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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후의 길“그럼 어디 이뻐해줘봐” 오합지졸 재활용 밴드의 정신없는 성장 <오디션>
이예원 기자 | 승인 2015.10.19 15:40|(1104호)

 

  사립탐정인 박부옥에게 고교시절 친구였던 송명자가 의뢰를 해온다. 송명자의 아빠는 송송기획의 송송회장으로 죽기 전에 송명자에게 유언을 남긴다. 그 유언은 자신이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천재소년 4명을 모두 찾아 팀을 만들고 곧 있을 송송기획이 주최하는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시켜야만 유산을 상속해준다는 것이다.
  전라북도 초강역 근처에서 만난 절대음감의 소년(장달봉),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지자 해변가 전체에 들릴 만큼 큰 소리를 외치던, 엄청난 성량을 가진 소년(황보래용), 한강 동호대교에서 다리를 치면서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내던 백인 혼혈 소년(류미끼), 대전 중앙동에서 수많은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훔치던 손이 빠른 고아소년(국철). 송명자는 박부옥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이름도, 나이도 몰랐던 이들을 찾는다. 송명자는 분명 천재소년들이지만 음악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이들이 마치 ‘쓰레기’처럼 되버린 모습을 보고 되살리자는 의미로 밴드 이름을 ‘재활용밴드’라 짓고 박부옥과 그들이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시작한다.
  <오디션>은 국내 만화 잡지 <윙크>에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연재됐고 단행본으로 10권이 출판됐다. 2009년에는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작가 천계영의 섬세하고 호리호리한 그림체와 여자같은 류미끼의 얼굴때문인지 표지를 보고 순정만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제로 순정만화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오디션은 로맨스라곤 셋방 주인집 할머니의 손녀 몽희의 짝사랑과 박부옥의 결혼밖엔 없는 재활용 밴드의 ‘성장 만화’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재활용 밴드의 실제 모델은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등장인물들이다. 투덜이는 국철, 똘똘이는 황보래용, 허영이는 류미끼, 근육이는 장달봉이다. 작가는 만화에서 개구쟁이 스머프의 주요 4인물에서 성격과 외모 특징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오합지졸, 개성있는 주인공 4명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재활용 밴드의 대결 상대들이다.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 서는 그들의 사연은 재활용 밴드의 무대만큼 호소력있다. 만화 <드래곤볼> 팬인 아버지 때문에 손오공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드래곤볼’, 청학동에서 양반문화를 배우며 경쟁심 많던 황보래용에게 교훈을 줬던 ‘청학동 댕기즈’, 최면술을 쓰면서 가청 주파수 밖의 소리를 내 재활용 밴드를 방해하던 ‘로렐라이’, 외계인 그룹처럼 행동했지만 경시대회에서 황보래용에게 져 그 원한으로 결성된 그룹 ‘레’까지. 주인공들 못지않게 사연많고 실력좋은 대결상대들이다. 
  대결 중 황보래용에게 복수하기 위해 결성된 그룹 ‘레’의 비난에 래용은 중요한 결승 무대를 앞두고 우울증 상태가 된다. 보컬인 래용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무뚝뚝하던 국철은 벙어리 흑인 가수가 카페에서 간절함을 담아 노래를 부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에 감명받은 래용은 조울증을 갖고 있는 자신을 받아주던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목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간절하게 노래를 부른다. 
 

   
 

  비록 탈락하는 비극도 겪고, 어려움도 훌훌 이겨내는 아름다운 순간도 갖지만 어찌됐든 이들이 거머줘야 하는 것은 1등, 곧 우승이다. 이름도, 사는 곳도 몰랐던 이들이 오로지 천재적인 재능만을 믿고 밴드를 결성해 수많은 실력자들을 제치고 1등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재능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가장 확실한 것은 재능만으로는 절대 정상에 설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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