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야 비로소 다가오는 이야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맞지 않은 때가 있다. 어떤 이에겐 청각에 호소하는 메시지가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다. 인간은 시각 못지 않게 청각도 발달했으며, 또 다른 감성과 상상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루 온종일 우리의 시선은 좀처럼 스마트폰에서 떨어지지 않지만, 귀에는 언제나 이어폰을 꼽고 있다. 예상외로 인간의 감정은 시각보다 청각을 자극할 때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 흡입력을 갖춘 팟캐스트가 있다.

    이제는 팟캐스트다
  ‘책 이야기가 어찌나 재밌는지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책을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 지난 24일 기준 팟캐스트 순위 1위 <이동진의 빨간책방>는 회당 약 15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문학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우리나라에 아이폰과 함께 도입된 팟캐스트는 시사풍자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대중들에게 전파되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은 <나는 꼼수다>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정치적인 어젠다를 가져오면서 거기에 대중문화적인 요소를 덧붙인 것이 폭발력을 가져온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는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쉽게 말해 디지털 포맷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서 제공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팟캐스트는 아날로그 시대를 상징하는 라디오와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스마트폰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라디오 방송의 본질은 ON-AIR 즉, 날라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방송이 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야 된다. 그러나 요즘은 이것이 디지털과 만나면서 저장되기 시작해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는 형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정 평론가는 “팟캐스트는 라디오 방송이 인터넷과 접목해서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를 향해서 가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라디오 방송 형식을 거꾸로 차용한 것이다. 과거에는 명확하게 구분됐던 경계지점들이 이제는 많이 해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의 열풍 이후 정치 및 시사 관련 팟캐스트가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의 팟캐스트가 등장해 더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정 평론가는 “다양성으로 가는 것은 대중의 욕구다. 처음에는 집중도 있는 정치적인 이슈를 통해 주목을 받지만 차츰 지나가다 보면 일상화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현재 팟캐스트는 다양화되고 세분화되어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사실 팟캐스트는 선택적인 청취일 수밖에 없다. 모든 보편적인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선택한 사람들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집중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야기도 심도가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읽는’을 넘어 ‘듣는’ 책 이야기
   한편, 우리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AudioBook을 클릭해보면 <오디언>을 발견할 수 있다. 오디언은 듣는 책 오디오북을 원스톱(저작권섭외, 제작, 편집, 유통)으로 서비스하고 즐거운 독서, 편안한 독서로 새로운 독서문화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듣는 책을 가리키는 오디오북은 책을 읽어주는 라디오로 팟캐스트의 하나다. 오디오북 업체 한솔씨앤엠 한만재 대리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전과 오디오북 업체 및 콘텐츠 수의 증가로 최근 오디오북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언에 따르면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 사이의 학생과 직장인이 오디오북을 많이 듣는다.
   한 대리는 “오디오북의 최대 장점은 손과 눈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운전 등 출퇴근 시간에, 운동 및 청소를 할 때, 잠자기 전 혹은 눈이 불편할 경우 듣기만 하면 책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오디오북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쉬운 독서로 접근하여 책을 꾸준히 접하게 하는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성 콘텐츠라 한들 자꾸 듣다보면 자칫 지루하거나 답답해할 수 있지 않을까? 오디언은 책 내용에 적합한 전문 성우가 문장에 생기를 넣어 읽고 다양한 효과음을 넣어 지루함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책이 모두 오디오북으로 제작되지는 않는다. 한 대리는 “우선 오디오북으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을 선정한다. 여행 등 그림이 많아 책 내용을 성우가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 고전은 내용은 같지만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경우, 자기계발은 시의성이 있는 것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제작한다. 또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기에 선정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을 접해본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지 않지만 오디오북만의 매력에 빠져 다시 구매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에 기자 또한, 얼마 전 오디오북을 한번 들어봤다. 우리학교 도서관 오디오북 서비스를 이용해 BEST TOP 10에서 3위에 선정된 자기계발서 <하루 15분 정리의 힘>을 들었다. 총 115분 27초의 시간이 소요되는 분량으로 6회로 나눠 보게 된다. 마치 작가가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지루할 틈 없이 한 글자 한 글자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읽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은 사뭇 달랐다. 

    뮤지컬의 재탄생, 들리는 뮤지컬
   기존의 스테이지 뮤지컬에 대응하는 새로운 장르로써 국내 최초의 들리는 뮤지컬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뮤지컬 전문 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이다. 스튜디오 뮤지컬은 말 그대로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뮤지컬이다. 여기서의 스튜디오는 녹음실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녹음실에서 만들어서 완성까지 하는 뮤지컬이다. 스튜디오 뮤지컬은 라디오 드라마 형태로 뮤지컬을 서비스한다. 라디오 드라마와 비슷하지만 확연히 차이가 있다. 스튜디오 뮤지컬의 고은령 대표는 “라디오 드라마가 일회성이고 단지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다면, 스튜디오 뮤지컬은 공연성을 가진 작품을 오디오 플랫폼 위에 올린다. 작품의 색깔 자체가 무대를 연상시켜 ‘공연을 감상한다’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어떻게 들리는 뮤지컬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됐을까? 고 대표는 “창작자 입장에서 메이저 공모전은 바늘구멍이다. 아끼는 내 자식,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별로 없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뮤지컬 제작비용의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돈이 될 만한 걸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존 무대의 뮤지컬만큼 화려하지는 않으나 대학 뮤지컬 형태로써 창작자가 조금 더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라디오 드라마가 스마트한 매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마트 기기가 활성화되면서 이용률이 높아졌다. 팟캐스트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수요도 더 높아져서 접근성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스튜디오 뮤지컬은 한 달에 창작뮤지컬을 한 작품 선정하여 주를 나눠 방송하고 있다. 첫 주에는 라디오 드라마를 소개하고 그 다음 주에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리뷰토크로 전문가 패널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고 대표는 2014년도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와 방송의 질과 완성도가 높았던 뮤지컬 <카페인>을 추천했다.
‘눈을 감고 들어도 돼서 좋다’, ‘뮤지컬을 보고 놓쳤던 부분들을 보완해줘 몰입도가 높다’, ‘그래도 무대가 더 좋다’, ‘뮤지컬을 보고 싶은데 자주 못 볼 때 들을 수 있어 좋다’처럼 스튜디오 뮤지컬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다양하다. 고 대표는 “돈이 없어서 공연을 보러 못 가는 혹은 해외에 유학 가 있거나 지방에 있는 분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연히 팟캐스트를 검색하다 들었는데 이후로 뮤지컬이 좋아졌다고 할 때 가장 보람된다”고 덧붙였다.

    내일의 팟캐스트를 바라보다
   팟캐스트는 기존 미디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콘텐츠를 담아낸다. 이러한 의미에서 팟캐스트는 대안적인 미디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팟캐스트의 긍정적 효과는 뭐니 뭐니 해도 대중 참여다. 정덕현 평론가는 “팟캐스트는 사적이면서 공적인 것이 겹쳐져 있는 형태로써 우리나라에서 시도되었다.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의 영역이라든지 과거에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것들이 일반인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디어의 흐름은 동영상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팟캐스트가 동영상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 평론가는 “요즘은 방송을 찍을 때 대단한 기자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기자재의 차이가 방송의 질을 만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자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콘텐츠들이 얼마큼 우수하냐에 달렸다. 그런 것들이 팟캐스트의 진화에 덧붙여진다면 향후 방송 전체의 문화 쪽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