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1인 문화

 

   “혼자 먹는다고 해서 딱히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것 같아요.” EBS ‘다큐 프라임-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서 혼밥(혼자 밥먹기)을 하는 학우의 말이다. 혼밥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밥터디(밥먹는 모임)를 만들어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이전에는 밥을 먹고 어딘가를 가는 일상적인 일에 ‘혼자서’라는 말이 붙게 되면 특별한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1인 식당이나 문화시설도 덩달아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낮설지 않은 1인 문화의 모습을 알아보자.

 

1. 칸막이 설치된 신촌의1인 식당 출처. fresh_man.blog.me/30182642881
2. 1인 전용 노래방 출처.blog.naver.com/oofeefee?Redirect=Log&logNo=220294026497

  혼자라도 괜찮아
  서울 신촌에는 오로지 혼자만을 위한 1인 식당이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흡사 독서실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칸막이가 자리마다 설치된 1인 식당이다. 이 곳의 주 메뉴는 일본식 라멘과 짬뽕. 식당에 있는 자판기에서 식권을 발급받고, 남아있는 자리 중에서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된다. 자리에 앉고 난 뒤 탁자에 설치된 벨을 누르면 직원이 오고 식권을 건네준다. 이후 음식이 나오면 칸막이 탁자에 앉아 식사를 하면 된다. 식당 이용객들은 ‘밥만 먹고 빨리 나올 수 있다’, ‘남의 눈치 안보고 다른 일을 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대부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또 다른 1인 식당은 1인을 위한 메뉴를 마련했다. 혼자 먹어도부끄럼없이 당당하다는 ‘당당한 세트’와 혼자 와서 너무 많이 먹어 죄책감이 들게 만드는 ‘죄책감세트’다. 혼자서도 왠만하면 먹을 수 있는 미니피자나 샐러드 등으로 구성돼 부담없는 양으로 준비된 메뉴다.
  우리나라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은 이미 1인 식당 문화가 활발히 진행돼 있고, 제법 간소한 메뉴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1인 식당들과 다르게 주로 단체로 이용하는 고기집도 1인 식당으로 많이 존재한다.
  식당뿐만 아니라 문화시설도 1인화 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는 1인 전용 노래방이 있다. 한 사람이 서있을 만큼의 작은 공간에 노래방 모니터와 의자, 헤드셋, 스탠딩 마이크가 구비돼 있다. 헤드셋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 마이크에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가격도 일반 노래방과 비슷해 부담없이 갈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집단’이나 ‘무리’를 중요시했던 사회에서 ‘혼자’라는 것은 사회와의 단절이나 동떨어짐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 1인 문화는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너에게 혼자하는 기회가 생겼다면?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우들은 1인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우 50명을 대상으로 1인 문화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가 1인 문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1인 문화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학우들은 실생활에서 어디까지 혼자 해볼 수 있을까? 학우들의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항목별로 나열해 알아봤다. 혼자서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일(복수 응답)은 ‘카페 이용하기’(80%)였다. 뒤를 이어 ‘밥먹기’(76%), ‘여행가기’(72%), ‘전시회 관람하기’(62%), ‘영화보기’(60%), ‘노래방 가기’(32%)순으로 높았다. 혼자서 가장 할 수 없는 일은 ‘놀이공원 가기’(8%)로 가장 낮았다.
  ‘혼자서 할 때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복수 응답)’라는 질문에는 ‘혼자만의 시간’(76%)이 가장 많았고, ‘타인의 간섭 및 관심 부재’(46%), ‘시간절약’(40%)이 뒤를 이었다. 학우들은 다른 사람들의 방해나 관심이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혼자 할 때의 좋은 점이라 느낀 것이다.
  그렇다면 선뜻 혼자서 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가? ‘혼자서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복수 응답)’의 질문에 학우들은 1순위로 ‘심리적인 고독감’(40%)을 꼽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38%), ‘개인적 부끄러움’(26%) 순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무언가를 할 때 외로움이 느껴지거나 혼자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여 혼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1인 문화에 긍정적이지만 학우들은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문대학의 한 학우는 “1인 문화에 대해 좀 더 자유로운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경상대학의 한 학우는 “1인 문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선뜻 혼자만의 문화를 즐기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1인 문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1인 문화가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학우도 있었다.   1인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함께하는 문화도 잊지말 것도 당부했다.
  이렇듯 우리 학교 학우들도 1인 문화가 최근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대부분은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받아들였다.

출처. EBS ‘다큐 프라임-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1인 문화는 집단주의의 반작용
  201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인 가구의 비율은 23.9%였다. 10년 전인 2000년도에 15.5%였던 것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2020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는 전체 가구수의 약 3분의 1이 혼자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런 추세를 따라 한 대형마트에서는 1인 가구들을 위해 1인용 채소를 내놓았다. 또한 1인용 밥솥과 후라이팬에 이어 1인용 생선구이기, 미니 오븐도 등장했다. 1인용 생활용품은 이전까지 다수 있었지만 1인용 음식까지 등장한 것은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1인 문화의 등장은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자발적인 부분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1인 문화를 선택한 것이며 비자발적인 부분은 혼자서 취업준비를 하거나 취직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는 등 어쩔 수 없이 1인 문화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1인 문화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집단적인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1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인 문화가 보편화되는 추세이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존재한다. 김 평론가는 “관계라는 측면을 배제해 외로움과 소외를 느끼게 된다”며 “이러한 것들을 자본주의의 상품과 서비스로 해결하려해 경제적인 부분에서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럿이 할 경우 드는 비용은 나눌 수 있지만 혼자 할 경우에는 모든 비용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결과적으로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했기에 반작용으로 1인 문화가 많이 부각됐지만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적 관계를 서로 고려된 절충점으로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1인 문화는 집단 속에서 억압됐던 개인의 취향과 자유가 표출되면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사실 이미 우리 속에 있던 문화였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는지 모른다. 누구나 타인의 간섭이나 시선에 상관없이 혼자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혼자하는 것에 익숙해져 함께 했을 때의 즐거움조차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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