슈를 하기 전부터 학업에 별 신경 안 쓰는 주의였다. 점수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사는 편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학업보다 보슈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김 : 나 역시 학점에 목메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우선이라는 주의이기도 하다. 솔직히 학업보다 보슈를 통해 얻는 지적 재산이 훨씬 많다. 그래서 학업과 병행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업체의 전화가 오면 수업 중에도 몰래 나와 받기도 하는데, 점점 도망치는 기술이 늘고 있다.
  또한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스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펙이란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고 스펙을 위해 보슈를 하는 건 아니지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즐기는 일은 내 인생의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분명 언젠가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나올 때보다 보슈 멤버들과 모여 콘텐츠 이야기를 하는 게 훨씬 보람차다.
 

보슈에대해 설명하고있는 김소현(좌)대표와 서한나(우)편집장

  Q. 활동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보람이 없어진다. 하하하. 보슈가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배포 행사를 진행했었다. 행사 중 재밌을 것 같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봤을 때와, 현장에서 기존 독자를 만나 피드백을 받았을 때 굉장히 보람찼다.
  김 : 제작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막상 인쇄돼서 잡지가 택배로 도착한 순간 박스를 뜯으며 희열을 느꼈다. 인쇄본을 껴안고, 사진을 찍고, 카톡방에 올릴 때 가장 행복하다.

  Q. 보슈 잡지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 서 : 보슈를 만드는 우리도, 구독하는 독자들도 모두 단단한 내면을 가진 개인주의자가 됐으면 한다. 우리 잡지를 읽은 사람들이 어떠한 내면의 변화가 생겨 건전한 개인주의자가 되는 데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Q. 대전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 서 : 보슈의 지면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모든 청년의 창구이다. 5호부터는 독자들로부터 원고지 5면 분량의 기고를 직접 받아 보슈에 게재할 계획이다. 독자들이 자신을 위해 보슈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우리는 독자들에게 열려 있지만 앞으로 더 개방할 생각이다. 보슈를 공공재처럼 마구 사용해주셨으면 한다. 우리 되게 쉬운 사람들이다.

  단호하게 “학업보다 보슈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두 학우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런 무모해 보이는 열정이 결실을 맺어 보슈라는 매체가 탄생했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김소현 대표와 서한나 편집장에게 우리는 더 이상 무모하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전은 살기 좋은 재미없는 도시란 말이 있다. 이런 재미없는 도시 대전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활기다. 뜻 있고 즐길 줄 아는 청년들이 내뿜는 활기로 도시가 가득 찬다면 대전은 자연스레 재미있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글/충대신문
사진 /류지수 기자 jsrrrr0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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