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다양한 도명

 

 

 

  울릉도와 독도에는 유사한 이름이 많아 혼동하기 쉬운데, 우리의 지명을 한자로 기록한 결과다. 울릉도(鬱陵島·蔚陵島)는 울릉(鬱陵·蔚陵·鬱陵),우릉(于陵·芋陵·迂陵·羽陵), 무릉(武陵·茂陵) 등으로 기록되고, 독도는 우산(于山·羽山·迂山·芋山), 유산(流山), 자산(子山), 천산(千山), 석도(石島), 독도(獨島)’등으로 기록되었다.  
   문자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더 다양했을 도명이 한자로 정리된 면도 있으나, 기록의 기준이 없어, 듣고 전하는 사람, 그것을 듣고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검은 돌이라는 마을을 흑석동(黑石洞)으로, 북바위골을 종암동(鐘巖洞)으로, 절골을 사동(寺洞)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떡 가게가 많다는 떡전 거리를 병점(餠店)으로, 냇가가 만난다는 아우내를 병천(竝川)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고유 지명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으나 언어와 문자도 시대의 유행이 있어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편승하는 것을 좋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강요하기도 했다. 국제화를 지항하는 현재의 많은 회사명이나 제품명에서 고유한 우리의 이름을 찾기 힘들다는 것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근래 텔레비전을 보면 원더걸스, 카라, 미스에이 티아라 등과 같은 그룹명이 현란하게 소개될 뿐만 아니라, 옛날 같으면 창피해서 입에 올리기도 어려웠을 쥬리아, 제시카, 티파니 등과 같은 이름들이 자랑스럽게 난무한다. 한자로 기록할 수 있는 이름은 촌스럽게 들릴 정도다. 한자 중심의 천하에서 영어 중심의 천하로 바뀐 결과로, 천하의 움직임에 민감한 일종의 사대주의의 발현인 것 같다.
 독도와 울릉도가 한자로 표기되었다 해서 우리 민족의 정서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우루는 군장이나 어른을 의미하는 어라 우러러와 같은 말이고, 뫼나 매는 산(), 릉(), 봉(), 도()처럼 높은 곳을 뜻하기 때문에 울릉도를 우루뫼, 우루매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일본이 우루마라 한 것은 그것들의 전와였다. 그래서 우루뫼나 우루매 우루마는 임금산, 왕검산, 성인봉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고유명이 울릉 우산 등으로 표기되는 것은 우루가 울로 축소되거나 루가 탈락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릉과 무릉의 관계다. 중국인들은 무(武: wu)와 우(于: wu)를 같이 발음하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구별하는 우와 무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릉(于陵: wuling)과 무릉(武陵: wuling)을 똑같이 우릉(于陵: uling), 우릉(武陵: wuing)으로 발음한다.  
  그런데 일본의 독도에 대한 지명은 문자와 발음에 의한 변형이 아니라. 혼란을 야기시키는 방법으로 훔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원래 일본은 울릉도를 죽도(타케시마)나 의죽도(이소타케시마)라고 부르고, 독도는 송도(마쓰시마)라고 부르더니 나중에는 울릉도를 송도로 독도를 죽도로 바꾸어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현재는 송도라고 불렀던 독도를 죽도라고 부르며 그 영유를 주장한다.
  죽도도 우리말에 근거하는 용어다. 조선 시대에는 울릉도에 대가 많아서 죽도(竹島)라고도 불렀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것을 타케시마(竹島)라고 했다. 그런데 타케시마의 타케는 대()만이 아니라 무사의 무()도 의미하기 때문에, 타케시마(竹島)와 타케시마(武島)를 병용했다. 그러다 죽도(竹島)를 무도(武島)보다 선호하게 된 것은 소나무()와 대나무()를 같이 장식하면 복을 받는다고 믿는 송죽사상의 영향이었다.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라는 것을 잘 아는 일본은 마치 울릉도가 의죽도(礒竹島:이소타케시마)나 죽도와 다른 것처럼 해서 탈취하려다 발각되어 광해왕에게 야단맞은 일도 있다.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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