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를 비틀어 곱하기로

『크로스』, 정재승, 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바야흐로 융·복합형 인재의 시대이다. 여기저기서 융합, 복합을 외치고 있다. 20세기형 인재는 저리가고, 이제 21세기형 인재를 부르고 있다. 이제는 방대한 양의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혹은 참신한 아이디어, 아니면 기발한 아이디어만이 살아남는다. 스마트 폰은 혁명으로 인식되고 스티븐 잡스는 이제 고유명사가 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뇌 과학’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철학자, 경제학자, 과학자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뇌를 분석했다. 올해 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래비티’가 스크린을 접수했을 때 온갖 잡지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그래비티’를 둘러싼 철학자, 과학자, 영화평론가들의 분석을 실었다. 영화 한 편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이다. 우리는 이제 삼각형의 이쪽 모서리에서 저쪽 모서리를 통찰해야 한다. 문제는 이 세상은 삼각형이 아닌 사각형, 팔각형, 십육각형, 삼십이각형,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떠밀리듯 들어선 사회는 생각보다 많이 각지고 그 각도 또한 넓다.
   이쯤이면 우리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다양한 각도와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정재승과 미학자인 진중권의 ‘크로스 프로젝트’는 이렇게 출발했다. ‘무한 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라는 부제가 딸린 『크로스』는 그야말로 삼각형의 이쪽 모서리와 저쪽 모서리가 만나 저마다의 관점에서 현실을 분석한 것이다. 21세기를 상징하는 문화 키워드 21가지를 과학자와 미학자의 시선을 통해 분석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선정된 21가지의 키워드도 분야가 다양하다. 스타벅스 커피가 전 세계를 뒤덮은 이유라던가 성형을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되는 현상을 꼬집기도 하고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지워버린 제프리 쇼, 파울 클레를 향한 감탄하기도 한다. <20세기 소년들>을 두고 미학자는 일본 사회를 통찰한다면, 과학자는 인간에게 내재된 악의 성품을 발견한다. 같은 주제를 두고 과학자와 미학자가 느끼는 것은 이토록 다르기도 하고 놀랍도록 비슷하기도 하다.
   스티븐 잡스를 두고 정재승은 예술적인 과학자라고 소개하며 21세기형 창조적 사고를 강조했고 진중권은 애플 드라마 전체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였다면 분명 다른 관점에서 ‘스티븐 잡스’가 갖는 의미를 해석했을 것이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던 일상을 이렇게 포착하는 것도 흥미롭거니와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볼 계기를 준다. 헐리웃 스타가 마시는 생수를 사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구글 검색을 하는 것, 셀카를 찍고 개그콘서트와 9시 뉴스를 보는 것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이런 일상들이 갖는 의의를 관점을 갖고 바라본 적은 얼마없다.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동일한 사안을 놓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시각을 교차시켜, 거기서 확인되는 편차를 통해 사물을 더 깊이 이해하자’는 것이 목적임을 밝힌다. 단순히 지식에 지식을 쌓아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식과 지식을 교차시켜 그 가치를 곱절로 높이는 것이 세상의 속성을 간파하는 방법이다. 더하기를 조금만 비틀면 곱하기가 된다. 곱하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하고 보태고 쌓기만 하던 사고방식을 조금만 돌려보자. 생각을 ‘크로스’하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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