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전화, 죽음의 전화로

 

 

   투신자살은 자살의 종류 중에서도 극단적인 자살이다. 비교적 고통이 적은 수면제, 번개탄과 달리 죽기 바로 직전까지 고통스러운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미 한강은 투신자살의 장소로 유명하다. 이 오명을 지우고 한강 내 투신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마포대교에 시범적으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는 다리 난간에 거울, 자살예방 문구와 생명의 전화를 통해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 시도된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가 시행된 5년 동안의 자살률에는 차이가 없지만 투신율은 되레 급증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살시도 현황 자료에선 ▲2012년 15건(사망 6건 포함) ▲2013년 93건(5건) ▲2014년 184건(5건)으로 마포대교 내 자살 시도가 오히려 증가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마포대교는 ‘죽음의 다리’인 것이다.
   이 이유가 궁금한 기자는 직접 마포대교를 찾아갔다. 마포대교를 직접 걸어가는 길은 위험했다. 마포대교를 가기 위해 마포역에서 내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는 길에 있던 횡단보도엔 신호등이 없었기 때문에 시속 80km를 넘어 지나가는 차들을 좌우로 보며 기자가 직접 피해 가야 했다. 자살을 시도하기 쉬운 장소는 아니었다.
   다리에 진입한 기자에게 다리는 “밥은 먹었어?”라며 물어봤다. 기분이 상하진 않았고 신기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마포대교의 자극적인 문구가 연일 화제가 되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지금 한번 해봐요”란 문구는 생명의 다리라는 마포대교의 문구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자가 다녀와보니 그 문구들이 이해가 됐다. 자극적인 문구들은 문장의 일부였다. 다리에 연결된 길의 마디 하나씩 문구가 있었고 그 문구들이 모여 하나의 문장을 이루었다. “하하하하하하하”란 문구는 “풋하고 웃지 말고 하하하하하하하”란 문구의 하나였고, “지금 한번 해봐요”의 문구는 생명의 전화에 “전화 한 번 해봐요”의 일부였다. 이렇게 인터넷에선 일부 문구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완 반대로 미비점 또한 존재했다. 170cm를 겨우 넘는 기자가 다리에 올라가 보자 난간이 가슴 높이밖에 오지 않았다. 서울시는 향후 난간의 높이를 2m로 높인다고 한다. 자살을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마포대교를 지나가며 보았던 한강의 아름다움을 다시 볼 수 없다니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마포대교의 3분의 1지점엔 생명의 전화가 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게 남들에겐 말하지 못 했던 속 사정을 듣고 공감하려는 뜻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삶의 낭떠러지에 서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위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마포대교의 전화기는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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