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김경희(사학81) 동문을 만나다!

 

▲말하는 도중 자주 제스처를 취하는 김경희 동문

   1.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 가까이 대전에서 NGO 활동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법·제도 개정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중심에 정치가 있었고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는지에 따라 사회와 정책의 흐름이 바뀐다. 정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나가는지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2007년부터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어 여성 정치리더를 양성하고 구성원의 문제의식을 모아내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

   2. 최근 교육 공동체를 고민한다고 들었는데?
   NGO 활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이기적인 목적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서 구성원들과 함께 단체를 조직해 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년 넘게 NGO 활동을 하였지만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고 미래를 두고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더 이상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국가도 기업도 시장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니 행복하지 못한 요인으로 교육이 있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굉장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 나는 우리사회의 문제 중 상당 부분을 교육이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교육의 본래적 의미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구조에 편승하는 방법으로의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안타깝다.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의 교육은 무엇일까하는 원초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교육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사람과 교육을 소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각각 원하는 교육이 무엇일지를 고민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근 사회적 기업 흐름의 하나로 교육협동조합을 생각하고 있다.

   3.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사회운동은 거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 점이 많은 사회운동에 장애물이 되는 것 같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또한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것 같진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성운동은 여성운동이 가장 가열찼던 1970년대에 많이 있었다. 지금의 여성운동은 무엇을 투쟁하는 것보다 생활 속 성차별적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추구한다. 이미 여성운동을 통해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에는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겉으로는 차별적인 것을 느끼지 못 할 만큼 많은 부분이 개방돼 있지만 북유럽과 비교해보면 우리사회는 여전히 생활 속에 젖어든 습관화된 성차별적 문화들이 남아있다.   

   4. 아직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권익 증진을 외치려면 시쳇말로 기 센 여성이어야 할 것 같다. 본인은 어떠한가?
   전혀 기 센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 이런 활동을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여기서 기가 세다는 것은 결국 중심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중심이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며 자존감이 높다는 말처럼 기본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신뢰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기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자신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5. 본지 30기 기자출신이다. 학보사 기자란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학보사 기자는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대인관계에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읽고 쓰고 해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활동을 하다보면 늘상 보는 것이 문서인데 그럴 때 오탈자를 짚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다른 이의 눈엔 보이지 않는 것이 (내 눈엔) 보인다. 이건 교정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웃음). 전직을 못 속인다는 것이 그런 의미인 것 같다. 경험이 없지만 단체의 일을 제안 받았을 때 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학보사 활동을 하면서 이미 내재돼있던 훈련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6.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미혼모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는데 미혼모의 신분이 학생인지 아닌지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학생일 경우 사회 속에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학습지원도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입장을 진단해 필요한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한부모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 접근해 1997년부터 활동해 온 것이 이제 결실을 맺어 한부모 상담센터를 만들고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홀로서기 한 것을 바라볼 때 의미가 있다. 그리고 홀로 활동을 시작해 회원 수가 10명이 되고 더 늘어나 1000명의 회원 수를 넘고 이것이 또 분화되는 과정을 보면 특별히 어떤 부분이 의미가 있기 보다는 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성장해 그늘을 만드는 것과 같은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7. 사실 정치하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만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 속 정치에서 두 정당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에서 생활정치를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리 정치를 멀리 하려고 해도 결코 정치를 벗어날 순 없다. 사람이 정치적 동물인데 정치를 큰 틀에서만 생각하고 다른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정치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조정하는 것이 교육과정 속에 있다. 누구나 욕구가 있지만 자원은 한정돼 있다. 정치는 그것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인데 그것이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를 올바르게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이 부족한 것이다. 생활정치를 말하는 것은 스스로 질문을 던져 자기욕구를 정확히 알고 그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물, 먹거리, 교통, 교육 문제 등 여러 가지 것들이 긴밀하게 지역사회와 맞물려 있다. 자기생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서부터 정치의식의 출발이고 생활정치의 일환인 것이다.

   8. 새로운 정치, 성평등한 사회를 목표로 활동하면서 절망했던 순간이 있었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 법도 많이 개정하고 제도 역시 바뀌었는데 왜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 GDP가 올라가는 것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비례하지 않는데 왜 사람들은 점점 더 무관심해지는 걸까란 고민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무기력증 같은 것이 있다.

   9. 역량 있는 여성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직접 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출마할 마음은 없는가? 
   사실 주변에서 예전에 활동했던 선배들이나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대표활동을 했던 분들이 많이 국회에 들어갔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줄곧 들어갔는데 정치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집합적인 운동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진 대개 정당이 영향력 있는 개인을 픽업하는 방식으로 정계 입문이 이뤄졌는데 그럴 경우 뒤에서 지원해주는 힘없이 정당에 흡수된다. 현재 정당이 잘 작동된다면 괜찮겠지만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방식으로 단순히 흡수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당에 들어갔을 때 의정활동을 하면서 단체와 네트워크가 이뤄져야 단순히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추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역량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만드려고 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아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

   10.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 결과와 상관없이 실행하는 스타일이다. 2011년 서울에 있으면서 고민을 했었다. 부부가 무엇인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 20년 동안 교육 현장에 있던 남편과 같이 활동 할 수 있는 교육을 목표로 잡았다. 앞으로 할 일은 교육을 키워드로 주변사람과 만나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 어렸을 적 꿈으로 돌아가고 싶다.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10년이 지난 후 어린이 동화책을 쓰면서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물질적인 것에 치여 살고 싶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은 네트워크에 대한 부분은 유지하고 나를 둘러싼 물질적인 것은 버리는 것으로 10년을 보내고 싶다.

   11.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실을 무시할 순 없지만 내가 가진 것에서 눈 앞에 있는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을 그리면서 단순히 의사가 아닌 세상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의사 등 직업적 꿈이 아닌 꿈의 의미를 확장시켰으면 좋겠다. 꿈이라는 것을 자꾸 기록하고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행복에 대한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본인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알게 되면 행복지수를 높이는 쪽으로 살 수 있는 길이 많다. 대개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이것을 잘 견뎌내는 힘만 있으면 삶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여성의 감수성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리더’라는 말이다. 대화 내내 양 손에 주먹을 쥐어 동등한 위치에 들고 말하는 그녀의 제스처가 기자에게 계속 말을 거는 듯했다.      

                                    

글 /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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