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한복의 움직임을 보다

   국내 전체 패션시장의 2%. 작아지는 입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한복 시장의 모습이다. 지금 한복은 명절에만, 어쩌면 이때마저도 입지 않는 특별한 옷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복에 변화를 추구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왔다. 단순한 디자인에 입고 벗기 편하도록 만든 개량 한복과 화려한 장식과 새로운 소재가 더한 퓨전 한복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복은 우리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옷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복입기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기로에 선 우리 한복의 모습을 살펴보자.

   멀게만 느껴지는 한복
   한복은 기본적으로 치마, 저고리, 바지 등으로 이뤄져있다.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통 한복은 조선후기에서부터 이어져온 형태로 여자한복은 짧은 저고리, 통이 넓은 소매, 길고 풍성한 치마로, 남자한복은 긴 두루마기와 통이 넓은 바지로 구성된다. 또한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와 달리 상하의가 분리된 모습이다. 한복은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된 지극히 한복만의 특징을 잘 담고 있는 옷이다.
   이렇게 개성있는 한복이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옷으로 여겨지며 그동안 외면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복이 등장한 시대의 흐름도 있지만 현대인의 일상과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선 한복의 비싼 가격대다. 보통 한 벌당 20만원에서 30만원이며 원단이 좋은 경우 값은 더 올라간다. 그래서 한복은 대여용으로 보편화돼 있다. 좋은 원단은 관리가 필요하고 여러가지 장식이 더해지면 보관하기도 번거로워진다. 또한 전통 한복의 짧은 저고리와 긴치마, 거기에 묵직한 무게까지 나가니 활동하기에 불편함 점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복을 기피하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도 같이 변화했다. 특별한 날이 아닌 때에 한복을 입으면 낯설고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복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낳았다.
   기모노와 치파오는 현대에 와서 일상복처럼 많이 변형돼 보편화됐다. 한복과 같은 전통복임에도 일본 기모노의 경우, 명절이나 예식 때는 물론 여러 축제나 행사가 열릴 때 기념복처럼 자주 입곤 한다. 기모노에서 더 간편화된 유카타도 있다. 일본의 전통복은 일상에서 잘 보편화된 예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치파오도 일찍이 치마의 길이가 짧아지고 타이트해졌으며 옆트임과 여밈단추, 차이나 넥은 현대식으로 변화했다.

리슬한복의 1. 철릭원피스  2. 두루마기 코트 / 출처. leesle.com
3. 이노주단의 독특한 도트무늬 저고리(좌)와 스트라이프 저고리(우) / 출처. inohjudan.blog.me
   전통과 현대, 한복의 교차점 찾기
   그렇다면 최근 우리 한복에는 어떠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일상복으로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갖춘 생활 한복이 등장했다. 생활 한복 브랜드 ‘리슬한복’의 두루마기 코트는 두루마기의 깃을 살리면서 무난한 디자인으로 일상복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상하의가 따로 구성돼 허리로 연결시킨 남자복식인 철릭을 여성 원피스 형태로 만든 철릭원피스도 있다. 또 다른 생활 한복 브랜드 ‘이노주단’은 자칫 촌스럽고 투박해보일 수 있는 저고리에 독특한 패턴을 넣어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었다. 적당히 낯설지 않게, 적절히 세련되게. 최근 등장하는 생활 한복은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한 지극히 현대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생활 한복 브랜드 ‘리슬한복’의 황이슬 디자이너는 “한복이 전통 옷이다 보니 디자인을 변형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고, 예식 때만 입어야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며 “한복도 옷이라는 생각 아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으로 만들고 싶었고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모던함을 입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한복을 이용하는 고객의 성비는 여성이 90%, 남성이 10%정도다.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층이 대부분이지만 40대에서 50대의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황 디자이너는 “의외로 남성분들의 관심도 많다. 여자친구의 옷을 사주기 위한 고객부터 본인의 옷을 구매하기 위한 손님까지 이유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황 디자이너는 “전통한복은 예복 시장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마저도 대여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대여가 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복의 입지가 작아지는 결과가 올 수 있다. 한복도 원할 때 꺼내입을 수 있는 하나의 의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4일 궁동 로데오 거리에서 열렸던 한복데이. 한복을 입고 전통놀이를 하고 여러가지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 출처.www.facebook.com/hanbokdaydaejeon
   한복을 안 입어서 입게 만들었다 
   작년 10월 궁동의 로데오 거리에 특별한 날이 열렸다. 한국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인들도 많이 참여해 이목을 끌었던 한복데이다. 한복데이는 2012년 전주에서 여러 지역의 청년들이 전통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처음 시작됐다. 2013년에는 전주와 울산, 2014년에는 전주, 울산, 부산, 대구와 대전 등 5개의 대도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한복데이에는 한복입기와 함께 전통공연과 여러 게임도 같이 있어 재밌는 추억도 남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복을 입거나 한복데이 당일 약간의 돈을 내고 한복 대여를 해 한복데이를 즐기면 된다.
   대전의 한복데이를 기획하는 대전 대학생문화기획단 권형한 대표는 “작년 10월 한복데이 실시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한복을 입을 기회가 없기에 한복데이에 참가해 한복을 입어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고, 외국인들도 참여해 한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한복데이는 4월 11일 우리학교 운동장과 벚꽃길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3개의 테마와 8개의 자판형식의 놀이를 준비해 쉽게 준비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구성한다. 권 대표는 “한복 활성화를 위해 ‘우리 옷을 입자’라는 문구가 담긴 팔찌도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홍색 벚꽃길 아래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북적일 사람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아직까지 생활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미미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한복의 변화를 주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그것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마음이 잘 맞아간다면 생활 한복의 일상화와 보편화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한복, 이제는 특별한 날에만 입는 전통복이라는 무거운 굴레를 벗어던지고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과 동화될 때이다.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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