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차 없는 노선 개혁, 기사 노동 강도만 높여…시민 안전 위협

 

  충대신문은 1087호 사회면 ‘긴 배차 시간, 증차만이 답’ 기사에서 대전 시내버스의 배차 시간을 줄이기 위해 버스 증차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7월 24일, 대전시는 전면적인 운행노선개편을 실시했다. 7.24 버스운행노선개편은 노선 재배치를 통해 증차 없이 배차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려는 대책이었다. 그러나 노선 재배치 후 버스 기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증차 대신 기사들의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고, 운행 시간은 줄이는 방식으로 개편이 이루어져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훨씬 열악해진 것이다.

 

 우리 학교 정문 앞 승객을 실은 한 시내 버스가 위험하게 진입하고 있다


  노선 합리화, 아랫돌 빼서 윗돌 괸 격
  대전시는 노선합리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2007년 노선개편 때는 권역별 번호를 도입했다.
  그러나 도안신도시, 노은신도시 등이 개발되며 긴 배차 시간, 운전자 근무 여건 편차 등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이번 7월 24일 운행노선개편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시행됐다.
  대전시는 노선별 운행 시간을 균형적으로 조정하고 혼잡 노선에 버스 20대를 추가 투입해 배차간격 약 2.2분 단축을 계획했다. 여기서 버스 20대 추가 투입이란 증차가 아닌 평균 승객이 적은 노선의 버스를 혼잡 노선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대전시는 이를 통해 20대의 증차 효과를 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일보 7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배차 간격을 1분 단축시키는 데 보통 60대의 차량 증차가 필요하다. 즉 2.2분을 단축시키기 위해선 약 120대의 버스를 증차해야 한다. 실제로 20대의 증차 효과를 봤어도 이는 실제 필요한 증차량의 약 6분의 1 수준에 불가하다. 운행 시간을 단축시키고 운행 횟수를 늘려 증차 효과를 거두려는 시의 방침은 사실상 배차 간격 단축의 책임을 기사에게 지운 셈이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대전충청버스지부 이상재 지부장은 “시는 증차를 통한 노선 합리화가 아니라 현재 버스 대수를 최대한 활용해 증차 효과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 격”이라며 “이번 개편은 승객이 적은 노선의 버스를 승객이 많은 노선으로 옮기기만 한 것이다. 그래서 배차 간격이 줄어든 노선도 있고 늘어난 노선도 있다. 결국 똑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또한 이상재 지부장은 “버스는 늘지 않았는데 배차 간격을 줄이려다 보니 기사들이 더 바쁠 수밖에 없다. 운행 횟수는 늘어났고, 한 번 노선을 왕복해야 되는 시간은 줄어 기사들이 쉴 시간이 없다. 현재 과로 때문에 운행을 못하겠다는 기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목원대를 출발해 비례동을 종점으로 하는 106번 노선은 운행 시간이 10분 단축됐다. 그러나 운행 시간이 모자라 기사들이 대기시간 없이 바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또한 신대차고지를 출발해 동물원에 도착하는 311번 노선은 운행 횟수가 기존 135회에서 현재 141회로 늘었다. 반면 편도 운행 시간은 1시간 39분에서 1시간 29분으로 단축됐다. 이 밖에도 616번, 602번, 703번 노선 등은 운행 횟수는 늘고 운행 시간은 줄었다.
  대전충청버스지부 이서광 사무국장은 “시는 통계 자료만 보며 노선을 조정하고 실제 배차 간격이 줄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사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분명 다르다. 이번 개편 때 시는 52대의 증차를 약속했으나 노선 재배치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대전시청 교통건설국 대중교통과 김주형 주무관은 “지난 7월 24일 노선별 운행 시간을 조정한 것은 시내버스 노선의 신설, 조정 등 이용 시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행노선개편’은 맞지 않다”며 “이번 시행한 운행 시간 균형조정은 그동안 운송업체, 노조 등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노선 길이는 유사하지만 운행 시간이 다르다는 등의 운영여건 개선요청을 이유로 시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52대의 증차 계획에 대해서 김주형 주무관은 “이번 균형조정은 노선운영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추진된 것으로 시내버스 증차와는 무관하다. 운전기사들의 운행 시간 및 횟수는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대전광역시지역버스노동조합 간 체결된 단체협약서에 규정된 사항에 근거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시민 안전 위협과 서비스 질 저하로 
