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지배하는 정령과 법칙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 까치
   올 해, 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은 대단했다. 영화 속의 이론을 설명하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불거졌다. 더 이상 못 쓰게 된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는 기존 영화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 험난한 항해의 배경을 우주로 설정해 승부수를 띄웠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남아있는 인류를,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별과 별 사이를 건너야만 한다. 관객은 웜홀과 블랙홀, 4차원과 5차원이라는 생소한 공간으로 주인공과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아니, 행성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간다고?’라는 의문을 품은 채 말이다.
   한편 <인터스텔라>가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중력의 법칙 등을 영화의 소스로 사용했다면 아예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일대기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영화도 있다.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시작’을 인식하기부터 자신의 포부를 담은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쓸 때까지 관객은 역시 상대성이론, 양자역학과 같은 생소한 이론을 좇아야 한다. 이쯤되면 우주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간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과 역사』는 우주의 팽창(빅뱅이론)과 우주의 수축, 시간의 시작과 끝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리학의 통일’, 즉 통일이론을 주장한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창조자의 창조자는 누구인지, 우주는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그는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다시 편찬해 ‘철학자들과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모두가 우리와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토론에 참여’했으면 하는 염원을 드러냈다. 이런 노력의 목표는 결국 ‘우리 주위의 사건들과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완전한 이해’이다.
   존재의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존재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세계란 거대한 거북의 등 위에 얹혀있는 평평한 판이라는 믿음부터 시작해 현대에는 비로소 우주의 존재와 그것을 구성하는 경이로운 법칙들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근본에는 ‘우주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주 속에서 우리의 지위는 무엇이며, 우주와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주는 왜 이런 모습으로 존재할까?’라는 물음이 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대중서로 널리 사랑받았다고 한다. 우주와 시간에 대해 더 간단하고 쉽게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다시 펴냈다. 전문적인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되 우주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이론들은 더욱 깊이있게 풀어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안타까운 점은 짧고 쉽게 썼다는 스티븐 호킹의 주장과는 달리 양자역학이나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고대 우주관으로 거슬러 올라가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놀라운 발견과 그들이 남기고 간 오류, 쌍둥이 이론부터 끈 이론까지 방대한 양을 간략하게 서술한다. 기원전부터 우주를 추측했던 자취를 훑으면서 그러한 자취의 근원인 우주에 대한 의문을 놓지 않고 있다. 우주의 경계의 유무와 신의 존재에 대해 여전히 엇갈리는 현대 이론에서 우리는 한 발짝 더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우주에서 존재의 법칙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이 책에 있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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