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빛 미소

 "국가보안법 철폐않는 문민정부 기만이다.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 송갑석 의장 면회신청을 즉각 수락하라."
 햇볕이 뜨겁게 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충청총련 3백여명의 학우들은 한총련 출범식에 가기 앞서 대전교도소에서 전대협 4기 송갑석의장면회 신청을 위한 집회를 가졌다.
 "집단적으로 면회신청을 오면 면회를 절대로 시켜줄 수 없다"라고 한 교도소 관계자는 3백여명의 학우들의 뜻을 무시 한 채 딱 잘라 말했다.
 이에 임헌용(충남대부총학생회장) 군은 "면회는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대표자만이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분노한 3백여명의 학우들은 곧 전경과 대치하게 되었으며 이어 격렬한 몸싸움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그 와중에 학우들과 전경이 다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왜 우리가 전경들과 싸워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면 이런 싸움은 없을텐데…" 자기를 93학번이라고 소개한 여학우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 앞에 한 전경은 고개를 숙인채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국보법·집시법 등으로 0.75평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싸늘한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양심수와 수배자들은 언제쯤 이 환한 햇빛을 보며 웃을 수 있을까라는 상념에 젖어있는 도중 갑자기 '와'하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면회 신청이 수락되었던 것이다. 햇빛에 그을려 구리빛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다.
 이어 송갑석 의장에게 전해줄 편지를 쓰기 위해 편지지가 나누어졌다.
 "의장님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끝까지 투쟁하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면회가 다 끝난 후 한총련으로 가는 학우들의 발걸음은 가볍게만 느껴졌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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