  기사들이 과로한 상태에서 버스를 운행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시민이다. 이상재 지부장은 “기사들의 과로로 시민이 입는 피해는 첫 번째 운행의 안정성 문제, 두 번째는 서비스 질의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운행 횟수가 늘어 충분한 휴식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줄어든 운행 시간까지 맞추려면 기사는 과격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지부장은 “실제로 7월 개편 후 운행 중 사고와 기사들의 항의가 부쩍 늘었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언제 대형 참사로 이어질지 모르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119 노선 승객인 김형자(갈마동·41) 씨는 “가끔 기사들이 과격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급커브를 하면 위험할 때가 많다. 특히 자주 이용하는 119번 노선은 승객들도 많이 타는데 왜 이렇게 버스를 급하게 모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13번 노선을 이용해 통학하는 신용화(농업경제·1) 학우는 “일부 기사의 과격 운전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실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던 아찔한 상황 때문에 기사에게 항의를 하는 승객들도 목격했다”며 “대중교통은 시민의 발인만큼 시내버스가 더 안전하고 쾌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차 간격은 다소 줄었지만 결행 문제는 여전하다. 결행이란 버스가 예정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사무국장은 “증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증차 없이 증차의 효과만을 보려고 하니 실제 운행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용승객이 적은 노선의 왕복 운행 시간은 늘리고, 이용승객이 많은 노선은 줄여 어떤 노선은 버스 운행 시간이 계속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러면 막차 시간에 가까운 버스는 결행을 할 수 밖에 없다”며 “2014년 104번 버스는 결행이 400번 이상 나왔는데 개편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예정대로 버스가 운행을 못한다는 건 시민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승객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점도 큰 문제다. 이전부터 제기되던 버스 고유의 이동권과 대전 지하철 1호선의 이동권이 겹치는 문제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효율성이 아닌 지하철 1호선 중심의 버스 노선은 승객들이 환승 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만든다. 이에 대해 이서광 사무국장은 “지하철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시는 버스 노선을 1호선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많으면 3, 4번까지 환승을 찍어야 되는 상황이 생긴다. 이번 개편 때 이런 문제도 개선될 거라 생각했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시민들은 더 효율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청 김주형 주무관은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는 각 수단별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이 있다. 대시민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수단이라기 보다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지닌다”고 말했다.

  현장중심의 보완책이 나와야
  결국 증차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다. 그러나 증차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버스 노조는 당장 시내버스 증차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장을 고려한 보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선을 조정할 때 승강장과 신호등의 개수, 운행 거리, 방지턱과 같은 도로의 조건, 출퇴근 시간 구분 등의 현장 사정을 고려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이 사무국장은 “현재 운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기사들은 정신없이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는 수많은 변수가 있고 도로마다 사정도 다르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 시간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에서는 노란불일 때 정차하거나, 승강장을 뛰어넘지 말라고 하지만 기사들이 시간을 맞추려면 불법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기사들의 불법, 과격 운전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현장 중심의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
  시청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시청 대중교통과 김주형 주무관은 “운행구간 내 과속방지턱과 같은 설치시설물은 운영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담당부서와 개선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주무관은 “신규개발지역 내 노선신설 요청, 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선조정 요청, 출퇴근 시간대 혼잡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운행 시간표 변경 등의 운영개선 요청이 91개 모든 노선에서 발생한 점은 시도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이용수요 추이분석 결과는 물론 버스기사와 시민들의 항의도 받아들여 시내버스 이용에 불편함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성진우 기자 politpeter@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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