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의 거인, 변평섭 충청투데이 명예회장(영어영문·58)을 만나다!

 
 

  

 

 

                   ▲언론인으로서 가장 의미 깊었던 순간에 대해 말하는 변평섭 동문

 

  변평섭 명예회장은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대전일보 기자로 시작해, 대전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중도일보 편집국장, 중도일보 사장, 충청투데이 회장까지 역임했으며 충청남도 역사문화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인 지금까지도 기자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 들어보았다.

  - 초등학교 교사를 포기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어떠한 계기로 교사직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을 결심했나?

  “교사라는 직업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교육자의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분야에 나가겠다고 생각해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58년도 입학했으니 휴전하고 5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라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래서 부모님 곁에 남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충남대에 진학했다.”

  - 학생 시절 어떠한 학생이었나?
  “문화동 캠퍼스 바로 앞에 군부대가 있을 정도로 사회 분위기는 살벌했지만 면학분위기는 좋았다. 나 역시도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다녔다. 요즘에는 장학금을 어떻게 주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만해도 전 과목 A를 받아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해 2쪽짜리 학보에 자주 기고를 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썼다.”

  - 학생 시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나?
  “지금은 캠퍼스가 깨끗하고 정돈돼 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캠퍼스와 캠퍼스 주변이 비포장 도로였다. 비가 오면 학교를 갈 때 무릎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그런 길을 걸어 다니며 대학을 다녔다.”

  - 요즘의 우리 학교 캠퍼스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것 같다.
  “우리 때는 영문과에 여학생이 2명 정도 있었는데 요즘엔 오히려 남자가 거의 없다. 또 우리 때는 남녀사이에 거리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남녀사이의 애정표현이 대담하다. 우리와는 다르다싶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있다. 학교에 오면 생동감이 있고 활기가 느껴져 좋다.”

  - 학교생활에서의 경험이 언론인 활동의 자양분이 됐나?
  “영문과를 다니며 미국현대소설을 전공했고 특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구했다. 지금도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다. 헤밍웨이는 종군기자 출신이라 문장을 단조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쓴다. 헤밍웨이의 문장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생활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도 수습기자가 들어오면 의무적으로 ‘노인과 바다’를 읽게 한다.”

- ‘노인과 바다’가 삶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
  “‘노인과 바다’를 보면 노인이 상어 떼와 싸우며 항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너희는 나를 죽일 수 있지만 내 영혼까지 파괴할 수 없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인간의 육체는 훼손될 수 있어도 정신까지는 훼손시킬 수 없다는 뜻인데, 인간 존엄성 그 자체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라면 꼭 반드시 읽어볼 책이다.”

  - 대전일보에 입사하면서 지역 언론에 발을 디뎠다. 중앙 언론이 아닌 지역 언론 기자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중앙 언론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장남이었고 부모를 모시는 상황에서 지역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때 은사님이 대전일보도 괜찮다며 이곳에서 뜻을 펼치라고 권유했고 대전일보에 입사하게 됐다.”

  - 이후 대전일보 편집국장, 중도일보 사장,충청투데이 회장으로 지역 유력 신문사 세 곳에 모두 몸 담았었다. 중앙 언론과는 다른 지역 언론만의 매력과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기자였을 때는 지방의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역 언론이 문제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의회의 역할을 대신했다. 중앙 언론은 담아내지 못하는 지역민의 소리를 담아낸다는 것이 지역 언론의 매력이다. 지역 밀착형 기사가 곧 지역 언론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 언론인으로서 가장 의미 깊었던 순간은?
  “대전일보 편집국장 때 초등학교 어린이가 편지를 보냈다. 대전에서도 코끼리를 보고 싶다는 편지였다. 편지를 딱 보는 순간 영감이 왔다. 편지를 단순히 독자코너에 실을 것이 아니라 1면 기사로 싣자는 생각이었다. ‘대전에서도 코끼리를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동물원 만들기 캠페인’을 펼쳤다. 처음엔 작은 모금운동이었지만 곧 여론이 반응했고 시민들 사이에서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자 대전시에서 정식으로 예산을 만들어 대전 동물원, 오월드가 생겼다. 또 둔산동 도시계획을 세울 당시 토지개발공사에서 그 지역 전체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다. 그렇게 될 경우 도시가 너무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시민의 허파를 만들어야 한다고 캠페인을 벌였다. 여러 장애물들이 있었지만 끝까지 캠페인을 밀어붙여 한밭수목원을 만들었다. 지금은 오월드, 한밭수목원 둘 다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보람차다.”
  “또 신문에 ‘실록 충남반세기’, ‘내 고향의 향기’ 등의 향토사를 연재했다. 대전과 충남에 대한 역사를 다룬 것인데 그 공로로 1972년에 충남도문화상을 탔다. 그때 당시만 해도 지역의 역사에 관심이 없을 때다. 언론인으로 이뤄낸 뿌듯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 지역 언론의 위기라는 평가가 많다. 지역 언론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나?
  “지역 언론의 경영이 어렵다. 언론 환경이 인터넷의 발달로 급속도로 바뀌었다. SNS가 신문과는 다른 새로운 언론 환경을 구축했다. 광고로 먹고사는 것이 언론인데 광고 시장이 신문, 방송, SNS로 분열된 것이다. 이러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결국 도리 없이 발전기금을 만들게 한다. 그러나 잘못하다가는 어용언론이 되기 쉽다. 그렇다고 사회단체에서 언론기금을 만들어 지원해줘도 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모든 신문을 볼 수 있으니 독자 구독률을 높이는 것도 어렵다. 지방 언론 시장이 위축돼 있다. 뾰족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 기레기라는 표현이 만연하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또 기자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레기라는 표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뉴스 스탠드에 기사를 띄우기 위해 기사를 과장한다. 부풀리고 책임지지 못할 허위 사실을 기사로 써낸다. 그렇다보니 기사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 또 요즘에는 언론의 경영이 어렵다보니 광고주를 위한 기사를 쓰는 일이 많다. 언론이 언론답지 못한 것이다. 불건전한 언론이 계속해서 번져나간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의 역할은 일제 때 선배 기자들에게는 독립정신이었다. 그 후 기자들의 역할은 민주화였다. 이제는 독립도 민주화도 됐다. 이제는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를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난잡한 정체성 없는 문화, 자극적이고 과장된 문화에서 생명을 찾는 문화가 필요하다. 환경, 인간의 존엄성, 생명에 대한 기사가 필요하다. 만약 기자가 이러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인간의 존엄성 자체가 무너질 것 같다”

  -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책을 읽고 그 중 하나에서 만큼은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경제라면 경제, 환경이라면 환경, 자신만의 깊은 분야갸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에 두 개 신문정도는 제목부터 광고까지 전부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과 바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문장은 어렵게 쓴다고 좋은 문장이 아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언론의 모든 직책을 지내봤지만 항상 기자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다. 기자라는 붓 끝으로 항상 칼럼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칼럼들을 모아 칼럼집을 내고 싶다. 또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다.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노인과 바다 말미에는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사자의 꿈을 꾸고 있는, 지역 언론의 거인 변평섭 동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사진/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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