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건물 기능적 측면의 문제점은?

  기획연재
  1. 우리의 공간은 안전 한가 
  2. 우리의 공간, 다시 들여다보기 ☜

 

지난호(1095호) 본지에서는 우리 학교 교내 건물의 안전성을 주제로 우리의 공간 곳곳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기능성이다. 조금은 사소할 수도 그리고 모호할 수도 있는 건물의 기능성은 안정성과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우리 신체에 위협을 주진 않지만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건물 속에서 쾌적하게 생활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이와 같은 물음이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다.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우리의 공간을 다시 들여다본다.
  
   ①소음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2만이란 학우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내는 이 목소리들은 파 형태로, 단단한 물질에 부딪히면 반사되면서 잔향을 일으킨다. 우리가 교정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들은 골조에 페인트만 칠해놓은 것들이어서 소리를 반사시킨다. 그렇기에 상당수 우리 학교 건물의 내부에선 말을 할 경우 울리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우들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외부인들이 함께 머물면서 공부하는 중앙도서관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열람실 외부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조성해놓은 학습공간이 많다. 하지만 1층 로비에 자리해있는 카페(99th street)와 매점 등은 많은 사람들이 들락이며 대화하는 공간임에도 음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학습자에게 쾌적한 학습환경은 아니다.
   이는 공대 2호관 1층 통로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학우들이 쪽문으로 가기위해 1층 통로를 이용하는 탓에 주변 일대 소음문제는 전부터 대두돼 왔다. 우리학교 건축공학과 김규용 교수(이하 김 교수)는 “골조에 페인트만 칠해놓은, 비용이 저렴한 벽”이라며 “음이 반사되지 않고 흡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결국 예산문제로 귀착된다는 설명이다. 시설과 김흥섭 계장은 “토목과의 경우 세미나실, 연구실에 두꺼운 방음문을 설치했지만 문이 무거워 여학생은 열기 힘든 문제가 있다”며 “건축적으로 해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실 내부에서도 쾌적한 환경을 방해하는 요소는 존재한다. 바로 라디에이터(사진1)다. 선진경(심리·2) 학우는 “수업 중에 라디에이터에서 탁 탁 하는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아직도 다수의 건물에서 난방수단으로 라디에이터를 사용하고 있어 많은 학우들이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김 교수는 “파워플랜트에서 배관을 통해 증기를 보내주면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만 열리는 뚜껑이 개폐를 반복하면서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설과 김 계장은 “천장형 냉·난방기로 교체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진1 / 교내 곳곳에 있는 라디에이터

   ②환기
   농대, 약대 등 실험실이 있는 복도에 가보면 길게 놓여있는 실험기기들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을 지나다보면 코를 찌르는 실험약품 냄새를 경험할 수 있다, 실험실 내부에는 환기시설이 갖춰져있지만 복도는 중복도(양쪽 방 사이에 있는 복도) 형태라 환기엔 어려움이 있다. 애초에 실험기기를 복도에 배치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실험실 내 공간 부족으로 별다른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③창호의 기능성         
   실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손실되는 곳이 창호이다. 본래 유리는 열을 잘 통과시키기 때문에 단열이 뛰어난 기능성 창호가 주목을 받는다. 단열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문대이다. 인문대에 소속된 재학생들 사이에선 ‘춥다’란 불평이 자자하다. 한 인문대 재학생은 “밖에 있다 실내로 들어오면 한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문대 한 강의실 창호를 접한 김 교수는 “단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2 / 막동 바로 옆 강의실의 창호


   창호에서 중요한 것은 단열만이 아니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시키는 차음성 역시 중요하다. 완연한 봄날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막걸리 동산(이하 막동). 바로 이 막동 옆에 위치해 있는 자연과학대는 봄철이면 소음에 시달리곤 한다. 김 교수는 막동 옆 자연과학대의 한 강의실 창호(사진2)를 보며 “차음에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준혁(수학·3) 학우는 “자연대 1호관 건물이 조각공원(막동) 바로 옆에 있어 매년 봄 수업 중에 소음공해를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④휴식공간
   강의가 끝나고 혹은 잠깐의 여유시간에 쉬면서 얘기할 수 있는 건물 속 쉼터가 교내엔 있을까? 건축공학과 이진숙 교수는 “학생들이 차 마시며 얘기할 수 있는 쉼터가 부족한 것 같다”며 “그런 것들이 있다면 공간이 한층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대, 농대, 사과대, 자과대, 공대 1호관 등 다수의 건물에는 건물 이용자들을 위한 쉼터가 없었다.
   이에 대한 대학본부의 인식은 같았다. 다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설과 김 계장은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할 경우 창호와 여유공간(휴게공간) 외에도 협의 과정에서 실험실이나 연구실 등 공간 증설에 대한 요구가 있다”며 “모든 게 결국은 예산 문제”라고 말했다.

   ⑤공간배치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 권문성은 건물의 기능을 편리함과 효율을 전제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즐기고 싶은 기능’을 얘기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 학교 건물의 공간배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학교 이찬용 생화학과 교수는 “집이 길하면 사람이 영예롭다는 말이 있다. 정문에서 도서관에 이르는 한빛 길은 우리대학의 젊은 주인공들인 학생들이 등교하며 큰 뜻을 품고 학문에 정진하는 기운이 발원하는 곳”이라며 “대학의 상징이자 두뇌인 도서관의 좌측과 중앙에 볼썽사납게 서 있는 학생생활관 건물들이 상아탑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설과 관계자는 “스카이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선 건물이 5층이하여야 한다”며 “그만큼 부지가 확충돼야 하는데 그렇게되면 임야를 훼손해서 건물을 지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 /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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