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이용과 투자, 거세지는 개방요구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학우들의 모습

   대학도서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인 ‘대학의 심장’, ‘대학의 질적 수준의 척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미 오래된 상징으로 전락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도서관이 마주한 현실은 무엇인지 대학도서관의 단상을 들여다봤다.

    줄어드는 발걸음
   ‘학문연구자료 제시’라는 본연의 역할처럼 학생들의 발걸음으로 가득차야 할 대학도서관이 점점 이용과 관심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발간한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을 보면 최근 재학생 1인당 대출도서수(전체 대출도서수를 전체 재학생수로 나눈 수치)가 ▲2011년 10.3권 ▲2012년 9.6권 ▲2013년 8.7권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총 대출도서수(▲2011년 약 2598만권 ▲2012년 약 2433만권 ▲2013년 약 2222만권) 역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 역시 이 같은 사회적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도서관 도서(일반도서 기준) 대출현황을 보면 2009년 40만 1964건에서 2013년 28만 3210건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도서대출수가 감소했다.
   이처럼 대학생이 대학도서관으로부터 발길을 돌리는 원인을 두고 손종업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교수신문에 <대학생들은 왜 책을 읽을 수 없는가>란 제목의 글을 통해 “교육시스템 안에서 책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책을 중시하지 않고 실용주의적인 사고가 깊숙이 배인 우리사회 교육시스템을 문제로 꼽았다.

    지원과 투자의 열악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의 교육통계연보를 통해 국내 전체 대학도서관의 예산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약 2432억 ▲2013년 약 2389억 ▲2014년 약 2328억으로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상 ‘도서관 열람실은 학생정원의 20%이상(좌석 당 학생 수 5명 이하)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을 갖춰야함’에도 ‘2013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 기준 국내 4년제 대학의 열람석 1석당 평균 재학생수는 5.5명인 것으로 확인돼 상당수 대학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우리 학교 도서관의 경우도 연 장서증가분이 2012년 4만 2814권에서 2014년 2만 6687권으로 줄었으며, 중앙도서관에 대한 예산이 전체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데 도서구입예산 역시 2008년 대비 48%(약 4억 2천만원) 감소했다. 우리 학교 허수열 도서관장은 “대학도서관은 학교예산에 의해서 움직이는 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증액 외에는 답이 없다”며 “예산증액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응봉(문헌정보·교수)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대학도서관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교육부 내 전담부서와 관련법이 없다”면서 이런 현실을 겨냥해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 아닌 대학의 맹장으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일갈했다.
   한편, 대학도서관 발전의 기반요건 마련을 위해 ▲교육부 내 전담부서 설치 ▲사서의 채용·교육, 시설, 자료 등의 기준제시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대학평가 내 각종 도서관 부문 지표 상향을 골자로 한 대학도서관 진흥법이 발의됐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올라가 있다.

    대학도서관 전면 개방 요구
   비록 관심과 지원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대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일 정도로 대학도서관은 심장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학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가 대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구성체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서 도서관의 전면개방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출한 것이다.
   이응봉 회장은 “전면개방 요구를 무조건 따라 갈 수는 없다”며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우선순위이고 그 다음이 지역사회”라고 말했다. 대학도서관은 ‘구성원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사회와 공유해야 할 공간’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우리 학교 양수동(기계공학·2) 학우는 “국립대가 지역사회의 소유물이기에 어느 정도 개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면개방을 할 경우 도서관 내 질서가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한 40대 남성 시민은 “지자체의 예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와 지역시민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올 곳이 대학도서관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재학생 전용 공간을 분리해 따로 마련하더라도 지역사회의 다양한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급격한 변화의 흐름 안에서 사회 내의 많은 부분이 변모하듯이 대학도서관을 둘러싼 환경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대학도서관은 심장인가? 맹장인가? 우리에게 대학도서관은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사진/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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