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재발견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화두로 재도약한 인문학의 열풍은 문학, 사회학, 철학을 걸쳐 고전까지 이르렀다. 최근 인문학의 열풍이 다시 불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논어 출처.http://m.blog.daum.net/_m/articleView.do?blogid=0FNgm&articleno=7566869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이란 사전적 해석으로는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을 말한다. 달리 말하자면, 인문학은 인간이 사고하는 것과 그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광활한 대지에 거대 제국을 건설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을 대신해주는 편리한 대체물들을 양산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삶은 여러 과정을 거치는 단계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인류의 삶이란, 이렇듯 단순해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란 단순하게 변화된 인류의 터전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도, 단순해질 수도 없었다. 결국 인간의 삶은 언젠가부터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게 되었고, 어느덧 부재의 공간 한편에 인문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인문학은 상실의 시대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의 지성에 촉촉한 단비처럼 위안을 가져다주었고, 현대인은 잊었던 지적 유희를 느끼며 다시금 책을 손에 쥐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특히 현대인에게 천년 이상의 지혜가 담겨있는 고전 문학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참된 진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깊은 공감을 선사했고, 다시 한번 고전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도록 만들었다.   
    ‘고전(古典, Classic)’이란 옛날 문헌이란 뜻으로, 문학에서는 역사적으로 위치가 인정되는 작품을 뜻한다. 고전은 다른 무엇보다도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전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들 수 있다, 먼저 작품 자체가 질적으로 인정받을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측면, 다음으로 후대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그 가치를 전수하고 뜻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는 라틴어의 ‘Classicus’에서 유래되었으며 ‘인류의’, ‘규범의’라는 뜻을 갖는다. ‘인류’라는 뜻은 가치를 의미하며, ‘규범’이라는 뜻은 올바른 형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후대에 모범이 되는 가치 있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자 출처.http://kjh1691.mireene.kr/
    ‘논어(論語)’는 평소 스승 공자와의 대화를 통해 배움을 얻은 제자가 기록한 책이다. 초기에는 논어라는 명칭 보다 ‘전(傳)’, ‘기(記)’, ‘논(論)’, ‘어(語)’ 등의 이름으로 알려졌으나, 지역에 따라 다른 명칭이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논어라는 이름을 통상적으로 부르게 된 것은 전한 6대 경제 (BC 188 - BC 157 - BC 141) ~ 7대 무제 (BC 156 - BC 141 - BC 87) 기간이며, 후한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립되었다고 전해진다.
   논어의 편찬은 어느 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먼저 공자 사후에 중궁, 자유, 자하 등의 제자가 주도했고, 다음으로 증자 사후에 유자, 민자 등이 주도했으며, 마지막으로 전국시대 시절 맹자 생존 또는 사후에 누군가가 내용을 첨가 · 보충했다고 전해진다.
   논어는 현재, 전체 20편, 482장, 600여 문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자가 직접 저작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스승인 그의 철학과 지혜를 담아내기 위해 공동으로 편찬한 책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일관적으로 서술한 책과는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전체 20장으로 구성된 논어는 호칭과 서술 방법 등의 이유로 책의 앞부분 10장을 ‘상론(上論)’, 다시 그 뒤에 이어지는 10장을 ‘하론(下論)’으로 구분하고 있다. 논어는 주로 공자가 제자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토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 공자와 제자들이 서로 문답하며 토론한 내용은 ‘논’으로, 제자들에게 공자가 직접 가르침을 주는 내용은 ‘어’라고 칭한다. 또한 논어는 다른 경전들과 다르게 격언뿐만 아니라 금언을 모아놓은 듯한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자의 전 생애를 걸쳐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한 내용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논어는 최근 출판시장에서 순수 문학 분야를 제외하고도 여러 분야로 출간되고 있는데,  이는 논어 안에 담긴 2500년의 지혜가 여러 학문에서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넓고 깊은 범주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논어를 책 전체의 바탕이 되는 철학으로 삼고 있는 출판물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진보적인 삶을 논할 때도 세계와 사람에 대한 깊은 지혜와 성찰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논어 사회학’,  끊임없는 인격 수양과 배움을 통해 리더로서의 자세를 제대로 갖추고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논어 경영학’,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보다는 타인에게서 티끌 같은 단점이라도 먼저 찾으려고 혈안이 된 현대인에게 불안과 우울의 속성은 자신의 열등감을 깨닫지 못함임을 알려주는 ‘논어 심리학’, 부모와 스승과 친구에게 어떻게 진정한 사랑과 존중을 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논어 인생학’ 등 인문학이 아닌 분야에서도 중심축으로서 작용하는 논어는 여러 학문에서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봤을 때 그 깊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했던 단어이자, 많은 학자들이 논어를 연구할 때마다 항상 그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仁)이다. 인은 사전적 의미처럼 ‘어질다’, ‘참되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사랑’이나 ‘용서’, ‘관용’ 등의 넓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공자가 말했던 인의 참뜻은 무엇이며, 논어를 다시 꺼내든 현대인은 고전에서 인문의 향기를 느끼며 어떤 성찰을 얻게 될 것인지 앞날이 주목된다.

         
송지혜 대학원생기자
cinepoem15@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