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노사갈등으로 본 언론 노동조합과 지역 언론

 

 
 

 

  지난 1일은 125주년을 맞이한 노동절(근로자의 날)이었다. 우리 학교 경영학부 강명수 교수는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한다”며 노조의 존재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인의 노동조합 활동은 아직 걸음마상태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기동 사무국장은 “대전지역에서 언론노조에 가입돼 있는 신문사 노조는 대전일보와 금강일보 뿐이며 다른 신문사는 노조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입된 신문사 노조마저도 노동조합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대전일보 노사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저널리즘의 마지노선, 언론 노동조합
 

  지역 언론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지역 신문만이 아닌 방송까지 포함한 지역 언론 전체가 위기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기동 사무국장은 “지역 언론이 지역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지역 언론의 존재여부도 인식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지역 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를 집필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는 신문사 경영진들의 경영실태를 지역 언론이 직면한 위기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김주완 이사는 “경영진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해 저널리즘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동 사무국장 역시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사 경영 현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역 언론사들이 광고를 줄 수 있는 자치단체나 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주민들이 생각하는 의제가 아닌 주 광고원인 자치단체나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는 기사를 낸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이사는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못했을 때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기업들이 틀어쥔 광고 때문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친권력적 기사 내용들은 결국 지역 주민들에게 괴리감을 주고, 지역 언론 구독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것이다.
이기동 사무국장과 김주완 이사는 이러한 문제점의 대안책으로 ‘노동조합’을 꼽았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통해 언론사의 자발적 문제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언론 노동조합에 대해 이기동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근로조건 개선이 우선이지만 근로조건이 보장된 후에는 편집권, 취재, 보도와 관련된 부분을 개선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을 통해 기자의 본연의 역할을 방해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완 이사도 “언론사에 노동조합이라는 견제기구가 있으면 경영진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고 저널리즘 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을 감시하고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의 노동조합이 단순한 근로조건 개선만이 아닌 공정보도를 지켜내고 저널리즘을 확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일보 노조를 기업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 장길문 지부장 역시 “기자의 권리를 찾자는 마음으로 노동조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전일보 노사갈등, 상생 필요해
 

  노동조합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언론 노동조합의 현실은 밝지 않다. 창간 65주년을 맞이한 대표적인 지역 정론지인 대전일보 역시 노사갈등으로 지난해 9월부터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업노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산별노조에 가입한 대전일보 노동조합은 6번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9월 언론노조가 대전일보지부의 교섭권을 회수했다. 이후 공교롭게도 대전일보 사측은 대전일보지부장인 장길문 기자의 5년 전 기사를 문제 삼아 경위서 제출을 종용했다. 장길문 지부장이 경위서 제출에 응하지 않자 대전일보 사측은 지난해 9월 19일 장길문 지부장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취했다. 장길문 지부장은 대기발령 당시를 회고하며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뺏겼을 때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왜 쇼파에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나. 하루에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수백 번 들었다”며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대전일보 노동조합은 여기서 끝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10월 23일 대전일보 사측은 장길문 지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타인이 찍은 사진을 자신이 찍은 것처럼 보도해 독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알게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장길문 지부장은 “보도자료를 받았든 무엇을 받았든 남의 사진을 썼다. 관례였어도 내가 잘못한 부분이다. 그 부분은 반성하고 책임지겠다. 그러나 이것을 이유로 노동조합이 달려온 방향을 바꿔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1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장길문 지부장에 대한 사측의 대기발령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어 대전일보사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초심유지 판정이 내려졌다. 대기발령 5개월만인 1월 22일 장길문 기자는 원직에 복귀했다. 그러나 대전일보 사측은 장길문 지부장을 문화사업국 문화행사부 차장에 발령했으며 신입 노조원들을 편집국에서 총무부, 문화사업국으로 인사 발령했다. 이에 보복성 인사단행이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대전일보 노동조합은 대전지방법원에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인정 받아 장길문 지부장은 4월 20일자로 편집국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43명에서 시작한 대전일보 노동조합은 현재 27명으로 줄었다. 장길문 지부장은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지금까지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했다”며 “‘내부에서도 할 말을 못하는데 밖에서 무슨 기사를 쓰고 스스로를 기자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는 공감대에서 노동조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과의 갈등이 길어지며 지쳐가는 노조원들이 늘어갔다.
장길문 지부장은 “우리 역시도 노동조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노조와 회사 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대화자체가 성립되지 못했고 서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제 대전일보 노동조합이 바라는 것은 회사와의 대화를 통한 상생이다. 장길문 지부장은 “노동조합은 회사를 망하게 하는 집단이 아니다. 어떤 회사든 회사의 잘못에 대해 견제해줄 세력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길 바란다. 노동조합이 회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기동 사무국장은 대전일보 노동조합을 대전에서 지역 언론이 되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이기동 사무국장은 “경영진이 기자를 광고직 사원이나 영업직 직원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대전일보 노동조합이 언론 종사자들의 사명감이나 저널리즘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대전일보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길문 지부장 역시 “노동조합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적 시선을 거둬주길 바란다. 발전과 견제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지역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 언론이 사라지면 지역의 여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론이 사라지면 지역의 의제나 주요사안들을 지역민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나타난다. 이기동 사무국장은 “중앙언론의 사설 1년 치를 조사해 본 결과 지역에 관련된 내용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며 “지역의 언론이 사라지면 지역의 여론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이사 또한 “지역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공론장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이 사라지면 지역이 사라진다. 지역 언론은 분명한 위기상태다. 언론 노동조합이 지역 언론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 /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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