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변치 않은 관리 소홀과 시설부족

 

  “우리 학교에 있는 운동시설이라고 하면 보운캠퍼스를 제외하고 서부, 남부, 농대, 종합운동장과 테니스 코트, 체육관이 전부이다. 물론 운동장 안에는 농구, 배구, 축구시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이 우리 대학에서 적정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의 인용문은 1995년에 작성된 본지 기사(741호 <학내 운동시설 점검>)의 내용 중 일부분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내 운동시설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주목 할 만하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그 시절부터 존재해 온 ‘운동시설 관리 소홀’과 ‘운동시설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이 같은 것들이 오늘날 교내에서 똑같이 문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 밖에 놓여있는 교내 운동시설
  현재 소홀한 관리에 놓여있는 교내 체육시설들이 있다. 북부운동장은 많은 학우들이 운동을 할 목적으로 찾는 곳인데 그곳에 위치한 축구경기장 군데군데 잔디가 패여 있거나 잡초가 자란 것을 볼 수 있다. 소홀한 관리를 넘어서 관리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도 있는데 바로 농과대학 운동장이다. 이곳은 평소 야구, 농구, 축구, 족구를 하는 여러 학우들이 이용하는데 운동장을 거닐다보면 다수의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잔디로 덮여 있던 운동장은 곳곳이 패여 이제는 절반 가까이 흙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운동을 하다보면 종종 모래바람이 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다 보니 한 단대 동아리에서 직접 잡초 제거와 운동장 내 이물질(돌 등) 제거를 학기별로 한 차례 하기도 했다. 한편 인근에 공사현장이 있어 운동장 모퉁이 부근에 모래 언덕이 자리 잡고 있었고 농구골대 중 그물망이 없는 것도 존재했다.
  교내 남부 운동장에는 축구 경기장 옆 구석에 농구코트들이 모여 있다. 바로 이곳에서 다수의 농구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농구 골대의 망이 끊어질 때면 동아리의 자비로 교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농구 동아리 윈드스톰 회장 김형중(영어영문·2) 학우는 “농구 골대의 망이 끊어지면 농구 동아리에서 자비로 구입해 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앞선 교내 운동장 관리에 대한 질문에 대학본부 시설과 조성현 과장은 “교내 자연잔디의 경우 다른 곳으로부터 돈을 지원받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대학자체에서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교내 운동시설들을 조사해 부분적으로 보수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보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골대 앞 패여 있는 농대 운동장
 

  모두를 위한 새로운 체육시설이 필요해
  한편 운동시설 관리의 미흡함이 아니라 운동시설 자체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부 운동장, 농대 운동장 등 구성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농구 코트는 운동장 바로 옆이 시멘트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어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윈드스톤 김 회장은 “우리 학교에도 실내 체육관이 있지만 농구 동아리에는 일절 빌려주지 않아 보통 남부 운동장에 딸려 있는 농구장에서 연습을 한다”며 “시멘트 바닥일 경우 부상 위험이 크고 바로 옆에 운동장이 있기 때문에 모래바람으로 인해 농구코트에 모래가 많아 미끄러지기 쉽다”고 열악한 환경을 호소했다.
  이 같이 열악한 환경을 말하는 곳이 또 있다. 교내 태권도 동아리 ‘태우회’는 한누리회관 4층 홀 시멘트 바닥 위에서 매트 한 장을 깐 채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2일은 실내 체육관을 찾고 그 나머지엔 한누리회관 4층이 임시 체육관이 되곤 한다. 장소 선정에 대한 질문에 태우회 회장 엄도용(화학공학·2) 학우는 “체육시설(체육관)을 사용하는 동아리는 거의 없다”며 “체육관을 이용할 수 없을 때는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한누리회관 4층 홀에서 연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실내 복도를 체육 공간으로 삼는 동아리가 또 있다. 1학생회관 3층 홀에서는 교내 탁구 동아리인 ‘동그라미’의 부원들이 연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그라미 김주현(컴퓨터공학·2) 회장은 “원래 강당에서 연습을 했는데 연극동아리가 그 공간을 사용하게 돼 1학 3층 홀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요청을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금의 교내 운동시설로는 모든 구성원들의 체육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내에 있는 실내 체육관은 북부 운동장에 있는 것이 유일한데 이조차도 일반 학우들이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김동화 체육교육과 교수는 “우리 학교 운동시설로는 구성원 또는 학생들이 운동 할 수 있는 여건에 부족함이 있다. 현재 있는 체육관조차도 오후 4시까지는 전공·교양 수업으로 사용되고 그 이후에 2시간 정도 특기자들이 사용하고 나면 (구성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 학우들뿐 아니라 운동부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교수는 “운동부 같은 경우에도 실내 체육관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운동부들이 공간을 쪼개서 사용하기도 하고 시간을 정해 선수들이 저녁 늦게 운동하기도 한다”며 “체조부의 경우 공간이 부족해 외부훈련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운동시설은 구성원의 복지”라며 “수업과 운동부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체육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체육시설 마련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대학 운동시설은?
  이웃한 카이스트의 경우 우리 학교와 마찬가지로 운동시설 부족 문제를 겪어오다 2010년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를 준공했다. 이로써 카이스트는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 ▲실내 수영장 ▲서측 체육관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같은 거점 국립대학인 경북대 역시 ▲제1체육관 ▲제2체육관 ▲국민체육센터(수영장, 요가장 등) ▲족구장 ▲야구장 등 여러 체육시설들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복합스포츠 시설인 ‘경암 체육관’과 더불어 체육교육과 학생들의 실내 체육활동 공간으로 사용되는 ‘간이 체육관’을 따로 두고 있다. 실내 체육관이 하나뿐인 우리 학교와 다르게 앞의 타대학들은 복수의 체육관과 다양한 운동시설을 두고 있다.

  새로운 운동시설, 그 가능성은?
  지금처럼 교내 체육시설 부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운동시설 확충은 가능한 것일까? 시설과 조성현 과장은 “지난해 글로벌인재양성센터 건립으로 인해 사라진 운동시설은 대체부지가 확정된다면 내년 대학회계에 반영해서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체육관 신설과 관련한 질문에 조 과장은 “중앙도서관 증축, 경상대 리모델링, 글로벌인재양성센터 건립 등 교내 역점사업에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자됐기 때문에 근래에는 예산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올 연말에 전체적으로 수요를 조사해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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