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대전의 번화가를 찾아가다

   사람들에게 대전의 번화가를 물으면 대부분 둔산동을 꼽는다. 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학교 주변의 번화가를 묻는다면 아마 백이면 백 모두 궁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꼽는 대전의 번화가는 둔산동도, 궁동도 아니었다. 지금은 원도심이라 불리는 제과점 성심당이 위치한 은행동과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주변 일대가 바로 대전의 원조 번화가이자 핫 플레이스였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로 항상 붐비는 거리지만 확실히 옛날의 명성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에 기자가 옛 추억을 기억하며 낭만으로 가득한 대전의 원조 핫 플레이스인 원도심의 거리를 찾아가 봤다.

   구 충남도청,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
  

 
지하철을 타고 중구청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향하면 인도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큰 네거리에서 눈에 띄는 근대식 건물을 볼 수 있다. 그곳이 바로 구 충남도청이자 현재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 있는 곳이다. 1층의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은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대전 원도심의 근현대사와 관련 사진자료가 전시된 곳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충남도청으로 사용됐지만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여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만들고 충남도청 도지사들이 사용하던 집무실과 부속공간은 그대로 보존해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구 충남도청은 1932년 건립되어 대전의 대표적인 근대 건물이며 독특한 건물양식 덕분인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종종 쓰이고 있다. 전시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충남도지사가 쓰던 집무실이 있는데 이곳은 3개의 이어진 방과 중구청 네거리가 한 눈에 보이는 야외테라스로 이뤄져있다. 담당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집무실을 둘러보며 방 안 곳곳의 물건들의 의미와 도지사들의 여러 일화도 들을 수 있다.

   중촌동 벽화마을

 
   은행동 스카이로드 맞은 편 ABC매장 앞 정류장에서 511번 버스를 타고 중촌 주공2단지에서 내리면 알록달록한 벽화마을을 만날수 있다. 정류장 왼쪽 기찻길 맞은편에는 작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색색의 벽화들이 주택가 사이로 빼꼼히 보인다. 벽화마을은 ‘중촌동 거리미술관’이라 불리며 ‘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에 조성됐다. 거대한 수도꼭지에서 아슬아슬하게 물을 받는 소년,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날아다닐 것 같은 나비, 햇살을 받으며 곤히 잠자고 있는 강아지, 울고 있는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소년 등 진짜처럼 생생한 그림들이 마냥 삭막할 것 같은 마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대전아트시네마

 
   목척교를 지나 대전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1층의 작은 다방이 있는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 3층에는 영화관이라기 보단 마치 아담한 카페 같은 대전아트시네마 영화관이 있다. 대전아트시네마는 큰 상영관에서는 보지 못하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와 같은 비주류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7천원이고 상영시간표는 대전아트시네마의 페이스북이나 카페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공지된다. 하루에 약 4편 정도의 영화가 배정되고 한 편당 기본 2주간 상영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과 기계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 <Her>도 이곳에서 상영했다. 대형 영화관에서 몇 달씩 상영되는 대중영화도 좋지만 가끔은 고즈넉한 대전아트시네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원조 두부두루치기 진로집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의 눈에 띄려고 불쑥불쑥 나와 있는 간판들 사이로 소박하게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 있다. 1960년대에 문을 연 진로집이다. 대전 평생학습관 맞은 편 왼쪽 건물에 ‘진로집’이라 쓰인 노란 간판 옆 작은 골목을 지나서 들어가야하는 곳이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지도 모를 비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허름하지만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 내부에 들어설 수 있다. 진로집의 주 메뉴는 두부두루치기다. 빨간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린 고소하고 부드러운 두부를 국수사리와 함께 버무려 먹으면 아주 맛있다. 가지런한 모양새 없이 투박하게 뭉텅뭉텅 놓여진 두부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두부 두루치기와 함께 오징어 두루치기와 수육, 제육볶음도 맛볼 수 있다.

   인동 헌책방 골목

 
   중앙시장의 한복거리 입구에 가면 인동 헌책방 골목을 볼 수 있다. 수북하게 쌓인 헌 책들이 책방의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 때 이 골목은 삼십 여개의 헌책방이 운영됐지만 지금은 열 곳도 채 안 되는 책방들이 근근이 유지되고 있는 정도다. 책방에서 팔고 있는 책의 종류는 만화, 소설, 그림책부터 참고서, 문제집, 전문서적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문제집 5~6권의 가격이 다 합쳐도 2만원이 채 안되고 정가 9천 8백원의 소설책도 2천원밖에 하지 않는다. 새 책의 반듯하고 깨끗한 느낌은 없지만 손때 묻어 익숙하게 잡히는 책들을 정말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다. 또 어쩌면 꼬깃꼬깃하게 색이 바랜 책들 사이에서 뜻밖에 새 책에 버금가는 책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에만 이끌려 바쁘게 살다보면 눈에 안 띄는 오래된 것들이나 작은 것들을 지나친다. 대전의 원도심 곳곳은 과거의 번화가였지만 현재는 점점 잊혀지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늘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도심에서 눈을 돌려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거리마다 옛날의 향수가 가득한, 낭만과 추억이 담긴 원도심의 거리를 찾아 바래져가는 기억들을 더듬어보고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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