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합격한 윤상준(기계공학·97) 동문을 만나다.

 

  ▲윤상준 동문 사진 제공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3대 고등고시(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가 있다. 이 중 사법고시는 공부 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스쿨제도로 대체돼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는 사법시험 최종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윤상준 동문.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고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윤상준 동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기계공학과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됐냐?

   처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변리사 시험을 준비했다. 변리사 공부를 하다가 잠깐 신림동에 갔었는데 공부하는게 비슷하다 보니 법학에 재미를 갖고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됐다.

   공부 방법에 있어 시행착오가 없었나?

   7년이란 기간 동안 혼자 준비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처음에 책을 한 번 읽으면 다 아는 것 같다. 하지만 5번쯤 읽으면 다시 모르는 것 같다. 한 두 번 읽고선 ‘다 아는 것 같다. 별거 아니네’란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이 건방졌던 거다. 그로 인해 공부시간도 짧아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 하지만 작년에 학원가서 공부하니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등고시를 준비하고자 하는 후배가 있다면 절대로 혼자 하지 말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본인의 집중도는 어느 정도라 생각하나?

   평균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장점은 슬럼프는 없다는 것이다. 집중력이 뛰어나진 않더라도 슬럼프 없이 주말 동안에도 계속 공부했다. 작년 기준으로 1년 365일 중 350일을 하루에 10시간씩 꾸준히 공부했던 것 같다. 별도로 체력관리는 하지 않았다. 체력관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올해는 붙을 것 같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위에 친구들은 취직도 했고 가정도 꾸렸을 나이다. 부럽지 않았나?

   부러웠다. 주위에 친구들이 보통 아기가 2명씩 있다. 아기들도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그런 것을 보면 굉장히 부럽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책임이 있으니까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본인의 계획은?

   사시에 합격했어도 끝난 것이 아니다.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사법연수원에서 성적이 좋아야 하니까 지금도 도서관에 공부하러 왔던 것이다. 일단 검사보다는 판사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이 우수해야 한다. 직접 임용은 법조일원화 때문에 바로 되진 않지만, 나중에 성적이 우수하면 가산점이 있다고 들었다. 사법연수원에서 성적이 좋으면 일단 법원 쪽 사무관으로 갔다가 경력이 쌓이면 판사로 지원해보려 한다.

   판사가 본인의 적성과 맞는다고 생각하나?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그래도 판사가 된다면 공부도 계속할 수 있고 여러 사람 말을 경청도 할 수 있고 사회적 지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검사는 스스로 감당을 하지 못 할 것 같다. 정치적인 외압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범죄자들을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직책을 능히 해내지 못할 것 같다.

   사법고시가 완전히 폐지되는 상황에서 고시를 준비할 때 초조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시작한 것이 2007년도였으니 2~3년이면 될 줄 알았다. 1년씩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 ‘이때까지 하자’라는 생각은 아니었다. 일단 시험에 응시할 때 합격할 것을 기대하고 시험을 보니 초조하지는 않았다. 사법시험 2차 시험 평균은 50점 정도로 항상 비슷하다. 그 성적만 맞추면 되니까 합격 인원은 신경 쓰진 않았다. 인원이 준다고 경쟁자의 실력이 이전에 비해 더 월등하게 뛰어나진 않고 비슷하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장을 이야기해본다면. 로스쿨 도입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법조일원화하려고 만든 것 같다. 법조 일원화가 뭐냐면 옛날 같은 경우엔 사법연수원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사람이 판사가 되고 그다음 검사되고 사법연수원에서 그 사람의 직업이 결정되었었다. 하지만 앞으론 검사하다가도 변호사 되고 변호사 하다가도 판사 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법조일원화다. 요새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몰라 말하기 쉽진 않은데 들리는 이야기론 따로 뽑는 저소득층 자녀 몇 명 빼고는 거의 영어 잘하고 학벌 좋고 나이 어린 서울권 애들이 많이 된다고 하더라. 또한 졸업하고 나와 평가할 만한 데이터가 없어 평가 기준이 불명확한 것 같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기회균등을 준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시험 합격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법시험이 기회균등의 측면에서 더 나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법조일원화-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허물고 필요한 인력을 상호간 선출하는 제도)

   앞으로의 생활이 더 바빠질 것 같은데. 현재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공부에 열중하다 보니 운동량이 적어져 몸이 망가졌다. 그래서 시험 발표가 난 뒤에 오전에는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오후에는 학교에 나와서 책을 보다가 저녁땐 친구들도 만난다. 이전에는 결혼식 같은 경조사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요새 결혼식도 꼬박 참석하고 있다. 지금은 시간이 여유로우니 사람 챙기는 것이 재밌어 졌다.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경청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 법조인들 중에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사람들이 많아 일반인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고 무시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 잘 들어주기만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법조인이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태도이며  그분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입은 닫고 귀는 여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더 듣고, 서류도 자세히 검토해보고, 또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도 품어보고, 나도 모르게 강자의 편에 서서 판결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경계하겠다. 완벽할 순 없지만 최대한 공평하고 따뜻한 법조인이 되고 싶다.

   고등고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한테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묻고, 합격수기 같은 것도 많이 읽으며 계획을 철저히 세워 공부하길 바란다. 어떤 시험공부를 하든지 그 시험에 대해 철저히 파악해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에겐 겁내지 말고 합격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또한 힘들더라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진 말고 어느 정도 느슨한 선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힘들 땐 가족도 가족이지만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게 굉장한 힘이 된다. 나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지막으로 윤상준 동문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꿈을 낮게 가지는 것 같다. 꿈에 다가가기 위해 목표를 높게 잡고 더욱 노력하면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으니, 지역거점국립대학교란 자부심을 가지고 더 높은 이상을 꿈꿔라”며 기자에게 이 이야기를 학우들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꿈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그가 존재한다. 지금의 진솔한 모습이라면, 그의 소망대로 사회의 약자에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사진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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