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산국의 인구

 
   우산국이 신라를 격퇴했다는 것은 우산국이 그만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또 그만한 인구가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사부가 동원한 군대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없으나, 그가 왕족이고 진흥왕대까지 활약한 중신이었다는 사실이나 하슬라주의 군주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동원된 병사도 신분에 상당하는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우산국 사람들에게 보이며 위협하려고 신라군이 전함에 싣고 간 사자상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었고(多造木偶獅子), 그것을 전함에 나누어 실었다(分載戰艦)는 것을 보면, 동원한 전함도 두 척 이상이었다.  몇 명의 병사가 승선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으나 사자를 싣지 않은 전함도 동원됐을 것이므로, 백 단위의 병사는 추정해야 한다. 
   우산국이 그런 규모의 신라군을 물리쳤다는 것은 험한 지리적 이점만이 아니라, 전의를 불태우는 병사들을 인솔하는 지도자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런 우산국의 인구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언제 어디서 이주했는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직접 언급한 기록이 없어 신라를 한 번 이상 격퇴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추정해야 한다.
   원래 이주는 신들이 거주지를 선택하는 행위였다. 신들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서 천지간의 이동은 물론 천하사방의 이동도 하고 있었다. 환웅이 천상에서 태백산으로 이주한 것이나, 알로 태어난 추모가 하늘에서 내려와 고구려를 건국한 것, 혁거세가 백마를 타고 내려와 신라의 지도자가 된 것도 거주지를 선택하는 이동이었다.
   그에 반해 인간들의 이동은 천하의 동서남북으로 한정된다. 그런 인간들의 이주는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이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망치는 이주, 바다에 나갔다 표류하는 것과 같은 이주도 있었다. 그런데 우산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공간은 동방의 왜, 서방의 삼한이나 삼국, 북방의 중국, 남방의 동남아시아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우산국의 동방 일본에는 무나카타(宗像)라는 세 여신이 있었는데, 조선을 왕래하는 배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에 건너갈 때마다 그 신들의 수호를 빌었고, 뜻을 이루고 귀환하면 감사의례를 올렸다. 그런데 그 여신들은 울릉도로 볼 수 있는 우사노시마(宇佐島)로 이주한 신들이고, 그 신을 모시는 카라씨(辛氏·韓氏)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이주민들이었다. 일본인들이 우산국을 거쳐 한반도를 오가거나 우산국에 정착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전승이다. 
   우산국 서방에 있는 삼한 사람들의 이주는 울릉도라는 도명으로 알 수 있다. 울릉도의 고명 우산(于山·羽山)은 우릉(于陵)·무릉(武陵) 등으로 표기되는데, 于陵과 武陵이 같이 표기되는 것은, 중국인들이 우(宇)와 무(武)를 같은 우로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해연안 일대를 우·무·울이라고 칭한다. 우혜야(于兮也)나 울진(蔚珍:鬱珍)도 그런 의미의 지명이다. 그런 동해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울의 섬」, 「울릉의 섬」으로 이것이 후에 蔚島·羽島·武島 등으로 표기 된다. 이처럼 울릉도라는 도명에는 동해안에 사는 사람을 비롯한 삼한·삼국 사람들이 이주하여 산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늘에서 내려와 가야국의 왕이 된 수로왕은 혼인을 사양하다가 남방의 아유다국에서 건너온 허황옥을 왕후로 맞이했다.  이것은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지에서 한반도로 이주한 사실을 반영한 전승으로, 그런 이주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우산국의 이주도 이루어진 것이다. 
   북방민의 이주는 조선의 유민이 서라벌에 육촌을 이루고 살았다는 혁거세의 전승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그런 유민 중에는 서라벌에 정착하지 않고 동해안을 거쳐 울릉도에 이주한 자도 있었다. 이사부가 하슬라주의 군주가 되기 전에는 북쪽의 말갈이나 읍루 부족들이 울릉도를 왕래했다.  동성왕에게 동해의 상황을 설명한 노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사방에서 모여든 이주민들이 신라의 침범을 물리쳤다는 것은 그들이 화합하고 결속하여 우산국의 국민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독도는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했다는 512년부터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인식하던 영토로 볼 수 있다.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다음 연재는 4. 우산국의 신앙과 독도 입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