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기고 가리고 다시 붙이는 전쟁의 반복

  동아리, 기업, 신입생 모두 숨가쁜 시즌이 다가왔다. 신입생들이 캠퍼스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언제나 그렇듯 홍보포스터는 학교를 장악했고, 게시판엔 한가득 소리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우리학교의 홍보게시물 현황을 돌아본다.

 

 

 

 

  전쟁터가 된 그곳
  포스터가 다른 게시물로 인해 가리고, 그 위엔 또다시 다른 포스터가 붙는다. 이런 모습은 게시판에선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는 학기 초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홍보포스터가 급증한 탓인데, 이에 대학본부는 ‘홍보게시물 관리지침 제 6조 3항(학기 초, 축제기간 등 홍보물이 급증하는 기간 동안에는 자율게시판을 설정하여 운영할 수 있으며, 동 기간 중에는 관리지침을 완화하여 운영할 수 있다)’을 두어 자율게시기간을 설정해 일정기간 동안 단속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로 우리학교 사회과학대(이하 사과대)로 이어진 언덕에는 긴 포스터의 행렬(사진)을 볼 수 있다.
  직접 홍보를 하는 동아리 회장들은 ‘게시판에 질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팝스우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수영(정밀응용화·2) 학우는 “서로 다른 포스터를 덮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 동아리 홍보를 담당하는 익명의 학우는 “게시판에 질서가 없다”며 “질서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게시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외부게시물이다. 교내 동아리 홍보포스터가 외부게시물에 의해 묻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학생이 학내 홍보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 4일(수) 유동인구가 많은 5곳의 게시판(▲1학 ▲2학 ▲한누리회관 ▲산학연 ▲교양관)을 조사했다. 면적이 절반 이상 드러난 포스터만을 대상으로 게시물을 집계한 결과 외부게시물의 비중이 30%(총 188장 중 57장)를 차지했다.
  승인을 받지 않은 외부게시물은 철거해야 하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홍보게시물 관리지침 제 7조(관리자의 임무) 1항(홍보물 관리자는 담당구역을 정기 또는 수시로 점검·관리하여야 한다)에 따르면 홍보 관리자는 해당 구역을 점검해야 한다. 홍보게시물 관리지침에 명시된 관리구역에 따라 게시판을 나눠 담당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업무량이 가중된 상태로 해당 기관의 행정실 직원이 맡게 돼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시판을 담당하고 있는 B 직원은 “게시판을 주기적으로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 현수막이 아닌 게시판의 경우 거의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본부 총무과 이상호 계장은 “기본적인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지켜달라는 취지로 지침을 만든 것이어서 그에 벗어나는 것에 대해선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게시판을 내부게시판과 외부게시판으로 분리해 관리한다면 난잡한 게시판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순 없겠지만 질서있는 게시판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시판에 붙어있는 외부홍보물

 

  “게시판 부족” vs “공감 못해”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게시판 자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C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한 학우는 “동아리 홍보용 포스터를 붙일 공간이 많지 않다”고 게시판 부족을 언급했다. 실제로 예술대학에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거리, 3학생회관 등 캠퍼스 내에는 효과적으로 홍보할 게시판이 부족하다.
  이에 총무과 이상호 계장은 “게시판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총동아리연합회와 총학생회와 협의해 사과대 언덕처럼 자율적으로 게시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라며 게시판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공감하지 못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우리학교는 조경과 미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인데, 학교 전체의 미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홍보물의 문제는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질서있는 게시문화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론 이루어질 수 없는바 게시물 문제에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글 /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사진  / 충대신문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