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강소기업

 

 

▲고용노동부에서 선정한 강소기업 분포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의 청년실업률은 10.2%로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은 9.4%였다. 대부분의 대졸 청년층은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지만 이에 반해 대기업 일자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기술과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고급인력이 부족한 탓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사실 어느 누구라도 잘 나가는 대기업과 이름도 낯선 중소기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남부럽지 않은 알짜 중소기업들을 만날 수 있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강소기업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 원인에는 연봉·복지 등에 관한 체계적인 시스템, 발전가능성, 자기발전, 사회적 인정, 안정성, 근무여건 등이 있다. 지나친 대기업 선호 현상은 중소기업에 대한 해묵은 편견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존재함을 암시한다.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지원과 박주윤 주무관은 “중소기업은 급여가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며 노동 강도가 높은 반면, 대기업은 이와 반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재와 실제 중소기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부족에 따른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규모는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강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강점을 갖춘 곳이 많다. 건실한 강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며,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 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강소기업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히든 챔피언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작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의미의 중소기업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SMALL GIANTS 대한민국 강소기업>의 저자 이장우 교수는 “우리나라 강소기업은 90년대 중반 벤처기업의 등장과 코스닥 시장의 개설이 기반이 되어 성장하였다. 지난 15년 동안 기술력을 기초로 해외 시장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등장해왔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고용노동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에서 선정한 51개 브랜드 기업 중에서 7가지 제외 기준을 적용하여 강소기업을 매년 선정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
  학생들 중에는 강소기업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사실 몰라서 모르는 경우보다 찾지 않아서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 지역에서도 강소기업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우연히 우리 학교 동문을 만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인 ㈜리가스와 앨트웰텍㈜을 소개한다.
  대덕구에 위치한 ㈜리가스는 다양한 사양의 각종 액체·기체 표준물질을 연구개발, 제조, 보급하는 표준물질 생산 전문 기업이다. 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기체상표준물질류에 대한 검정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리가스는 동종업계 최고 기업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한 매출 신장과 높은 순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리가스 고객지원부 박민선 대리는 “리가스는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과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현재 갖추고 있는 편의시설은 사내 샤워시설 및 건식 사우나, 체력단련실, 사내 도서관 등이 있으며 복리후생 제도를 통해 장기근속자 포상, 사내 동호회 지원, 교육·훈련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직원에게 적합한 업무를 부여하고 원하는 직무에 배치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우리 학교 동문(심리·06)이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만족도가 높은 눈치이다. 리가스는 현재 표준가스 분야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진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강소기업인 앨트웰텍㈜은 아리랑 공구 및 정수기를 생산하는 전문 제조업체로 지난 30여 년간 꾸준한 연구개발과 품질 최우선 주의를 통해 정수기, 연수기 등 환경친화형 제품을 개발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해왔다. 그 결과, KS업체, 품질 관리 1등급 업체, 환경 및 품질 경영 시스템 인증 등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2003년에 ISO 9001/14001 인증을 취득하여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한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판로를 확장하여 현재 20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는 400만불 수출을 구현하여 인력 고용 및 매출 신장을 이루어냈다. 
  앨트웰텍 관리팀 김선남 대리는 “대기업처럼 맡은 업무에만 충실하기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소기업 특성상 자신의 업무만 알고 있으면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힘들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험들은 자기계발과 경력 관리의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라고 말했다.
  앨트웰텍은 임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교육지원에 힘써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수강하면 그 비용을 모두 지원해준다. 직원들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앨트웰텍은 ‘선택적 복지제도’라는 독특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급, 근속연수 등에 따라 복지 포인트를 부여하는데 이것은 자녀교육비, 자기계발비, 체력단련비, 의료비, 도서구입비, 문화 공연비 등과 바꿀 수 있다.

   취업난을 돌파할 또 하나의 대안
  ‘9988.’ 이것은 단순한 숫자의 조합이 아니라 나름대로 심오한 의미가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며 88%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기반이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매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서류 합격을 해놓고 면접을 보러 오지 않는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은 중소기업에서는 꽤 흔한 일이 돼버렸다. 기업의 성공은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재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급인력을 구하지 못해 잠재력을 채 발휘하기도 전에 성장을 멈춘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취업난이 유독 청년층에 집중된 것은 청년들이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을 가장 멀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소기업 중에서도 특히 경쟁력의 원천을 조기 확보한 강소기업의 경우 우리의 일반적 인식을 빗겨갈 때가 많다. 이는 앞서 사례에서도 확인이 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금만 시야를 확장해도 충분하다. 그동안 대기업에 가려져 간과하고 있었던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이제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박주윤 주무관은 “청년들은 강소기업과 함께 무한한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강소기업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강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의 취업난을 해결할 실마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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