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룡지구대 궁동 야간순찰 동행취재

   어두운 밤 거리를 혼자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무섭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처럼 근래 몇 년 사이에 묻지마 범죄나 밤길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밤 거리’는 우리에게 조심해야 할 곳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대학로 궁동 밤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궁동 밤거리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도룡지구대 야간당직팀을 찾아갔다.

   밤낮없이 분주한 도룡지구대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도룡지구대는 궁동과 어은동을 비롯한 유성구 일부의 치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도룡지구대는 총 30명 4조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출동한다. 야간당직팀은 크게 ▲도룡 지구대에 상주하며 민원을 처리하는 팀 ▲2~3시간 간격으로 순찰차를 교대하며 담당구역을 순찰하는 팀으로 나뉘어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힘쓰고 있다. 도룡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권순경 경위는 “지구대는 범죄 제재역할의 일환인 범죄예방과 신고, 출동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며 지구대의 역할을 설명했다. 취재 당일에도 주차문제와 분실신고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지구대를 방문했다.
   흔히 112에 신고를 하면 지구대나 경찰서로 직접 연락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먼저 112지령센터에 접수가 되고 112지령센터는 관할 지역 순찰차에 무전으로 사건을 전달한다. 또한 네비게이션과 연동된 IDS(순찰차 신속 배치 시스템)를 이용하여 네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사건번호, 사건종별, 위치, 시간, 사건내용 등을 전달한다. 도룡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 경찰관은 “IDS 시스템이 생기기 전까지는 무전으로만 연락을 해 불편함이 있었는데 91년 이후 IDS 시스템 도입으로 업무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A 경찰관이 보여준 어은순찰차 IDS에는 취재 당일 하루 동안 약 1400여건의 신고가 기록되어 있었다.
   현재 도룡지구대에는 3대의 순찰차가 있으며 인력부족으로 이 중 2대가 운영되고 있다. 권순경 경위는 “주간에는 농대로에 위치한 어은치안센터에 1명이 항시 근무하고 있으며 야간에는 순찰차가 대기하고 있다”며 “순찰차는 2~3시간에 한 번씩 교대하는 방식으로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A 경찰관은 “사람들이 순찰차나 경찰 앞에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며 “순찰 중 경찰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노출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순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1.밤중에도 환히 불이 밝혀진 도룡지구대
2.유동인구수가 많은 만큼 가장 많은 신고가 들어오는 로데오 거리
 

   치안 상태 양호하나 음주 자제 필요해
   순찰을 나서기 전 권순경 경위는 “궁동 중 가장 신고가 많은 곳은 로데오거리”라며 “워낙 번잡하고 사람들도 길을 잘 비켜주지 않아 순찰에 어려움이 있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자주 진입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요일 밤 로데오 거리는 혼잡했다. 순찰차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길을 비켜주지 않아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시민들도 종종 보였다. 권경위는 “그나마 평일은 상황이 나은 편이고 축제나 시험이 끝난 뒤에는 사람도 사건도 배가 되어 비상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궁동 치안은 다른 곳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권 경위는 “궁동의 경우 특별한 우범지대는 없으며, 궁동에서 들어오는 신고는 대다수가 음주 관련 사건이며 강력범죄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룡지구대로 접수되는 사건은 음주로 인한 폭행사건이나 절도로 오인한 분실사건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술에 취한 우리학교 한 학우가 화장실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을 도난당했다고 착각해 신고한 적도 있었으며, 만취한 학생들이 술김에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권 경위는 “최근 사건은 아니지만 궁동에서 만취한 충남대 학생이 지하 주차장에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지나친 음주를 자제할 것을 부탁했다.
   위와 같이 음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하는 신고는 치안 서비스의 공백을 가져온다. 권 경위는 “허위신고나 사소한 신고로 인해 중대한 사건에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상대방과 싸움을 벌였다가 일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폭행사건은 해당하는 죄목에 따라 달라지지만, 크게 일반 상해와 단순 폭력으로 나뉜다. 크게 다친 곳이 없고 합의가 되는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상호간의 사과로 종결되지만 진단서를 끊어 상해가 인정되면 입건절차를 밟는다. 권 경위는 “집단싸움 즉, 5명 정도의 싸움은 합의가 되었어도 무조건 입건”이라며 “술 마시고 객기로 또는 의리로 싸움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상해를 입히거나 집단싸움의 경우는 입건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권 경위는 “학생들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해 사고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두컴컴한 원룸골목, 각별한 주의 필요

3.소방서와 성당이 위치한 원룸 골목은 어두운 곳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서와 성당이 위치한 원룸 골목을 함께 순찰하던 A 경찰관은 “원룸 주변 골목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다”며 “문단속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올해 여름에는 궁동에서 접수된 성범죄가 없었지만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성추행 사건이 종종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여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무단 침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A 경찰관은 “최근에도 모르는 남자가 여성 혼자 사는 자취방의 창문을 열려고 해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가 성범죄나 주거침입죄로 처벌받기는 어렵다. 신체 일부가 주거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문을 열어보는 행위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불안감 조성 등으로 경범죄가 성립될 수는 있으나 주거를 침입할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 경찰관은 “방범창은 범죄자가 못 들어오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꼭 설치해야 한다”며 “범죄자가 방범창을 부수는 시간 동안 시간을 벌 수 있고 침착하게 신고를 하면 몇 분 안에 경찰이 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데오 거리와 달리 학우들이 많이 살고 있는 원룸 주변 골목과 농대 쪽 후문은 어두운 지역이 많다. 실제로 쪽문에서 후문까지 이어지는 원룸 골목길은 밝은 로데오거리와 확연한 차이가 났다. 김민(회화·1) 학우는 “미대 특성상 야간작업을 하고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문 쪽은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워서 무섭다”고 말했다. 또한 문지운(정치외교·1) 학우는 “소방서와 성당 부근 원룸 골목은 다른 지역보다 가로등이 적어 밤에 더욱 무섭다”고 말했다.
   궁동 원룸지역 가로등 현황에 대해 유성구청 건설과 박영호 주무관은 “현재 궁동에는 210여개의 보안등이 설치되어 있다. 보안등 통상 간격기준이 40~50m지만 여학생 등 신체적 약자들을 위해 궁동지역에는 20~30m 간격을 두고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영호 주무관은 “가로등은 한 번 설치되면 고정적이기 때문에 추가 설치가 힘들지만 보안등은 민원이나 필요가 생기면 타당성 조사를 해 후미지거나 우범지대에 추가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룡지구대 권순경 경위는 취재 도중 “지구대를 제재기관으로만 인식해 경찰업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도움을 주려고 해도 만취한 분들이 폭행이나 폭언 등을 쏟아 부을 때는 힘이 든다”고 말했다. 궁동의 평화로움 이면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관들이 있었다. 치안 유지를 위해 힘쓰는 경찰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시민들 스스로도 궁동 치안 유지를 위해 주의해야 할 것이다.

글 / 사진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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