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의 생활을 파헤치다

 

   저 멀리 미지의 영역, 우주는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를 갈망하고 무한한 우주의 신비에 도전했다. 지난해 가을 상영된 SF영화 <그래비티>는 마치 실제 우주에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주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올가을 발표된 SF영화 <인터스텔라>는 그래비티가 보여준 성층권 주변의 우주를 넘어 웜홀을 지나 다른 은하계로 순간이동한 뒤 다시 블랙홀을 통해 5차원 세계에 도달한다.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두 영화가 남긴 잔상을 떠올리며, 들여다볼수록 경이롭고 늘 궁금하기만 했던 우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주에 다가선 인류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우주선을 타고 자유롭게 우주공간을 날아가는 꿈이 현실로 실현된다면 어떠하겠는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우주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로의 접근을 시작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가 발사되었고 1961년 4월 12일 구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보스토크1호를 타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 들어섰다. 당시는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로 미국과 소련은 우주 개발에서도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인도,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우주 개발에 참여했다.
   거대한 우주의 신비를 벗기는 일은 멈추지 않는 인류의 호기심을 풀어가는 일이었다. 지리적으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탐험은 언제나 있어 왔다. 마침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욕망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우리학교 천문우주과학과 이유 교수는 “인류의 유전자 속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험욕구가 있기 때문에 우주에 대한 탐험을 해나가는 것”이라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으로, 더 먼 우주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과학자들과 모험가들에 의해 인류의 활동 영역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것처럼 지구가 황폐화되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 인류가 이주를 해야 만하는 상황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시기 내에서는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주인은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하는가


   이유 교수는 “먼 미래에는 영화에서처럼 거대 우주선 안에서 우주인이 마치 지상에서처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면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회전시켜 원심력을 이용하여 인간이 중력처럼 느끼도록 하는 원리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우주에는 중력이 없어 조금만 움직여도 마구 회전해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주인은 우주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으로부터 350km 상공에서 지구 궤도상에 떠있는 우주기지로 우주인들이 생활하며 실험과 관측을 하는 공간이다. 우주선이 발사되어 우주 상공에 도달하는 것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우주정거장에 도킹하기까지는 보통 이틀, 빠르면 6시간이 걸린다. 실제 우주정거장의 크기는 축구장만하다. 이 교수는 “현재 우주인은 다시 지상으로 귀환해야 하므로 지구 시간에 맞춰 24시간 주기의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주정거장에서는 생체리듬을 유지하기 위하여 우주인들은 하루 8시간씩 자고 기상 후에는 일정대로 행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지상에서처럼 우주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식사를 한다. 심지어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에는 오븐도 구비되어 있다. 다만, 소금이나 후추 같은 가루들은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공중으로 흩어져 우주인들의 눈, 코, 입에 들어갈 수 있고 기계장치에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액체 형태로 준비해간다. 다른 음식물들 역시 식탁에 고정시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방지한다. 우주인들은 장기간의 임무를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특별 포장하여 보관한다. 또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거의 수분만 뺀 상태로 가져가 물만 넣어 먹거나 데워 먹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특별히 까다롭지는 않다. 살균소독 시험을 통과하면 집 근처 슈퍼에서 사거나 집에서 장만해간 음식도 진공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자유롭게 씻을 수 있었다면 우주에서도 자유롭게 씻는 것이 가능할까? 최 박사는 “물방울이 떠다니다가 기계에 들어가면 합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물은 조금 까다롭다”고 말했다. 샤워는 아주 밀봉된 곳에서 하고 샤워기를 통해 공중에 분산된 물방울을 진공 장치로 빨아들여 목욕한다. 하지만 대부분 수건에 물을 묻혀 닦는다. 양치는 가능한 빨리 해야 한다. 침이나 물을 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입을 헹구고 난 뒤 그대로 삼킨다. 양치질로 더러워진 칫솔모는 물을 입안에 머금어 입안에서 헹궈 씻어내야 한다. 이 물 또한 마찬가지로 삼켜야 한다. 쓰고 남은 물은 모아서 쓰레기로 버리고 지상에서 보급선이 새로 수송해온다. 최 박사는 “최근에는 물을 재순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소변도 다시 처리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은 아직 여유가 있으므로 지상에서 실어와도 큰 문제가 없다”며 “멀리 여행한다면 그땐 재순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에서는 물을 절약해야 하기 때문에 옷을 자주 갈아입을 수 없다. 우주정거장에는 세탁기가 없어 빨래는 봉투에 넣은 후 귀환하는 프로그레시브 화물선과 함께 대기권에서 연소시킨다.
   우주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 배설물이 둥둥 떠다닌다면 매우 곤란하고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중력이기 때문에 배설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변기 내부에서 펜을 돌려 강한 기압을 만든다. 빨아들여진 배설물은 탈수 후 건조시켜져 따로 저장된다. 이것으로 우주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도 한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고독하고 무서운 존재, 우주


