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산국의 신앙과 독도

 
   우산국은 이주민 사회라 사소한 의견이나 관습의 차이가 촌락의 분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만일 그런 상황에서 신라의 침범을 받았다면 쉽게 복속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산국이 신라를 물리쳤다는 것은, 그 이전에 화합을 이루었고 ‘신라에 복속 당하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라는 국가의식도 확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국가의식은 일정한 가치관을 공유할 때 가능한 일인데, 그것은 태양숭배사상 이외는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태양을 숭배하는데, 동해안 주민들이 태양을 숭배한다는 것은 전승이나 ‘우’나 ‘울’이라는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신라의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해와 달이 없어지고 세상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세오녀가 짜서 보내준 비단을 바치며 제사를 지냈더니 일월이 다시 나타났다는 전승이 있다. 이는 해와 달의 정기인 연오랑과 세오녀의 본질을 이야기한 것인데, 두 남여의 이름에 있는 오(烏)는 태양에 사는 세발 달린 까마귀(三足烏)를 말하는데 ‘우(于)’와는 같이 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오(烏)는 인간들의 태양숭배사상을 상징하여, 이런 전승이 전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태양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빛이나 태양을 상징하는 전승이 전하거나 그런 의미의 우(오)가 포함된 지명을 가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태양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그처럼 태양을 숭배하는 인간들의 신앙심을 반영한다는 오(烏)와 우(于·宇·羽·武·鬱·蔚)가 포함되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태양을 숭배한다는 것으로, 우산국 사람들의 태양숭배사상은 저절로 입증된다. 그래서 우산국의 별명으로 보는 울국(蔚國·鬱國)을 태양을 맞아들이는 나라로 보는 것이다.
   우산국에 사는 사람들은 우산국으로 이주하기 전에도 동맹 영고 무천과 같은 제천의례를 통해 태양에 대한 숭배심을 표했고, 소도라는 고정된 제천의례장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 제천의례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도 유사한 형식의 의례를 거행했다. 따라서 우산국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태양을 승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산국 사람들과 태양은 더 특별한 관계였다. 나라가 바다 가운데 위치하는 관계로, 해가 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해가 지면 하루가 끝난다. 그처럼 하루 종일 태양과 바다만 보고 사는 그들은 자신들이 태양을 독점하고 태양은 자신들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의례의 형식이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서로 비웃고 조롱하다 다투기도 했다. 그러다 사소한 차이로 다투는 것보다 태양을 숭배한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해서 화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한 인물도 나타났다. 그리고 태양숭배사상을 공동가치관으로 발전시킨 후에는,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추대되었고, 그런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신라의 침범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독도의 가치가 더 커진다. 우산국 사람들은 동방에서 뜨는 태양을 보며, ‘독도 뒤나 옆에서 태양이 떠 오른다’거나, ‘독도 뒤에서 태양이 뜬다’라고 여기기도 하고 ‘하루 종일 하늘을 돌고 돌아온 태양을 맞이하여 하룻밤을 쉬게 했다가 아침에 다시 내보낸다’며, 독도를 태양의 거주지로 보기도 했다.
  옛날에는 태양이 하늘을 돌고 서해로 들어간 다음에, 해저의 통로를 통해 독도로 돌아가 하룻밤을 쉬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하늘에 뜨는 것으로 믿기도 했다.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독도 쪽에서 뜨는 태양을 보며 감사의례를 올리는 사이에, 독도는 그들의 태양숭배사상까지 획득하고 우산국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으로 군림하게 됐다.
   그런 독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우산국에 독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고대인의 신앙을 간과한 단견일 뿐이다. 태양을 숭배하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우산국은 태양을 숭배한다는 사상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화합과 단결을 이룬 나라다. 그런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독도의 영유를 부정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다음 연재는 5. 우산국과 사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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