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부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경제적으로만 봤을 때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도움을 받던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현재 도움을 주는 국가로 성장했다. 그 때 당시 우리보다 잘 살았던 많은 국가들도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국가가 됐다. 
   세계 경제학자들도 놀랄 만큼 몇 십 년 만에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현재 무역으로 큰 이익을 보고 있으며 많은 상품을 수출하고 수입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몇몇 나라들과 FTA를 체결해 관세장벽을 허물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는 현재 자유무역 정책을 택하고 있다. 1995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여 나라 간의 무역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자유무역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자유무역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이런 자유무역정책이 오히려 독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도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과 그것을 이끌어가는 선진국들의 정책을 여러 가지 자료와 근거를 들어 비판한다. 개발도상국을 자유무역시장에 내놓는 것은 6살짜리 어린아이보고 돈을 벌라는 것과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능력을 갖지 못한 개발도상국에게 선진국의 정책은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경기자들이 경쟁하는 게임으로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 정통 경제 이론에 입각한 처방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떻게 해를 끼쳐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자유무역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미국, 영국도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호와 보조금, 규제정책을 혼합하여 사용했다. 어느 정도 자신의 나라가 경쟁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철저한 보호무역을 한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 또한 지금은 자유무역을 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현재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책 제목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들을 자유무역시장으로 내모는 선진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은 경제 이론과 실제 경제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춰 경제 정책이 적용되어야지 일방적으로 같은 정책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경제 정책에 개발도상국들은 힘없이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자국의 산업을 먼저 발전시킨 뒤 시장에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고 있지 않다.
   장 교수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지금까지 정답으로 여겨졌던 신자유주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떻게 개발도상국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알고 넘어갔던 세계화나 자유무역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거나 경제학에 관한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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