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판단하는 지능형 사물의 등장

   미래에는 지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사물인터넷의 등장도 그중 하나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어 어떻게든 적어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만다. 때문에 수업 시간에 필기를 잘해야 복습을 하거나 시험을 볼 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런데 어떤 수업은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것도 고역일뿐더러 글씨가 엉망이어서 나중에 다시 정리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Livescribe의 Smartpen은 손으로 쓴 글씨를 인식하고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온다 
  2014년 11월 가구회사인 현대리바트와 SK텔레콤이 합작해 가구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가구를 출시했다. 주방가구·화장대 거울 등 가구 평면에 터치스크린과 유무선 인터넷 기능을 넣은 ‘스마트한’ 가구다. 이듬해 LG유플러스는 집 안 사물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제어할 수 있는 IoT@Home(스마트 홈서비스)을 선보였다. 스위치, 플러그, 에너지 미터, 열림 감지센서, 가스락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어느덧 사물인터넷이 우리 주변에 한층 가까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가 여럿 등장해 이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와 같은 비 IT기업들도 사물인터넷을 주시하고 있다. ICT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를 함께 연구하고 기획·제작을 목표로 하는 단체인 오컴(occam) 편석준 대표는 “IT기업만이 아니라 비 IT기업들도 사물인터넷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99년대로,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Auto-ID Labs의 디렉터였던 Kevin Ashton에 의해서였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내재돼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알고 판단한다면 고장·교체·유통기한 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이 같은 사물인터넷은 인터넷 이상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 뒤 2005년에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사물인터넷의 개념을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 환경”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물인터넷을 M2M(Machine to Machine)이라고 불렀다.
  IT 분야의 조사 연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14, 2015년 가장 촉망받는 기술로 사물인터넷을 선정했다.  사물인터넷이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 사물인터넷이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자.
  한국과학기술원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김대영 교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인터넷이 자동차나 냉장고, 세탁기, 도어록, 혈압계 같은 우리가 사물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연결하여 진화된 모습을 사물인터넷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자동차처럼 CPU, 메모리, 센서, 액추에이터 같은 하드웨어와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가진 스마트한 사물과 바코드, RFID가 부착된 수동형의 조용한 사물이 있고, 전자 문서나 사람, 더 나아가 개념을 형상화한 가상 사물까지도 큰 의미에서 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물과 사물의 연결, 그리고 사물이 만들어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에 비견할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으로 꽃 피우다
  과거 한때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유비쿼터스 시대에 살고 있다. 기존에 알려졌던 기술들과 사물인터넷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대영 교수는 “사실 사물인터넷을 포함하여, 퍼베이시브/유비쿼터스 컴퓨팅, M2M 등은 서로가 중점을 두는 분야와 또 그 개념 자체는 차이가 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바라보는 목표는 사물들을 활용해 사회, 산업, 그리고 개인의 생활이 효율화되고 편리해진다는 면에서 꼭 다르다고 볼 이유는 없다”며 “기존의 여러 가지 기술로 불려 왔던 것들이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으로 통합되고 꽃을 피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 네 가지 기술을 삼총사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All for One and One for All’이라는 삼총사의 유명한 모토는 이들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이중 누가 달타냥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눈치 빠른 독자도 있을 터. 유비쿼터스, M2M, 사물인터넷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술 개발이 되어왔다. 최근 2-3년 사이,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뛰어들 만큼 사물인터넷이 갑자기 성장한 배경에는 이들 삼총사의 급속한 성장이 있었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기술의 발전에 의해 사물들이 인터넷에 쉽게 연결될 수 있으며, 또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서비스는 클라우드에서 수행하게 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딥 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각 산업의 프로세스를 보다 잘 이해하고 최적화되고 스마트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사물인터넷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사물인터넷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GPS로 현재 운행 중인 버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무선이동통신을 통해 각 정류장에 설치된 디지털 안내판에 운행 정보를 알려주는 버스정보시스템이 있다. 김대영 교수는 “사물이 인터넷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연결된 예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 도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한다든지, 빌딩에 설치된 화재 감시 센서, 스프링클러도 사물인터넷의 예”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다녔다면 사물끼리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금에는 주변의 사물이 알아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가공하며,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프랑스 헬스케어 회사 위딩스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전자 체중계와 혈압계, 심박수·수면 분석 센서를 만들고 있다. 헬스 데이터를 측정하면 스마트폰에도 저장되고, 프랑스 본사의 클라우드 서버에도 저장되는데 개인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준다. 일례로 일주일 동안 많이 걸으면 칭찬도 해주고, 또 너무 적게 걸으면 얼굴을 찌푸리는 이모티콘을 보여주며 분발하라고 한다.

사물인터넷 유망 분야

  산업 전체 지도를 바꾸다
  사물인터넷은 우리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며 유용함을 넘어서는 편의를 제공한다. 이제 사물인터넷은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4년 산업인터넷 컨소시엄이 전통 산업의 강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의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창립됐다. 사물인터넷을 전통 산업과 융합하려는 노력은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GE 항공기 엔진 사업 부문을 예로 들어보자. 항공기 엔진은 1시간에 2TB 용량의 센서 데이터를 쏟아내는데 미국 상공을 날아다니는 항공기의 1년 치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24억 개의 하드 디스크가 필요하다. 엔진의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엔진의 상태를 정확히 예측하면 2,000시간 운행마다 정기적으로 해야 했던, 불필요한 정비를 없애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기상, 위치 정보를 함께 분석해서 최적의 항로를 찾아내 항공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세계는 사물인터넷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IT기업들은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편석준 대표는 “사물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은 무한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곳이 분명하지만, 당장 실체적인 비즈니즈화는 어렵다”며 “플랫폼 장악 경쟁이 심해 글로벌 IT기업 간에 개방적인 공동 추진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지배하면, 향후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든 자사의 시스템을 관문처럼 지나야 하고, 수익은 그곳에서 크게 발생한다. 그런데 플랫폼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표준화를 선점하는 곳이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OIC, LG는 AllSeen Alliance라는 표준을 이용해 상용 스마트 가전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김대영 교수는 “다양한 사물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공유가 쉬우면 쉬울수록 이들의 분석을 통해 스마트 홈에서 지능적인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기업이 만든 사물의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법으로 모으고, 저장하고, 또 공유하는 국제표준이나 기업의 솔루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퍼스널 컴퓨터(PC)에서부터 인터넷, 지금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이룩한 기술 발전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그러나 눈부신 발전에는 보안 문제라는 골칫거리도 덤으로 따라왔다. 사물인터넷에도 보안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도 유출될 수 있어 심각성은 배가된다.
  김 교수는 “사물인터넷은 정보 보호 측면을 포함해 분명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며 “사물, 클라우드, 인공지능이 합쳐져 발전하게 되면,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류를 말살시키는 ‘스카이넷’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생활이 편리해지고 큰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중요하나 항상 스카이넷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상과학 영화는 이제 ‘공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렇다고 과제를 대신해주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덕분에 우리는 때로는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김대영 교수는 “사물인터넷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기술이자 우리가 누리게 될 환경”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이것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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