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10대 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둘러싼 쟁점

 

 

시청 앞에서 1인 시위와 백지화 서명을 진행 중인 시민대책위원회 농성장

  “시민은 사람도 아니냐!” 지난 8월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민대책위원회 사이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다. 대전지역 시민단체들과 토지주로 구성된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백지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지난 여름 내내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시청 앞을 지켰다.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서구 도안동, 유성 원신흥동 일대를 호수공원 및 녹지, 주택으로 재개발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9년간 개발행위허가제한 지역으로 묶여 있던 갑천 친수구역을 난개발을 우려한 대전시가 호수공원으로 개발하려 했고, 이에 시민단체가 거센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대전의 생태 축 파괴” vs “갑천 환경오염 방지”

   갑천은 대전 3대 하천 중 하나이자 금강 제 1지류로서 환경적 가치가 크다. 특히나 개발대상지는 대전의 마지막 우량농지로 야생조류보호구역인 도솔산과 도심 숲인 월평공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시민대책위로 활동 중인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팀장은 “개발대상지는 2012년에 대전시와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자연환경조사를 통해 약 700여 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곳”이라며 “수달, 맹꽁이, 붉은배매새 등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개발대상지는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돼 미호종개라는 이름이 붙은 멸종위기 어종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승인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미호종개 서식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으로 인해 개발대상지의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많은 야생동식물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와 함께 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대전도시공사의 입장은 다르다. 대전도시공사 개발사업처 관계자는 “개발대상지는 현재 농지로 매년 4,600톤의 농약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 지역은 최근 10년간 약 6회의 침수가 일어난 상습침수지역이다. 침수 때마다 농약들과 가축분뇨들이 갑천으로 방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개발을 통해 침수를 방지하면 갑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호종개 서식에 대해 대전도시공사 개발사업처 관계자는 “각종 연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호종개는 갑천 전 구간에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개발대상지 현장조사 때는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사 시와 운영 시에 법적보호종 감시를 할 예정이며 법적보호종이 발견된다면 보호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어류 부분에 대한 보호 대책방안은 없지만 조류 부분에 대한 보호 방안은 존재한다”며 “갑천 건너편에 야생조류보호구역인 도솔산이 있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조류를 위해 호수공원에 조류대체서식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중 팀장은 “개발대상지는 대전의 생태 축으로 도심 열섬현상이나 대기 질을 중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개발로 인해 이 지역이 파괴되면 대전은 건강한 환경 가치를 미래세대에 남겨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에 대해 대전시 도시주택국 주택정책과 이종상 담당자는 “인공호수가 아닌 자연 유하 방식을 도입해 친환경적인 생태공원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주택사업, 구도심 죽이기?

   대전에서 동서 격차로 인한 문제는 이미 진행 중이다. 대전도시개발재생연대 운영위원이자 시민대책위 오훈 위원장은 “대전시 주택 보급률이 시가 발표한 기준으로 107%, 실제상으로는 120%로 예상되고 있다”며 “주택 보급률이 충분한 상황에서 1개 동과도 맞먹는 5,500세대의 대규모 주택사업을 하게 되면 원도심의 낡은 주택들은 빈 주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은 세종특별시로 인해 유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시도 간 전출 수는 2011년 85,440명에서 2014년 91,436명으로 늘었다. 오훈 위원장은 “새로운 주택이 조성되면 유입 인구보다는 시내 인구가 이동할 것이며, 원도심 공동화는 점차 심각해질 것”이라며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호수공원을 빙자한 대규모 택지사업에 불과하다”고 일침 했다. 이러한 대규모 주택사업은 당초 대전시에서 추진 중인 ‘원도심 활성화’ 시정과도 어긋난다. 오훈 위원장은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원도심 죽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주택공급 계획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대전시 도시주택국 주택정책과 이종상 담당자는 “2020 주택종합계획에서 2020년까지 125,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수립했다”며 “매년 평균 12,500호를 공급해야 하나 대규모 택지공급이 없는 2015년 이후에는 주택공급 계획물량이 부족하다”며 “갑천지구 내 5,200여 호를 공급해도 주택공급 부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종상 담당자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국립 철도박물관 유치, 옛 충남도청 구책사업과 옛 충남도 관사 촌 활용, 대전역 복합구역 및 대전역사 건립 사업 등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더불어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에 원도심 활성화는 점차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계획한 주택공급량과 비교했을 때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양이며 원도심 쇠락과는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 역시 “보상이 37% 이상 이뤄진 시점에서 백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환경 측면에서 문제를 빚어온 인공호수는 전면 수정될 예정이다. 권 시장은 24일 “습지보호형이나 자연유수형으로 최소면적을 가지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이라며 “시민단체나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환경피해에 대해 대폭 동의하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글 / 사진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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