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다녀온 대전 위안부 수요집회 현장

 

1. 대전 위안부 소녀상

 

 2. 수요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3. 소녀상 기림비를 비추는 촛불

  서울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위안부 수요집회가 어느덧 1200회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수요집회가 평일 오전 서울에서만 진행되다보니 타 지역 사람들은 관심이 있어도 시·공간적 제약 때문에 매체를 통해서만 수요집회를 접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대전에서도 수요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올해 9월 9일부터 시작되는 대전 수요집회를 통해 대전 시민들도 가까운 곳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염원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오후 7시에 진행된 첫 위안부 대전 수요집회에 기자가 직접 참석했다.

  발언, 공연, 촛불행사 등이 어우러진 수요집회
  집회 시간에 맞춰 간 시청 앞 보라매공원의 위안부 소녀상 앞은 생각보다 조촐했다. 사람들은 작은 고무 매트 하나만 깔고 앉아 집회에 참여했다. 하나의 조명만이 위안부 소녀상과 그 앞 간이 무대를 비추고 있었다. 평소 굳건히 앉아 있던 소녀상의 머리에는 꽃화관이 쓰여 졌다.
  위안부 소녀상은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고 그 옆엔 빈 의자만 있다. 여기서 빈 의자는 이미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의미한다. 또 어깨의 새는 세상을 뜬 할머니들과 현재의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의미다. 그 외에도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는 짧은 머리, 당시 조선 소녀의 굳은 의지의 얼굴 등 소녀상은 이미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위로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오후 7시가 지나자 20명이 채 안되던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를 업고 온 여성,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멈춰 선 남성, 큰 돗자리를 깔고 앉은 가족 등 시민들이 각자 촛불을 켜고 자리에 함께했다. 소박하지만 그 진심만큼은 결코 소박하지 않은 대전 첫 위안부 수요집회의 시작이었다.
  대전에서 첫 집회가 진행된 9월 9일 수요일은 서울에서는 1195차 수요집회가 열린 날이다. 위안부 수요집회의 역사는 1992년 1월 8일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작했다. 이전에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민간 차원의 노력이 전무했다.
  故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인 첫 증언과 함께 시작된 서울 위안부 집회는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23년 동안 매주 수요일 진행돼 온 수요집회는 평화비 제막, 9개국 43개 도시 연대 집회 등으로 일본의 만행을 국내외로 알리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대전 수요집회는 서울 수요집회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대전 수요집회는 저녁 7시라는 다소 늦은 시간에 시작된다. 그리고 매주가 아닌 매월 두 번째 주 수요일에만 열리며 공연 등이 어우러져 ‘문화제’의 성격에 더 가깝다. 이에 대해 집회를 주최한 평화나비 대전행동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에 구체적인 전망이 부족하다. 그러나 올해 집회를 최대한 홍보해 집회를 안착시키면 여러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월 12일 서울 수요집회 중 분신하여 사망한 최현열 열사에 대한 묵념과 함께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집회는 네 차례의 발언과 두 번의 중간 공연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대표는 “폭력이 없는 한반도,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뜻 깊은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위안부 문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추모시로 낭독했다. 뒤이어 발언자로 나선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해방 당시 위안부 관련 문제에 대한 강력한 기소가 없어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정권은 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본의 각종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이 진전되지 못했다”며 역대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날이 오면’, ‘사랑으로’ 등의 노래가 통기타를 통해 연주됐고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점차 늘어났다. 발언자 중 유일하게 우리 지역 학생이던 한재현 카이스트 대학원생은 일본의 우경화 실태를 지적했다. 한재현 발언자는 “당연히 정상적 국가라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전범국으로서 전쟁 범죄의 역사도 해결하지 않은 상태”라며 “평화헌법을 수정하려는 일본 극우 세력의 만행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0가지에 이르는 안보 관련 법제 개정안이 올해 일본 중의원을 통과한 상태다. 아직 참의원 의결이 남았지만, 안보 법안이 개정되면 일본은 자위대의 해외 파병이 가능한,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평화 헌법의 부분적 폐기를 의미한다.
  평화나비 대전행동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으로 인해 피해자 할머니들은 약 20년 동안 외롭고 험난한 세월을 보내셨다.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직접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만의 문제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대전 수요집회를 활성화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이며 반드시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되찾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지역 위안부 문제 관심의 첫 걸음이 될 것
  아이와 참여한 김민정(36·장대동) 씨는 “아는 동생을 통해 수요집회에 참여하게 됐다. 첫 집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시민들보다 기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젊은 사람들도 수요집회의 취지에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 참가자는 “내 나이가 60이 넘을 때까지 수 없이 많이 들었던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위안부 소녀상을 후원했기에 연락이 와서 참석했는데 마음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대전 수요집회가 열린 보라매공원 위안부 소녀상은 올해 3월 1일 전국에서 열 번째로 제막됐다. 시민들의 후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발언자로 참가한 남재현 카이스트 대학원생도 소녀상 제막 모금활동을 제안 받은 것을 시작으로 위안부 문제 관련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3월 위안부 소녀상 제막과 9월 수요집회에 이르기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전지역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집회를 계기로 대전지역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나비 대전행동 관계자는 “시민들도 이 문제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이에 대해 “할머니들이 해가 지날 때마다 소천하시는 만큼 더 많은 분들이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시민단체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청년들의 관심’이었다. 23년 동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 위안부 문제는 앞으로의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야할 시대의 과제가 된 것이다.
  남재현 발언자는 본지 “대전, 충남 지역 학생들도 잠깐이라도 집회에 참여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관심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며 같은 대전지역 학생으로서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이영복 평화나비 대전행동 집행위원장은 “희생자 할머니들의 눈물겨운 싸움과 노력을 청년들도 알 필요가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후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남아있는 문제점
  수요집회를 비롯한 위안부 관련 행사는 아직까지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편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의 지원이 늘고 있으나 실질적 · 지속적이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정부는 재정지원에만 치중한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정부의 역할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일회성 행사만 치루면 된다는 인식보다는 일본과의 외교적 차원에서의 대화가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안 소장은 “위안부 문제는 국민 생존권 차원으로서 정부는 일본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현실적인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도 안신권 소장은 “많은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셨는데 이제는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지금 국내 위안부 관련 활동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해외 활동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해외에 위안부 기림비와 소녀상을 세우는 데도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성진우 수습기자 politpeter@cnu.ac.kr
사진/유지수 수습기자 jsrrrrr02@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