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강한 메시지, 단편영화를 포착하다

 
                                        1.<억압받는 다수>  2,3.<사랑만 있으면 돼?>  4.<알람>

   단편영화는 보통 40분 이하의 짧은 영화를 말한다. 상영 시간이 짧은 만큼 실험적이거나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중적으로 회자되진 않지만 매년 개최되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대구단편영화제 등 지역별로, 주제별로 단편영화제가 다수 열리는 것을 보면 단편영화가 매니아층에겐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편영화는 짧은 상영 시간에 제약을 받긴 하지만 빠른 전개나 여운을 남기는 열린 결말을 갖기도 한다. 대중영화와 비견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단편들도 많이 등장하고 최근에는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단편영화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이야기 첫 번째, 단추 하나 푸는 것도 눈치보는 남자들
 

  ‘섹시하다’, ‘웃고 다녀요’, ‘엉덩이가 탱탱한데’. 이런 말들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 걸까. 이러한 말들은 일반적으로 여자들을 쏘아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말들이 남자들을 향하게 된다면, 영화 <억압받는 다수>(사진€)를 보고 어색하고 충격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영화는 반바지와 반팔 차림의 남자가 아이의 유모차를 끌면서 시작된다. 그가 지나가면 거리의 여자들은 그의 맨 다리를 힐끔 힐끔 쳐다보고 거지도 그를 향해 성적인 농담과 희롱을 한다. 그러다 그가 으슥한 거리를 지나갈 때, 그는 한 무리의 여자들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신고를 하기위해 경찰서에 가지만 그곳도 남자가 커피심부름을 하는 여성우위적인 곳이다. 다친 남자를 데리러 온 여자는 가모(母)장제에 대해 불평하는 남자에게 폭행을 당한 건 남자의 반바지, 반팔의 옷꼬라지 때문이라고 외치며 영화가 끝난다.
폭력이나 성희롱 등 성적인 대상은 대다수가 ‘여성’이다. 2013년 경찰청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비율은 1.17%(강간), 6.17%(강제추행)으로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영화는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성별의 사회적 인식을 뒤바꿔, 성별로 불평등을 받는 이들로 간접체험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 두 번째, 동성애자가 다수인 세상에서 이성애자가 소수라면? 
 

  또 다른 영화를 보자. 퀴어축제가 열린다고 하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무리 반대편에 성소수자와 동성애를 혐오하며 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성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퀴어들은 성‘소수’자라 불리며 항상 다수의 시선과 비난의 말들을 신경쓰며 살고 있다. <사랑만 있으면 돼?>(사진®, ?)는 여기서 시점을 바꾼다. 다수가 소수가 되는, 뒤바뀐 상황 속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동성애가 흔한 사랑의 방식이 되고 이성애는 놀림과 비난의 대상이 된 다. 주인공인 소녀 애슐리에게 ‘부모’님은 없다. 엄마 2명이 있을 뿐이다. 사랑의 방식은 동성애로 애슐리는 평범한 동성의 엄마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이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 몰래 남자아이와 사귀고 있었지만 친구들의 놀림에 헤어지게 되고 갈수록 주변 친구들의 모욕과 조롱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애슐리의 두 명의 엄마는 이성애를 반대하며 서로 싸우고 애슐리는 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최근 사랑과 관련된 단어들의 사전적 정의가 바뀌었을 정도로 동성, 양성애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과 다른 개념을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현재 일반적인 다수인 이성애자를 소수로 바꿈으로써, 외면받는 소수의 시점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이야기 세 번째, 일상의 소리의 반전
 

  영화의 주인공인 우연은 ‘삐-삐빅’하는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동시에 ‘뚜-뚜’하는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전화를 받으니 상대방이 ‘제 말 잘들려요?’, ‘눈 한번 크게 떠볼까요?’라고 말한다. 우연은 하라는 대로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전화를 끊자 갑자기 왼팔에서 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또 다시 ‘삐-삐빅’거리는 알람소리를 끄려하지만 꺼지지 않고 건전지를 빼 어렵게 알람을 끈다. 하지만 또 다시 알람소리가 들려오고 소리를 따라가보니 옷장 속에 온갖 시계들이 소리를 내고 있다. 우연은 비명을 지르고, 화면은 병실에 누워있는 우연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영화에 반전이 일어난다.
<알람>(사진?) 속 반복되는 주인공의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반전있는 결말이 나오면서 알람의 소리가 소중한 소리였음을 알게 된다. 6분 남짓한 영화는 짧지만 강한 반전과 참신한 충격을 준다. 이 영화는 일상의 소리를 나의 생명이 달린 중요한 의미로 대응시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편영화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만큼 충격적인 전개도 많고, 때론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모호한 결말로 끝맺는 듯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함축적이어서 궁금증을 자아내거나 애매한 기분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성에 얽매이지 않아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가 많고 진부한 레퍼토리도 따르지 않는다. 굳이 큰 스크린도, 긴 시간도 필요없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그리고 잠깐의 시간으로 단편영화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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