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사용 문제로 사과대 행정당국과 학생간 마찰

 

 
 

  사과대 언덕 돌담길과 사과대 게시판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울분이 담겨있는 글귀를 볼 수 있다. 학생 자치권을 빼앗긴 그들이 하루빨리 학생의 고유권한인 학생 자치권을 되찾아왔으면 한다.

사진/충대신문

 

   사회과학대(사과대) 행정당국이 이 단과대학 학생 자치기구인 대의원실을 창고로 용도 변경하면서 학생 자치공간 사용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과대 정·부 학생회장, 정·부 대의원장, 8개 학과 학생회장 및 학과 대의원으로 구성된 사회과학대학 학생대표자회의는 대의원실이 폐쇄된 지 이틀만인 지난 20일 즉각적으로 ‘학장의 과도한 권한, 짓밟힌 학생자치권’이라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붙이고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대자보의 주요 내용은 조성겸 사회과학대 학장의 일방적 행정 절차가 학우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준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8일 행정실이 사과대 본관 1층 104호에 위치한 대의원실을 폐쇄하면서 불거졌다. 대의원실은 대의원회 승인에 따라 사과대 풍물패 동아리인 뫼가람과 함께 사용하고 있던 공간이다. 학생대표자회의는 대자보를 통해 “21년간 학과 감사 자료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대의원회 업무를 최우선한다는 조건하에 뫼가람의 동아리 운영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용…(중략)…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공간이 학장 개인 판단에 의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학생 자치공간인 대의원실을 빼앗긴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과대 행정실 이상훈 계장은 “대의원실은 그동안 뫼가람이 같이 사용해 왔는데, 뫼가람은 공식적 허가를 받은 단체가 아니라서 행정적으로 공간 사용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화재나 기타 사고 발생 시 안전, 책임 문제 등으로 대의원실과는 달리 비공식 단체인 뫼가람에는 공간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계장은 “공간을 회수했기 때문에 장구 등 동아리 물품을 일단 보관할 수 있도록 창고로 용도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겸 학장 및 행정실 측은 뫼가람이 사과대 건물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는 중앙동아리 등에 가입해 공식 단체로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뫼가람이 공식동아리가 된다하더라도 공간 배정에 대해서는 이와는 별도로 심사 절차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훈 계장은 “안전 관리 문제 등으로 (뫼가람 측에 제시한) 해결 방안은 서류, 문서상으로 정식 동아리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정식 동아리가 된 후 공간 배정은 (동아리의) 교육적 목적 등 행정적 판단 절차를 거쳐 추후에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공간 되찾는데 시간 걸려

  하지만 해당 조치로 인해 예산 감사와 선거를 담당하던 기존 대의원실 역시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행정실 측은 창고로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뫼가람이 대의원실을 실질적으로 써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의원회와 별도 사전 협의는 없었다. 또 대의원장이 요구한 학장과의 면담은 거부되기도 했다. 박기훈 사과대 대의원장은 “원래 사용주체인 대의원회 측에게는 어떠한 말도 없었고 뫼가람을 통해 이 사실을 갑작스럽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훈 계장은 “학생 자치기구 선거, 감사 등 대의원회 측에서 자치 본래 용도에 맞게 방을 사용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회의실(공간)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겸 학장은 충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사 결정에는 여러 단계의 절차가 있다”며 “학장에게 권한이 있더라도 행정실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미리 살피는 제반 절차가 있는데 무작정 찾아와 면담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뫼가람 동아리 문제 해결에 대해 조 학장은 “정식동아리 절차를 먼저 밟는 것이 순서다. 동아리 신청 절차가 까다로우면 (기존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무작정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대 동아리를 요구하는 등 서로 대화를 해 얼마든지 타협, 합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의원회가 원래 공간을 다시 돌려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기훈 대의원장은 “5월 28일 학장과 대의원 간 면담이 있었지만 보고서 검토 등 행정절차에서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자치공간을 빼앗는 건 한 순간이지만 돌려받을 때는 수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학교 행정권 아래 있는 기구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대의원회 측은 대의원회만 대의원실을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대의원회 활동 보고를 지속적으로 해야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 학생과의 협의는 어디로

  이러한 논란은 공간 사용문제를 넘어 행정당국이 학생과 관련된 정책 결정시 학생들의 의사 수렴 절차가 부재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해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수의 학우들은 익명이 보장된 인터뷰에서 “그동안 새터·엠티·학과 행사나 사물함, 공동학습실, 노천극장 등 일련의 사건에서 사전 협의 없이 학장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건 학생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학생대표자회의는 대자보를 통해 앞으로도 과제도서실, 여학생휴게실, 학생회실 등 학생 자치공간이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학생 권익과 관련된 사항은 사전에 학생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단과대 심의의결기구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성겸 학장은 “(공간 사용 문제에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들어주고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 학생들의 이유가 타당하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 하지만 학생 자치공간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27일 입법 예고된 ‘충남대학교 학생 활동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보면 학생자치기구(▲총학생회 ▲총대의원회 ▲총동아리연합회 ▲단과대학 학생회 및 대의원회 ▲기타 총장 또는 소속 대학장의 승인을 받은 학생 단체) 활동에 학교당국의 지도 및 승인을 명시하고 있어 학생 자치권 훼손 우려가 예상된다. 특히 대학생다운 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자격을 상실한다는 해석상 모호한 조항이나 활동 실적 및 활동 계획서 제출 등 강제적 조항이 있어 당분간 학생 자치권 침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보영 기자 ourrights@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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