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우들이 생각하는 북한과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노래 가사일 것이다. TV만 켜면 연일 쏟아지는 북한관련 기사와 정보 속에서 우리 학교 학우들은 북한과 통일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 알아보았다.
   본지는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이틀간 우리 학교 학우 500명을 대상으로 북한·통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본 설문조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대북·통일인식변화리포트와 통일평화연구소에서 발표한 2014 통일의식조사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설문부분은 ▲‘북한’의 이미지 ▲‘북한’은 어떤 대상 ▲주변국 친밀도 ▲통일의 필요성 ▲통일 시기 ▲통일 방식이다.

   전쟁 · 군사 · 핵무기 그럼에도 북한은 협력대상

 
   ‘북한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24.16%의 학우들은 ▲전쟁·군사·핵무기라고 대답했다. ▲독재국가(21.71%) ▲빈곤 기근(17.08%)이 뒤를 이었으며 ▲한민족 통일(7.33%)이 가장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정치외교학과 김학성 교수는 “이미지는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를 의미한다”며 “우리 언론이 가진 북한 프레임이 군사적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우리에게 어떠한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학우들은 ▲협력 대상(29.7%)을 가장 많이 뽑았다. ▲지원 대상(25.46%) ▲경계 대상(24.9%) ▲적대 대상(18.63%) ▲경쟁 대상(1.29%)으로 이어졌다. ‘전쟁·군사·핵무기’와 ‘독재국가’라는 이미지 조사결과와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김학성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이중적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조사결과를 해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의 전쟁 경험을 통한 부정적인 인식과 동시에 빈곤과 기근에 시달리는 동족이라는 안타까운 인식이 혼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을 통한 모습과 전쟁의 기억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낳았지만 동시에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성이 남아 협력 대상, 지원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중적 인식구조는 ‘주변국 국민에 대해 어느 정도 친밀감을 느끼는가? (1점 멀게 느낌 ~ 10점 가깝게 느낌)’라는 질문에서도 나타났다. 북한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4.97)에 뒤이어 ▲북한 주민(4.21)은 두 번째로 높은 친밀감을 갖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학성 교수는 “국민에 대한 인식과 국가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며 “보통 사람들이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김일성 가문과 그 엘리트다. 보통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연민의 감정을 갖는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을 분할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친밀감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교수는 “2000년대 중반에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과 북한이 축구 경기를 하면 북한을 응원한다는 비율이 높다. 반면 미국과 북한에서 살아야 한다면 미국에서 산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대 다수였다”며 “한민족으로서 갖게 되는 친밀도는 북한이 높지만, 가치의 측면에서는 미국에게 갖는 친밀도가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지는 않지만 같은 언어와 역사를 나눈 민족으로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다.

   당위적 통일 의식 아닌 현실적 통일 의식 필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45.4%의’ 학우들이 ▲반반이라고 응답했다.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9.4%였으며 ▲필요 없다고 응답한 학우는 13.2%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2014 통일의식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5.8%였음을 고려한다면 대폭 낮은 수치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김교수는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며 “반반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도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통일’에 대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통일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당위적 통일만을 제시한다. 남북 간의 대화도 거의 없는 시점에서 통일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학우들은 압도적인 차이로 ▲여건이 성숙될 때(77.4%)로 응답했다. 반면 ▲가능한 빨리는 11%, ▲현 상태 유지는 6.2%, ▲통일에 관심 없음은 5.4%에 불과했다. 성숙된 여건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김학성 교수는 가장 중요한 여건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을 꼽았다. 김 교수는 “현재 체제에서 합의 하에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돌이 작은 종지에 떨어지면 물이 튀고 그릇이 깨지지만 큰 항아리에 떨어지면 그대로 흡수된다. 한국 사회가 항아리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외적 상황을 임의대로 바꿔나가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니 내적인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독일의 통일은 갑작스러웠지만 서독의 역량이 충분했기에 동독을 흡수할 수 있었다”며 내적 역량 성장을 거듭 강조했다.

 
   ‘희망하는 통일방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수의 학우들이 ▲남한체제로 단일화(64.6%)를 선택했다. 이어 ▲남북한 체제의 절충(25.8%)이 따랐으며 ▲기타(14.6%)도 나타났다. 기타를 선택한 학우는 “남북한 두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남한체제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연방제’를 제안한 학우도 있었다. 남북한 체제의 절충이라는 대답에 김교수는 “제3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현재 우리체제가 지닌 장점도 있지만 부의 불균등과 같은 단점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실망한 학생들이 사회주의의 장점으로 보완하자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성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같은 언어와 역사를 지닌 민족의식”이라며 “북한이 아무리 체제가 다르더라도 민족의식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장의 통일이 어렵더라도 북한은 남이 될 수 없다. 통일을 위한 점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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