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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물도 없다충남서북부, 42년 만에 온 최악의 가뭄
곽효원 기자 | 승인 2015.11.02 15:40|(1105호)

 

 

   
바닥을 드러낸 송현저수지 / 태안군청 제공
 

  “물 먹고 싶어도 못 먹어요.” 보령댐 상류에 위치한 풍계리는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하루 4시간만 물이 나온다. 42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 때문이다. 충남 지역 8개 시군의 생활용수를 담당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19.9%(10월 27일 기준)로 역대 최저, ‘심각’ 단계다. 이대로라면 2월 말~3월 중순 보령댐의 물은 완전히 마르고 만다. 이에 충남 8개 시군은 10월 8일부터 자율급수조정을 시행하며 20% 절약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12.7%밖에 절약하지 못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강제급수조정을 결정했다.

  마실 물도, 화장실 물도, 세탁할 물도 없다
  충남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이고우 이장(남·63)은 “불편이 말도 못한다”며 입을 열었다. 지난 여름부터 하루에 단 4시간만 물이 공급되는 풍계리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고우 이장은 “물이 안 나오는데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하나, 통에다 받아뒀다가 물이 나올 때만 사용한다”며 “특히 여름이 힘들었다. 농사일하고 들어와서도 샤워를 하지 못했다. 세탁도 제 때 하지 못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가뭄 때문에 주민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서산시와 태안군에 걸쳐 있는 천수만 B지구 상황도 심각하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수확을 앞둔 벼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8월 중순부터 잎마름 증상이 나타나더니 벼 전체가 말라 죽은 논들도 속출하고 있다. 천수만간척지 B지구는 예년보다 수확량이 20~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안군 송현저수지는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으로 송현저수지에 서식하던 말조개들은 집단 폐사했다. 송현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것은 1982년 저수지 준공 이래 처음으로 가뭄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올 가을보다 내년 봄이 더욱 걱정되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지금부터 내년 6월까지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발표했다. 방재학회 회장 공주대 정상만 교수는 “내년 4월이면 농사철이 찾아온다. 그런데 농사지을 물이 없기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농작물 피해, 생활용수 부족이 나타날 것이며 이는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대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 역시 “비가 안 오면 공급할 물이 없어 아예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적은 비로 인한 가뭄, 해답은?
  우리나라는 대체로 6월 하순부터 큰비가 내려 9월 하순에 그치게 된다. 이 기간에 빗물을 모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사용한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8~9월 강수량이 낮았고 이는 충남 지역에 최악의 가뭄으로 이어졌다. 대전대 허재영 교수는 “충남은 7년마다 한 번 가뭄이 왔다. 그럼에도 이번 가뭄이 유난히 심각한 이유는 작년에도 비가 적게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평균 1200~1300㎜정도 비가 왔지만 작년의 경우 200~300㎜ 정도 비가 적게 왔다. 허 교수는 “다른 해에 비해 땅이 마른 상태에서 올해도 비가 안와 가뭄의 영향이 현저히 나타났다. 또 비가 조금씩 내려 댐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땅으로 스며들어간 양이 많았다”고 말했다. 충남 8개 시군을 담당하는 보령댐의 경우 강우량은 올해 746㎜로 지난해에 비해 57%밖에 되지 않았으며, 유입량 역시 0.4㎥로 지난 해 대비 32%로 역대 최저였다.
  가뭄 극복을 위해 충청남도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비상용수 공급을 위해 금강과 보령댐을 연결하는 도수로 긴급 설치 사업을 지난 29일 시작했다. 보령댐이 저수위에 도달하는 3월이 되기 전 2월까지 보령댐 도수로 설치를 완료해 하루 11.5만㎥씩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보령댐 도수로 설치는 수질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대전대 허재영 교수는 “원래 금강의 물은 식수로 사용하면 안 된다. 다만 지금은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쓰는 것이다.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수질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금강 물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류 쪽의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상류 지역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어 개발을 금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금강의 상류는 공주, 대전, 청주 등으로 개발금지구역으로 묶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주대 정상만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는 금강 물은 농업용수로 써야한다.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수질문제가 걱정되나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수도 누수율 역시 가뭄 극복을 위해 개선돼야 한다. 충청남도는 평균 상수도 누수율이 15.7%로 전국 평균 10.7%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충남 서부지역 8개 시군은 누수율이 평균 25%에 달하며, 높은 곳은 부여 43.9%, 예산 36.4%로 물이 새고 있다. 허재영 교수는 “누수율이 높기 때문에 누수율을 먼저 잡아야 한다. 댐을 만든다하더라도 누수가 심하면 허사가 될 수 있다”며 누수율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만 교수 역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을 절약해야 하기에 누수율을 장기적으로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충청남도는 상수도 유지관리사업비를 국고지원 사업에 선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25%에 달하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누수율을 10%로 낮추게 되면 보령댐은 6,907천톤/연을 절감할 수 있게 되며 이는 8개 시군에 32일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가뭄 극복을 위해서는 물을 저장할 공간도 늘어야 한다. 공주대 정상만 교수는 “가뭄을 극복하려면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보의 물도 활용해야 하며, 중소 규모의 댐도 건설해 물그릇을 확보해야 한다. 댐 건설이 문제가 된다면 해안지역 같은 경우는 해수의 담수화도 고려해야한다”며 “수량을 확보해 지역 내 물은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 저장 공간을 최대한 늘려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대 허재영 교수는 “8개 시군이 보령댐의 물만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보령댐이 마르니까 8개 시군이 모두 고통 받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가뭄이 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지방 상수도를 복원해 수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과 허재영 교수는 댐 건설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허재영 교수는 “댐 건설은 환경훼손이 심하고 돈이 많이 든다. 누수율을 잡고, 지역상수도를 복원하고 지하수를 관리해 지하수를 이용하면 가뭄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해결이 안 되면 중소 규모 댐을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면 굳이 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도 가물었다
  대전의 수원인 대청댐 또한 위기 상황이다. 대청댐의 저수율은 36.7%(10월22일 기준)로 경계 단계다. 대전대 허재영 교수는 대전을 “이미 가물었고 비상상황”이라고 진단 내렸다. 그러나 대전시는 아직 절수 등의 가뭄 대비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허 교수는 “관심단계에서부터 물 절약을 해야 제한된 수자원을 가지고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심각 단계에 와서야 절수를 시작한다”며 “대전은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절수 등을 시작해야 한다. 시차만 있지 충남 지역과 상황이 같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상만 교수 역시 “대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금은 대청댐 위에 위치한 용담댐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는 중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물 사용량이 늘어났다.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상수도 사용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3만t(1.2%) 늘었으며 지난해 대전의 물 사용량은 1인당 1일 평균 297ℓ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았다. 허재영 교수는 “비상 상황임에도 대전은 가뭄이 오지 않은 것처럼 살고 있다. 지금부터 물 사용량을 줄이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고우 풍계리 이장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모른다”며 “어려운 시기에 농민들과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고 생각하고 아까운 물을 절약해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 가뭄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뭄은 천천히 오는 재난이다. 예방과 대비만 철저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물 절약이 시급하다.

   
 집단 폐사한 말조개 /태안군청 제공

   
  지난 26일 개최된 가뭄 극복 대토론회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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