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에 내가 바랄 게 뭐가 있을까”

 
 

  복잡미묘하고도 무거운 비밀이 담긴  <그 남자 그 여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부러움 받는 완벽한 모범생인 주인공 채은서. 하지만 실제 그녀의 모습은 가식적이고 허영심 많은 철부지일 뿐이다. 그런 은서는 새로운 고등학교에서 자신을 능가하는 우등생 지성준을 만나고 자신보다 더 주목받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도리어 성준은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은서에게 반해 고백한다. 라이벌 의식을 느끼던 성준의 고백에 갈등을 느끼던 은서.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집에 들른 성준에게 추한 본모습을 들키고 만다.  은서가 이중성을 가진 허영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된 성준은 은서의 약점을 잡아 이용한다. 그러다가 우습게도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친해진 후 둘은 각자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고 서로가 가면을 쓴 모범생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은서는 허영 덩어리라는 비교적 귀여운 비밀이었지만 성준에게는 은서에게도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있다. 서로의 관계가 깊어지고, 더 좋아지게 되면서 성준의 상처는 은서에 대한 비뚤어진 집착으로 향하게 된다.

  <그남자 그여자>는 1996년부터 2005 년 까지 일본잡지 <Lala>에서 연재됐고, 단행본 만화로 21권이 발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투니버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만화에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의 앞 부분만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남자 그여자는 학원 로맨스물 치곤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의 만화다. 혼전임신, 아동폭력, 이복남매 간의 결혼, 자해 등 당시엔 파격적인 소재들이 만화 후반부에서 등장한다. 후반부의 어두운 분위기때문에 그남자 그여자를 읽고 상당히 충격을 받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심리와 미묘한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 때문이다. 지성준과 사랑하게 되면서 은서가 느끼는 설렘, 그런 은서에 대한 성준의 집착과 삐뚤어진 애정, 은서의 따돌림을 주도시키는 같은 반 친구 백승미의 질투와 경쟁의식 그리고 화해,  외톨이였던 은서에게 다가와주는 친구들의 우정. 얽히고 설킨 관계와 감정의 고리들은 과장하면 인간의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은서에 대한 집착이 풀어지고,  갇혀있던 깊은 상처를 극복해나가면서 성준은 말한다. “들은 건 질투와 애정, 과오, 연약함, 방황. 인간의 아름답지 못한 면들인데, 그게 오히려 피가 통하는 인간으로서 호의를 품게 하는 거였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극복하게 된 성준의 깨달음이 담긴 대사다.

  마냥 가벼운 기분으로 다가갈 수 없는 그남자 그여자. 만화를 읽고 나면 뭔가 후련하면서도 찝찝하고,  머리를 퉁 치는 진리가 있는건가 싶다가도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만화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게될 것이다.

  아직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얼른 만화를 집어들어라. 그러면 ‘결국 모든 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걸까’ 하고 깨닫게 될 것이다.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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