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지중해마을>편


   "실례지만 이 근처에 지중해마을이 있나요?” “여기도 지중해마을을 찾네. 방금 어떤 사람이 와서 묻더니만.” 마을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름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아산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아산 가는 버스를 타고 천안을 경유해 가면 2시간 이내에 아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갑갑한 버스에서 내려 한껏 높아진 하늘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파스텔 빛을 머금은 하늘은 부드럽기만 하다. 낯선 땅을 걷는 기분이 왠지 묘했다. 도착하기도 전에 묘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여기서 970번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리면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의 원래 이름은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였는데,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지중해마을’이라고 불러 주면서 지금은 지중해마을로 더 유명하다.
  지중해마을은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다. 이름에 암시된 것처럼 지중해마을 하면 이국적인 건축물을 빼놓을 수 없다. 마을 입구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면 그 느낌은 더욱 잘 살아난다. 푸른 바다가 없다는 것이 아쉽고 허전할 뿐이다.
  지중해마을은 유럽의 건축양식을 재현하여 아산 속 지중해의 모습을 담아냈다. 지중해마을 이상만 이장은 “지중해마을은 설계만 3년 이상이 걸렸다. 어디서나 짓는 그런 집 말고 다른 집을 한번 지어보자고 생각했다. 건축설계에 관한 책에서 봤던 지중해풍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한번 가서 직접 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좋았다”고 말했다.
  각각의 건축물이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에서 오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지중해마을은 그리스 산토리니와 파르테논, 프랑스 프로방스가 절묘하게 조화되며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마을 입구에 있는 파르테논 건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하고 세련됐다. 가장 인기 있는 산토리니 건물은 새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돔)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다양한 색깔의 프로방스 건물은 동화 같으면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모티브로 했다.

 

▲프로방스 건물. 파스텔톤으로 목가적 느낌을 더했다.

  건물마다 1층에는 패션, 카페, 음식점 등 상가와 체험 공방이 들어섰다. 2층은 게스트하우스와 임대 공간, 3층은 주민들의 주거 공간이다.
  겉보기엔 더없이 아름답기만 한 마을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한때 마을은 탕정포도의 주산지로서 주민들은 포도 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민들이었다. 이 이장은 “땅을 내주고부터 7년 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운을 뗐다. 평범한 시골 마을에 산업 단지가 들어서며 삼성디스플레이시티가 조성됐다. 이 이장은 “(주민들이) 생활터전도 잃고 직업도 잃고 생활이 막막했다”며 “낯선 데서 외톨이로 살기보다 그래도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주민들하고 사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지중해마을은 원주민 66명이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재정착해 만든 마을이다. 이 이장은 “마을을 만들 수 있던 것은 주민들이 잘 따라와 줘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주민들은 마을을 통해 얻는 수익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지중해마을의 설립 목적은 ‘공동건축과 공동운영을 통해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중해마을 공동체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중해마을은 현재 문화·예술 관광지로 발전해나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지난 5월부터 열린 블루 마켓(벼룩시장)도 그 일환이다. 매주 주말이면 지역 수공예 작가들의 공예품과 지역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미선 섬유 아티스트는 “(평소) 천연염색을 체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한 체험거리(마블링 스카프)를 만들어주려고 참가했다”고 말했다. 블루 마켓에는 버스킹 공연도 열려 즐거움과 활력을 더해 준다.
  지중해풍 건축물을 섬세하게 옮겨 놓은 지중해마을은 누군가에겐 여운이 길게 따라붙고, 또 누군가에겐 강렬하지만 이내 잊힐 것이다. 아무래도 기자는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감출 수 없었던 한국적인 감성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글 /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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