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TV에 굶어죽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안타깝다’가 전부이다. 좀 더 나아가면 굶주린 아이들에게 후원을 한다. 나 또한 유니세프를 통해 한 달에 일정금액을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와는 동떨어진 상황으로 느껴진다. 당장 주위에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체감은 못해도 의문이 든 적은 있다. 유럽,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식량이 남아도는데 왜 지구 저편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의문은 들었지만 너무 먼 이야기라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어렴풋이 추측만 할 뿐이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나가는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단 한 번도 기아 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내가 가졌던 의문을 말끔히 해소해준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기아의 실태, 그 이유 등을 대화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현재 지구상 인구의 두 배인 120억명이 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하루의 10만 명,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다. 유엔식량조사특별조사관인 지은이는 이런 기아 문제를 면밀히 분석했다. 지은이는 그 이유로 전쟁, 정치 권력의 부패,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것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 등의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기아는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국제기구나 구호단체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구호단체들은 내전과 전쟁 때문에 해당 지역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우며 설령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구호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구조할 아이들을 선별해야 한다. 구호단체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소는 배불리 먹는데 사람들은 굶어가는 현실, 전쟁, 삼림파괴…. 이 모든 것이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돈 있는 사람들만의 자본주의가 기아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국제기업은 이익을 챙기려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외면한다.
   단순히 기아문제를 감성적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기아의 진실을 알게 됐다. 기아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에게는 먼 일이 아니다. 만날 수 없는 우리 민족인 북한이 심각한 식량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기아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선진국에서 남는 식량을 가져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후원의 증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기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 책이 사람들에게 기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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