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상, 진상규명, 시행령 바뀐 것 없는 1년

   “저희는 쓰레기만도 못한 유가족이다. 저희가 얼마나 쓰레기였으면 광화문에서 쓸어버리라고 할까.” 지난 16일 대전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단원고 희생자 고 임세희 학생의 어머니 배미선 씨의 울부짖음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1300여명의 대전 시민들이 모였다.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은 새누리 대전시당까지 거리행진을 나섰다. 거리행진에 참여한 우리 학교 경영학부 A 학우는 “추모제에 와서 유가족들을 보고 분향을 해보니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대통령이 순방을 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는 것 같아 국민으로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충대신문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돈부터 쥐여 주는 국가

   지난 1일 세월호 희생 학생에 대한 배·보상 기준이 발표됐다. 강해정(의류·3) 학우는 “세월호 사건의 잘못을 무조건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정부에게 손해배상을 받아내려 한다”며 “경기활성화에 쏟아도 모자랄 돈을 국가가 왜 보상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보상을 먼저 요구한 것은 유가족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 참석한 단원고 희생자 고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 씨는 “교통사고가 나도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잘잘못을 따진 뒤 배·보상의 기준을 정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보상 먼저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금요일엔 돌아오렴’ 대전 북콘서트에 참석한 단원고 희생자 고 이창현 학생의 아버지 이남석 씨 역시 “배·보상이 먼저가 아니다. 진상규명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장례비(200만원), 일실수익(3억원), 위자료(1억원), 지연손해금(2천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국가의 돈은 없다. 박경철 해양수산부 세월호 피해·보상 지원단장은 “일단 국비로 지급한 뒤 청해진 해운과 세월호 소유주인 유병언 일가를 비롯한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국가가 배·보상하는 부분은 전무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배·보상 기준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세월호참사 대전대책회의 이영복 공동대표는 “유가족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돈을 위한 투쟁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유가족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에서 주장하는 진상규명이란 무엇일까? 양해창(기계공학·4) 학우는 “사망자 수습, 실종자 수색, 유병언 일가와 해운회사 조사 및 처벌 등 충분한 진상규명이 있었다. 유가족들이 규명해주길 바라는 진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영복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해상교통사고였는지, 국가·해양수산부·해경·안전행정부 등 국가기관과 민간 업체 간의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해경이 왜 비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했는지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침몰 원인조차 명확하지 않다. 과적, 무리한 운행, 증축 등의 의혹만 제기됐을 뿐이다. 세월호가 인양돼 배를 조사하지 않는 이상 명확한 침몰 원인 규명은 어렵다. 유가족 이남석 씨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누가 얼마만큼 잘못을 했느냐다”라며 “그 잘못에 따라 국가가 잘못을 했다면 배·보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방향성 상실한 시행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11월 제정됐다. 세월호 특별법은 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 3월 27일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특별법이 지닌 본질을 뒤엎었다.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조사 범위를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아닌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축소해 규정하고 있다. 정부에서 조사했던 내용만 조사·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인 진상규명을 불가능하게 한다. 단원고 희생자 고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최순화 씨는 “지금의 시행령대로라면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행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권마저 압축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사무처 산하에 기획조정실의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을 공무원으로 두고 각 소위원회의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도록 했다. 이는 진상규명소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 지원소위원회의 독립성을 제약한 것이다. 이영복 공동대표는 “사무처장과 관련 부서에 파견된 공무원이 조직을 장악한 것은 위원들의 역할을 위축시켜 독립성을 제약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조사업무분야 중 핵심이 되는 진상규명국의 조사1과장 역시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이 하고 있다. 유가족 임종호 씨는 “조사대상이 되는 공무원들을 민간조사단들보다 상위하는 직급으로 두고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조사대상이 스스로를 조사하는 꼴이다.
   이러한 시행령에 대해 유가족들과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영복 공동대표는 “이러한 시행령은 정부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가족 임종호 씨 역시 “조사대상이 되는 국가안전처와 해양수산부가 시행령을 만들고 자신들을 조사하겠다고 하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애초에 틀렸다”고 일침 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원하는 시행령 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회의에 참석한 유기준 장관은 “입법 예고한 전체 안을 철회할 수는 없다. 다만 유가족이 제시한 안이 있기 때문에 일부는 수용하고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1. 세월호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도보행진 중인 대전 시민들.
  2.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희생자 추모 목판 전시.
  3. 세월호 1주기 대전 시민 추모제에서 촛불을 든 대전 시민들.
  4.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기억의 문.
  5. 광화문 분향소에서 추모 중인 학생들.

   지난 16일 중앙일보에서 발표한 ‘당신의 오늘은 안전하십니까’(중앙일보 조사연구팀, 4월 2~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세월호와 같은 대형사고 재발 가능성을 85.8% 국민이 ‘있다’고 응답했다. 1년간 국민의 안전의식 변화에 ‘달라진 것 없다’가 63.5%로 가장 높은 응답을 차지했고 이 근거로 정부의 능력부족(30.6%)과 쉽게 잊는 성향(27.8%)를 꼽았다. 1년이 지났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제는 잊고 싶다며 유가족들에게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한다. 세월호 참사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에서 시작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 / 사진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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