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공간에서 피어오른 따뜻한 마을공동체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인 난쟁이가 강제 철거로 인해 좌절하고 결국에는 자살로 내몰렸던 이야기다. 낙후된 지역과 소외된 지역을 되살리려면 재개발·재건축과 도시재생 중 어떤 방법이 좋을까? 낡은 건물은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지역은 활기를 찾게 되지만 오랫동안 살아왔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마을이 사라지고 공동체는 소멸하게 된다. 최근 도시계획의 트렌드로 주목받는 도시재생에 대해 알아보자.

   도시를 새롭게 재생하다
  
   도시재생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에서 나타난 도시 확장으로 인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도클랜드 등 주요 공업·항만 지역에서 급속한 쇠퇴를 경험하며 도시재생 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다. 런던의 도클랜드 지역은 런던 금융의 새로운 중심으로 탈바꿈하는데, 이는 도시재생의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생의 사전적 정의는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이다. 도시재생이란 산업구조의 변화를 겪으며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여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도시의 쇠퇴를 막는데 실패한 재개발 등의 도시정비와 달리, 물리적인 환경 개선과 동시에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도시를 활성화하여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꾀한다.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기획운영팀 김영진 팀원은 “지금까지 마을을 바꾸거나 도시를 바꾸는데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중심이 됐었다. 최근에는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고 마을을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대안 중의 하나가 주민 주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방행정에 참여하는 주민자치가 요구된다. 대전시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공동체 활성화와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을 유도하고 있다.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시민과 관을 연결하는 중간지원 조직으로, 시민이 원하는 것과 관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목표로 하는 부분을 절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팀원은 “작년에는 각 마을이나 공동체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교육이나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통해 연대하고 서로 필요한 자원을 나눈 사례가 있었다”며 “올해는 각 분야마다 전문 멘토를 두어 공동체 활동에 도움을 주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올해 ‘해보자 사업’과 ‘모이자 사업’을 통해 총 110개 공동체를 지원한다.
   또한, 김 팀원은 “지원 사업이 없더라도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계속해서 문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설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이 되어 있지 않아도 마을의 문제를 계속해서 해결해나가고 발전해나가는 사례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석교동 마을공동체다. 석교동 마을공동체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제2회 지역공동체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활발한 공동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이 주민을 돕는 석교동 마을공동체

   온통 경쟁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을’은 이제 낯선 공간이 되었다. 반면, 나눔과 협력이 이뤄지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다. 바로 석교동 마을공동체다. 석교동은 아파트가 한 채도 없을 만큼 오래된 마을이다. 석교동 마을공동체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10년 동안 공동체 활동을 해왔다.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은 자녀의 건강한 교육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자녀를 함께 키운다’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

   석교마을신문 김수경 발행인은 “10년 전만 해도 마을에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다”며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공간을 만들어주자고 모였고 같이 동참해주는 후원자들이 있어 10년 동안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마을 도서관 내부에는 토요일 하루만 운영되는 청소년 문화카페가 있다. 마을에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마을학교를 통해 자란 청소년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청소년 문화카페
   이어 김 발행인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마을의 상황을 좀 더 살피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 마을학교다. 부모님 두 분이 돈을 벌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생계형 맞벌이 부부가 많아 집에 돌아가지 못 하고 학교 주변에서 배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방과 후의 아이들 돌봄을 고민한 분들이 모였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시범운영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를 느끼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게 돼 마을학교를 세웠다”고 말했다. 마을학교의 교사는 마을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던 엄마들이다. 마을학교는 ‘마을이 곧 학교다’라는 의미다.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마을에서 함께 잘 사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곳이다. 일종의 대안학교다. 
 ▲마을학교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에 이르기까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드는 석교마을신문이 있다. 석교마을신문은 2012년에 창간되어 월 1회 5000부를 발행하여 행정동으로 하나 되는 석교동, 호동, 옥계동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마을신문의 목표는 소통의 매개다. 김 발행인은 “마을신문만큼은 마을학교의 개념이 아닌, 마을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며 “신문 배포를 돕는 청소년들은 봉사 과정에서 어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마을학교를 진행할 때 가장 중심에 두었던 생각이 지금 행복했던 아이가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만 몰려가는 아이들이 나중에 돌아볼 때 어떤 시기를 기억하고 어떤 사람을 기억하고 어떤 장소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며 “현재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주민이 주민을 돕는 구조,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는 석교동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의 시작은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마음이었지만 점점 확장되어 주변 사람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게 된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이명숙 이사장은 “사춘기 때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엄마들과 같이 의논하고 애태우는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믿음과 신뢰가 생겼고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마을공동체 안으로 온전히 들어온 이 이사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좋은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마을에서 나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충분히 직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며 “마을이 답”이라고 말했다.         

글 / 사진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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