   우주의 밤하늘은 그저 어둡기만 하다. 이유 교수는 “우주정거장에서 지상이 아닌 반대편의 하늘을 쳐다보거나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 행성 간 공간으로 나가게 되면 지상에서처럼 주위에 대기가 없어 태양빛이 산란이 되어 만들어지는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주는 고요하고 적막하다. 우주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주 공간은 거의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음파를 전달해 줄 매질이 없으므로 소리 전달이 불가능하다. 혹자는 이러한 점 때문에 우주가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우주에서 조난당할 경우를 생각하면 아름다워 보이는 우주의 광경도 순간 잔인하게 느껴진다. 다행히도 아직 우주에서 조난당해 죽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생각지 못한 곳에서 여러 난관들이 우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주선 로켓 발사 시 가속도가 엄청난 현재의 우주선은 심한 멀미를 일으키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상당히 고통스러워한다. 이 교수는 “귀의 전정기관은 중력으로 위아래를 판단하고 눈은 보이는 것으로 위아래를 판단하기 때문에 위아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는 몸이 혼동을 일으켜 멀미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우주인은 우주 밖으로 나갈 때 반드시 우주복을 착용해야 한다. 최기혁 박사는 “우주는 아주 극과 극으로 돼있어 햇빛을 보는 데는 엄청 밝아 뜨겁고 그늘진 데는 엄청 차갑다”고 말했다. 우주복은 우주의 급격한 온도 변화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한다.
   또한 우주복의 얼굴 부분에서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에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 압력이 매우 낮다. 대기압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몸이 우주 공간으로 노출되면 체액이 모두 증발하게 되는데 이때 우주복은 일정한 압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에 하나 우주 공간에서 이러한 우주복이 벗겨진다면 산소 부족과 체액 증발로 인해 즉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한층 더 가까워진 우주시대

   앞으로의 우주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갈까? 최기혁 박사는 “이제까지는 국가가 돈을 들여서 했는데 앞으로는 산업화가 많이 이뤄질 것 같다. 우주관광도 그중에 하나다. 우주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우주공장. 달에서 자원을 채취해 오는 일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눈 앞에서 펼쳐질 우주 시대에 대해 이 교수는 “국제우주정거장을 활용한 우주관광이 이미 러시아에 의해 시작된 상황이므로 우주관광시대는 시작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상업회사들은 우주선을 타고 100㎞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지구를 감상하면서 3분 30초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내려오는 관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주관광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우주여행은 아니다. 우주여행이라 하면 지구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것도 우주여행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최 박사는 “지상에서 100km부터를 우주라고 본다. 그러니까 100km만 찍고 와도 살짝 맛을 본 거니까 우주여행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은 이미 확보되어 문제가 없고 다만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비용을 어떻게 떨어뜨릴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물리학적, 천문학적 지식으로는 아직 먼 우주로의 여행을 가능케 할 웜홀의 실재성은 확인된 적이 없다. 현재의 제한적인 지식수준에서 예상하자면 가까운 장래에는 인류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의해 지구 주변 우주공간 여행이나 좀 더 나아가 달, 화성 정도로 유인 탐사와 탐험 수준의 우주여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요한 우주 공간 속 푸른 빛을 내는 지구의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우리도 아름다운 지구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걸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거대한 거리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순간, 우주는 우리 곁에 현실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