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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등심위에서 심의가 사라지다국립대 등심위에서 교육공공성을 외치다!
최윤한 기자 | 승인 2015.02.27 11:30|(1093호)

   
 
   한 해의 등록금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설전.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대학 측과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대표, 양자 간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큰 의견 차이만큼 회의는 여러차례 정회와 속회를 반복한다.

   이 같은 모습은 사립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의 이야기다. 등록금 액수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은 현재 국립대 등심위와는 거리가 멀다. 대학 측 혹은 학생 측의 양보 때문일까? 올해 우리학교 등심위 회의록을 보면 대학 측은 ‘물가 인상’과 ‘예산소요 증가에 비해 감소한 학생 수에 따른 전체 등록금 감소’ 등 등록금 인상요인을 언급하면서도 동결안을 제시하고 이에 학생대표 측은 재정이 어려운 상황인 것을 감안해 동결안을 수용한다. 학교재정 악화에 대한 양 측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등록금 총액 자체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이 같은 모습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학당국이 동결안을 제시한 것이다. 물가인상, 학생수 감소 등 학교 측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본다면 인상안을 주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가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기에 동결안은 실질적으로 인하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아직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은 전북대를 제외한 8개 지방거점 국립대의 등심위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대학 측이 등록금 인상을 주장한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주요인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특성화 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등 주요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에 등록금 인상·인하 여부를 반영시켰고, 인상 시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에서 배제시킨다. 우리학교 재무과 문병직 계장은 “국가장학금 2유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안 된다”며 “인상하게 될 경우 학생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등록금을 동결할 수 밖에 없는 꼼짝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학생대표 측이 인상을 주장하더라도 대학 측은 동결을 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국립대 재정악화에 대해선 학생대표 측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학교 유정길 총학생회장은 “동결로 가도 공용화장실의 화장지를 구입할 돈도 부족한 단과대가 있을 정도의 예산”이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립대 학생대표들이 재정압박에 따른 교육여건 악화를 우려해 학교 측의 동결안에 동의를 하고 있어 국립대학 등심위에서 등록금 액수에 관한 날 선 공방은 보기 힘들다.
   등심위에서 등록금 동결안이 통과되면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적인 예산은 줄어들게 된다. 통상적으로 감축되는 부분은 사업비인데 이는 인건비를 줄일 경우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2015년도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실험실습비는 작년(2014년) 대비 92.2% 수준이다. 사업비 역시 줄었는데 단과대의 경우 사업비가 전년 대비 14.7% 감소했다. 부속기관(도서관, 박물관, 기초교양교육원 등)의 사업비 역시 전년 대비 68.8% 수준이다. 재무과 김용구 팀장은 “많은 사업비가 삭감되고 운영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예산감축은 기성회비의 법적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대체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예산을 일반회계로 편성한 탓도 있지만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감축은 피할 수 없다.
   결국 등심위에서의 등록금 동결이 학생 관련 예산이 줄어들면서 학생을 향한 교육혜택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올해는 반값등록금이
실질적으로 완성되는 해라
대학들이 협조해 줄 것”


   정부는 대학들을 향해 등록금 동결·인하를 요구하면서 올해 “반값등록금 완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립대학들에게 반값등록금 정책을 위한 대열 합류를 종용하면서 빼놓은 것은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이다. 2012년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국립대학 수입 재원별 비율’에 따르면 국립대의 수입재원은 ▲국고보조금 44.9% ▲등록금 의존율 20.4%이지만 외부연구비 수주가 주요 거점국립대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반영해 산학협력단 회계를 제외하면 국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36%까지 치솟는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선진국과 비교해 등록금 의존율이 지나치게 높은 국립대의 재정구조를 겨냥해 “기형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OECD에서 발표한 ‘2014년 OECD 교육지표’에 의하면 한국정부의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부담 비율은 0.7%여서 OECD 평균(1.1%)과 거리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정부가 전체 고등교육비의 27%를 부담하는데 OECD 평균 69.2%에 비해 볼 때 큰 차이를 보인다.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반값등록금 정책달성을 위해 국립대에 자율성 없는 등심위를 구성했고, 등심위에서 결정된 동결안·인하안은 결국 교육 서비스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국립대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대학의 재정적 안정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정작 현실에서 국립대의 재정은 악화되고 있고 설립·운영의 목적이 대학에 대한 통제와 지배로 옮겨간 듯한 형국이다. 기성회비 폐지 등 국립대가 위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서 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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