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한 학우들의 일상을 전하다

 

 

 

▲기자가 학우와 만나 인터뷰를 나눈 2학생회관, 한누리회관 동아리방, 비젼약국, 닷옴 피트니스 장소

   가슴을 두근거리며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학기 중에 미뤄 왔던 일들을 하고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 겨울방학은 대학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긴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다가오는 새 학기의 생활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학우들은 방학 후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있을까? 3일간에 걸쳐 교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진솔함이 솔솔 묻어나고 학우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봤다.

 

 

 

 

① 현실을 보여주는 
     4학년의 이야기
   지난달 22일 월요일, 계절학기를 듣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비던 거리가 오후가 되자 제법 한산해졌다. 기자는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매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마실 생각으로 2학생회관 식당 문을 열었다. 식당 안은 한창 사람들이 북적이는 점심때와는 대조적으로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이제 막 오후 3시를 넘긴 무렵, 넓은 공간에 남학생이 홀로 앉아있었다. 왠지 모를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공부에 열중한 나머지 처음에는 인사를 건네는 기자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 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가 예상외로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철학과 08학번, 졸업을 앞둔 학생이었다. 2학생회관 취업지원센터 내에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그곳에서 공부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지만 그는 이곳이 썩 마음에 드는지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에게는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가면 숙연한 분위기가 너무 답답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해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 대비하여 행정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은데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이라 공무원 시험을 볼 생각을 하게 됐다”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비단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 현재 4학년인 그는 3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험도 없이 망망대해를 단신으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두 번의 시험을 치러 보았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험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부딪혀 보았고 그다음에는 1년 동안 공부한 뒤 시험을 보았다. 현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저번 시험에서는 영어 점수가 조금 부족하여 안타깝게 떨어졌다.
   그는 고학년이 되어서 취업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졸업을 하게 되면 내가 속해있던 충남대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다.’ 이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그는 ‘이제 졸업하면 무얼 하지’하고 많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노래 부르기나 듣기가 취미라는 그는 공부할 때조차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발라드나 R&B 등의 장르를 좋아한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주는 것으로 그와의 만남을 뒤로했다.

 

 

 

 

① 현실을 보여주는 
     4학년의 이야기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새로운 학우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로 만난 학우는 한누리 회관 컴퓨터 동아리 <F.A.T.P.>의 일원이었다. 어눌한 말투와 순수한 모습을 지닌 남학생이 기자의 시선을 끌었다. 기계공학과 11학번, 제대한 지 1년 남짓 된 2학년이다. 학교에서 한 시간 안팎 거리인 충남 계룡에서 온 그는 로봇 트랜스포머를 가지러 동아리에 들렀다.
   어떤 동아리인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곳”이라며 “사실 포토샵을 배우고 싶어 왔지만 교육자 등 학우들의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학기 중에도 휴식을 취하러 동아리방을 자주 찾는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배우면서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장난감을 수집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취미는 학과와도 관련되어있는 듯하다. 그의 전공은 금형설계 쪽이다. 금형은 장난감을 만들 때 이용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장난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때 레고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 레고 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그는 “일본 장난감에 대해 잘 알고 싶어 일본 장난감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며 확고한 꿈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년 10월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1월부터 일본어 학원을 다닐 예정이다. 2학기부터는 휴학을 하고 전문적인 준비를 할 생각이다. 그는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문화, 환경 등에도 관심이 있지만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에 관심이 있다. 기자에게 <러브라이브>와 <럭키스타>라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해주었다.
   ‘고난의 길을 거쳐서 진화를 하자, 앞으로 나아가자.’ 신년을 맞은 그의 각오가 각별하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아는 것도 없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트랜스포머 피규어를 쳐다보며 장난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의 모습에서 진지한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③ 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약사 꿈나무 이야기

   23일 둘째 날, 세 번째 이야기를 들려줄 학우를 찾아 나섰다. 2학생회관 2층 <비젼약국>에서 순백의 약사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지도자로 보이는 분에게 집중하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또 한 번 왕성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무리의 가운을 입은 학생들 가운데 한 여학생이 환한 잇몸을 드러내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갑작스런 방문으로 예상에도 없던 인터뷰를 하게 된 그는 “약을 구하러 온 손님인 줄 알았다. 기자라고 해서 놀랐다”며 딱딱한 분위기를 허물어주었다. 약학대학 12학번인 그는 5학년에서 6학년으로 올라가면서 1년 동안 실습을 한다. 오늘은 지역 약국에 실습을 나가기 전, 하루 동안 5명의 조원과 함께 학교에서 실무실습을 받고 있었다. 그는 “3년간의 표면적인 이론수업에서 벗어나 직접 환자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어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아직 약사로서 깊이 있는 복약지도를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아직까지 힘든 손님을 만난 경험이 없지만 오늘 실습한 것으로 봤을 때는 진로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사 국가고시를 치러야 한다. 그는 아직 약사 국가고시를 준비할 단계는 아니지만 기초실습 20주와 심화실습 15주를 마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국가고시를 준비할 생각이다. 많은 공부량이 조금 버거울 법도 하지만 그는 “어느 과든지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특별히 그것을 힘들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그냥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험난한 여정에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원대한 꿈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선호하는 전문직이고 장래성이 보장되고 공직이나 병원, 제약회사 등 특수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약학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약국은 복약지도를 하면서 손님을 만날 수 있어 괜찮은 것 같다. 병원은 다양한 전문 의약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약사 가운을 입었을 때를 회상하며 그는 “실습을 나가기 전 선서식을 했다. 각자 개인별로 사이즈에 맞게 교수님이 가운을 입혀주셨다. 짧지만 이런 의식을 통해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남은 실습을 무사히 잘 이겨내고 유능한 인재로 거듭날 것을 응원한다.
 

 

① 현실을 보여주는 
     4학년의 이야기

   24일 셋째 날,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로지르며 닷옴 피트니스로 향했다. 아침 일찍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 가운데 왠지 모르게  서툴러 보이는 학우가 눈에 띄었다. 어리숙해 보이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갔다. 경상대학 12학번인 그는 최근 들어 자기관리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는 살이 너무 찐 것 같아 살을 빼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하러 아침부터 피트니스에 나왔다. 그는 자신의 몸매를 100점 만점에 10점으로 낮게 평가했다. 의아해하며 이유를 묻자 그는 “키도 작고 가을, 겨울 동안 너무 많이 먹어 여름과 비교해 살이 많이 쪘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부지런한 것 같다고 하자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고 손사래 쳤다. 오랫동안 운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연히 드러나는 신체 변화는 없는 듯하다. 그는 헬스클럽을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운동기구가 여러 개 있어 피트니스 시설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는 살을 빼기 위해 주로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땀 흘리고 나서 기숙사에서 샤워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몸이 개운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충남대학교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이번 겨울방학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두 달 후 보다 멋지고 발전된 모습으로 교정을 거닐게 될 학우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글 /사진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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