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새 얼굴을 엿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 실직자가 급증한 2009년에 제작된 영화 <인 디 에어>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사진①)은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미국 최고의 해고 (통보) 전문가다. 재밌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해고 대상자들은 실제 해고를 당한 실직자들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영화 <알리바이>의 주인공 레이 엘리어트(사진②)는 온갖 사건, 사고에 대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알리바이 컨설턴트다. 레이는 상황, 장소, 상대에 따라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소개한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남자 주인공 상용은 스펙은 완벽하나 숫기가 없고 소심하다. 상용은 교회에서 희중을 보고는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완벽하게 짜인 각본대로 은밀하게 사랑을 이뤄주는 연애조작단(사진③)에 의뢰를 요청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의 진실한 고백이었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색직업’이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몰랐던 색다르고 흥미로운 직업들을 알아보자.

 

 
세상을 보는 창, 직업세계를 보다
  우리는 누구나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며 살아간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발견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통로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직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따라서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직업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이름도 낯선 신생 이색직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누렸던 직업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대신에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직업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다가오고 있다. 이와 같은 직업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김한준 연구위원은 “직업은 그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즉 직업을 이해하면 사회를 알 수 있다. 직업의 변화는 사회 전체의 변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직업의 변화에는 선호하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과 기존 직업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것 등이 포함된다. 1990년대까지는 교사나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았으나 IMF 이후 높아졌다. 직업을 선택할 때 고용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사회구성원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인항공기 드론을 통해 농약을 살포하고 스마트 팜(smart farm)의 농부는 비닐하우스에 직접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농작물 주변의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조절할 수 있다. 핀테크(FinTech) 전문가의 노력으로 신용카드 없이 홍채인식을 통해 결제할 수 있고, 뇌과학자의 도움으로 리모컨이나 조종대를 사용하지 않고 뇌파만으로 전자기기를 조작하거나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들이 사라지고 생성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직업’에 소개된 신생 이색직업 중 몇 가지를 간추려 놓은 것이다.

  ①인간을 닮은 지능적 기계를 창조하다
  2011년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승자는 바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이다. 현재 IT 기술과 관련해 최고의 이슈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란 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IBM의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 바로 인공지능전문가다. 인공지능전문가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실제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대표적으로 사용자가 말하는 음성을 인식하고 이해하여 다른 언어로 자동 통·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 자연어(인간이 통상 사용하는 언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판단하고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영상이 포함하고 있는 객체와 사물의 관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더 나아가 연구자들은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자기 학습이 가능한 로봇 등을 개발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전문가의 직업적 전망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고령화 사회 및 융합 기술 시대가 전개되면 21세기 중후반에는 뇌 중심의 융합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해져 해당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전문가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빅데이터의 분석에 활용될 경우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②온라인 세계의 이미지 메이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악성 댓글 피해이다.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람도 악성 댓글의 그물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악성 댓글은 사이버 범죄의 하나로 인터넷상에서 특정인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이나 험담을 하는 댓글을 말한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악성 댓글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평판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고 평판을 접하는 대상의 규모도 크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온라인 평판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사이버평판관리자는 온라인상의 개인이나 브랜드의 평판을 관리하며 인터넷에 떠도는 나쁜 평판을 복구하고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온라인 세상이 커지고 그 안에서 교류되는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앞으로 온라인 평판 관리 사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높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이지만 갈수록 사이버평판관리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③자연에 가까운 건축물을 짓다
  서울의 한 구립 도서관에 ‘푸른 씨앗’을 상징하는 이름표가 달렸다. 여기서 푸른 씨앗은 ‘G-SEED’라고 하여 건축물의 에너지와 환경디자인을 위한 녹색 표준(Green Standard for Energy Environment Design)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G-SEED’는 녹색건축물 보급에 소중한 씨앗이 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친환경 녹색건축물이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기능적으로 우수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는 더 많은 건축물에서 ‘G-SEED’ 마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녹색건축 인증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녹색건축전문가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녹색건축전문가는 생태공간을 조성하거나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등 녹색건축 인증기준에 적합한 건축물을 설계해 자연에 더 가까운 그린도시를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는 녹색건축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 브리암, 미국 리드, 일본 카스비, 호주 그린스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정부에서 노력하는 정책 중에 녹색산업 활성화가 있다. 지구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절감하고 친환경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녹색직업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④맞춤형 가정 환경지킴이
  영화 <북극의 눈물>은 해마다 높아지는 기온과 함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벼랑 끝으로 밀려나고 있는 북극 생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지구온난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인간이 만들어낸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사실 에너지 사용량만 줄여도 지구의 기후변화 폭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절감이 필요한 시대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가정에코컨설턴트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맞춤형 가정에너지 진단처방사의 역할을 한다. 가정에코컨설턴트는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알려주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가전제품을 소개하며 재활용 방법,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 등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방법을 제안한다.

  직업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에 직업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업세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요인에는 기술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사회구성원의 인식 변화, 정부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 등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기술 변화에서는 ICT의 급성장과 더불어 첨단과학과 관련된 직업들이 더욱 부상할 것이다.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무인 조종 자동차와 항공기, 거대한 자료의 분석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빅데이터 분석 등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 때문에 의료 및 보건 관련 직업이 더욱 성장하고 다른 OECD 국가보다 사회 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 종사자가 적기 때문에 이 분야의 종사자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사회구성원들이 참살이나 여가를 점차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직업들에 대한 선호가 증가할 것이다. 국민소득의 증가로 크루즈나 마리나 산업같은 레저 활성화가 예상되며, 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심 때문에 식품안전성과 관련된 직업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정해진 궤도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익숙한 직업,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 누구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직업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체된 직업세계 속에서 직업의 변화 흐름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다가오는 직업세계의 변화에 대응하며 자기개발의 기회로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허채은 기자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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