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신조어를 모아보다

   지난해 많은 인기 속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기억하는가. 드라마는 90년대 대학생들의 풋풋한 대학생활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를 보낸 대학생들은 문화의 격변기에 머물렀던 격정적인 X세대였다. 그리고 X세대 이전에 6.25전쟁 후 출산율이 급격히 높았던 때에 태어나 민주화 시기에 대학생활을 보냈던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이렇듯 변하는 사회에 머물렀던 젊은 세대들을 칭하는 말들이 있다. 그렇다면 다시금 사회의 격변기를 보내는 지금의 20대는 어떤 세대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세대라고 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20대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단순한 단어지만 20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신조어들을 알아보자.

 

   우리의 모습, 어디까지 알고 있니?
   ◎홀로 서지 못하는 20대를 대변하다
   새끼 캥거루는 엄마 캥거루의 주머니에 들어가 산다. 이 모습을 빗대 최근 대학생들 중 졸업을 하고 취직할 나이가 됐음에도 취직하지 않고 부모님에게 의지해 얹혀사는 이들을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비슷한 말로 부모의 곁을 떠나지 않는 자라에 빗댄 ‘자라증후군‘도 있다. 또한 경제적 자립을 시도했지만 이후에 다시 부모 곁으로 되돌아오는 젊은이들을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원래 살던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습성과 비교해 ’연어족‘이라 부른다. 이렇게 빗댄 용어들의 공통점은 홀로 서지 못하는 20대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취업과 불안정한 지갑 사정으로 20대들은 사회에 나갔어도 경제적인 부분에서 쉽게 정착하지 못해 부모님의 지원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2013년 금융위원회에서 실시한 대학생 한달 평균 수입 및 지출 현황에 따르면 대학생 월 평균 수입은 47만원이지만 월 평균 지출은 2배 이상 높은 112만 4천원이었다. 보통 학생들의 수입원은 일이 많고 시급이 6천원에 못 미치는 음식점이나 문화시설 등의 아르바이트다. 하지만 주요 지출은 등록금과 식비처럼 미룰 수 없는 필수적인 지출의 액수가 많았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듯 학생들 스스로 모든 지출을 책임질 수 없어 홀로 서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람들과 단절되다
   학교 밖에서 취업과 대외활동에 매여 생활하다보면 학교 안에서의 생활을 놓치고 산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가의 큰 화두로 떠오르며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신조어가 있다.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과 ‘아싸(아웃사이더)’다. 대학생의 실제 생활을 담았던 EBS다큐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를 보면 혼밥하는 이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혼자서 빨리 밥을 먹고 시간을 아껴 공부를 해야하거나 각자 하는 일이 달라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밥먹을 시간까지 아껴야할 정도로 해야할 것이 많고 누군가와 얘기하며 밥먹는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토익, 토스, 해외경험, 직무 관련 인턴 경험 등 모든 것을 챙겨야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자신의 스케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혼자 밥을 먹는 등의 경우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상황이 안돼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이들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이들도 있다. 남보다 자신의 만족과 기분을 중시하는 이들을 칭해 ‘코쿤(cocoon)족’이라 한다. 코쿤은 ‘고치’라는 의미로 사회와 단절돼 고치와 같은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에 머물면서 개인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비슷한 단어로 사회생활이나 단체활동 등에 관심이 없고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이들을 지칭하는 ‘나홀로족’도 있다. 이들에게 혼자 있는 것은 곧 피곤한 대인관계에서 해방되는 출구다. 우리학교 A학우(경영·4)는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면 친구들과 함께일 때보다 스스로 느끼고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 위주로 뭔가를 할 수 있어 좋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하는 것이 ‘활동형 외톨이’다. 흔히 히키코모리라 불리며 사회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와 달리 활동형 외톨이는 사회활동도 하고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지만 인간관계로 얽히는 것은 피한다. 이들은 인간관계로 일어나는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싫어 사적인 관계를 단절시킨다.
   할리우드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자신이 활동형 외톨이임을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불편하고 말주변이 없어 늘 주눅이 들어 있으며 말을 할 때 상대방을 재미없게 만들어 대화가 힘들다고 고백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SNS나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활동형 외톨이들을 만드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격을 연기하다
   한국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스스럼없이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사회는 집중한다. 이렇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주목받으며 어울리기 위해서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자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심지어 내향성을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치부해버리는 인식 때문에 외향성을 ‘연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내향적으로 행동하면 ‘답답하다’거나 ‘적응을 못하는 사람인가’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은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며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있으면서 여러 가지 사색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개인의 기질 차이 일뿐 외향성이 좋은 것이고 내향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순한 단어를 넘어 세태를 꼬집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취업준비부터 스펙쌓기, 공인외국어시험과 자격증 등 챙겨야할 것들이 많다. 20대를 나타내는 신조어들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 세분화되고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20대에서 유행하는 문화의 변화 양상이 매우 빠르고 같은 20대라 해도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생활 패턴이나 성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이전처럼 한가지 용어만으로는 정의하기가 어려워졌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흐름 속에 항상 머물러있던 것은 20대다. 경제적으론 불안정하고 아직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대학생들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와 고민은 어느 세대보다 치열하다. 취업과 스펙에 관련된, 밝지 않은 신조어를 보면 우리 세대의 삶은 걱정만이 가득해 보인다. 앞으론 암울하지 않은, 20대의 밝은 모습이 나타난 새로운 신조어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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