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고 있는 거짓

  

 

『왜 우리는 불평들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동녘

   우리는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다.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지구 한 편에서는 음식이 남아돌아 버리는데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물 한 모금, 음식 한 조각이 없어 굶어죽는다. 어렸을 적 우리는 그렇게 굶어죽는 사람들을 보며 굶을 일이 없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라면서 빈부격차를 몸으로 느끼며 이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빈익빈 부익부’,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있는 것마저 빼앗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가진 자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가진 사람보다 훨씬 많은데 폭동이나 반란없이 어떻게 현대사회는 이렇게 잘 흘러가고 있을까? 누군가는 이 불평등한 세상에 반기를 들만한데 이 세계는 여전히 가진 자를 중심으로 무사히 흘러가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쓴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에 그 답이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왜 불평등을 감수하는지 이유를 제시해 준다. 첫 부분에서는 정확히 우리가 어떤 불평등 속에 살고 있는지 통계로 제시해 준다.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20퍼센트가 생산된 재화의 90퍼센트를 소비하고 있는 반면, 가장 가난한 20퍼센트는 불과 1퍼센트만을 소비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최고 부자 20명의 재산 총합이 가장 가난한 10억 명 재산의 총합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과거에는 20대 80의 사회였지만 지금은 0.1대 99.9의 사회가 됐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 원인이 우리가 믿고 있는 거짓에 있다고 말한다. 첫째, 경제 성장은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 둘째, 소비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 셋째, 인간의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라는 것. 넷째, 경쟁은 사회 질서의 재생산과 사회 정의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 책에는 이 네 가지가 우리가 믿고 있는 거짓이고 우리가 불평등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네 가지 원인에 따른 설명과 분석도 같이 제시되어 있다. 또 마지막에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도 수록되어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자본주의와 개인화된 이 소비사회에서 우리가 계속 던질 수밖에 없는 주사위들은 대부분 불평등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소수의 가진 자들에 의해 돌아간다. 비정상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세계는 정상인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적게 가졌는데 가진 것마저 빼앗기고 있다. 100쪽이 조금 넘는 얇은 이 책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더 이상은 빼앗기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다.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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