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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예술❻ 건축 <말하는 건축가>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예술, 건축
유정현 기자 | 승인 2014.11.18 10:28|(1090호)

   
 출처. 영화 <말하는 건축가> 중  말하는 정기용 건축가
   우리는 매일같이 집, 학교, 직장 등 수많은 공간을 접하며 그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같은 공간이라도 그 공간에 부여하는 개인의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더없이 안온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잠시 지친 몸을 뉘이거나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공간의 보편적인 의미를 꼽는다면 사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의미를 가장 중요시했던 사람이 있다. 사람을 위한 건축, 삶을 보살피는 공간을 만들고자했던 ‘정기용’이 바로 그 건축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는 정기용 건축가의 사람을 위한 건축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영화를 찍을 당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던 정 건축가의 쇠를 긁는 듯한 쉰 목소리와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앵글은 먼저 그의 대표작인 ‘무주공공프로젝트’를 담아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된 무주공공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 건축가는 무주의 안성면사무소 설계를 맡게 된다. 면사무소의 설계를 맡은 정 건축가는 독특하게도 가장 먼저 안성면의 주민들과 만나 묻는다. “안성면사무소를 지으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들어가면 좋을까요?”라는 물음에 대한 안성면 주민들 대다수의 대답은 ‘필요 없다’였다. 비싼 돈을 들여가며 면사무소를 지을 필요없다는 주민들에게 그는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짓는 게 좋을까요? 무엇이 필요하세요?”라는 물음에 주민들은 ‘목욕탕이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고단한 몸을 담굴 목욕탕이 없어 ‘목욕을 하려면 일 년에 몇 번 봉고차를 빌려 대전까지 나가야한다’는 주민들의 번거로움을 듣고 난 정 건축가는 무주면사무소 1층에 주민들을 위한 목욕탕을 만든다. 지역 공공기관 건물을 지으면서도 그 지역 주민들의 삶과 최대한 가깝게 건축한 것이다. 이런 그의 건축에 대해 한 건축가는 “건축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활용해야 되는지 온몸으로 보여줬다”고 말한다.
   정 건축가가 건축한 또 다른 공간인 춘천 자두나무집은 또한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곳이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은밀히 숨어 세상의 눈으로부터 비껴가고 싶었던 주인을 위해 그는 작은 집이 아님에도 길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자두나무집을 만든다. 그 공간을 다시 찾아간 정 건축가는 “여기는 시간이 머무는 집인 것 같아. 도시에는 시간이 다 도망 가버리는데 여기는 공간이 있고, 시간이 있고, 자연이 있어”라고 말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근사한 풍경에 감탄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다시 무주의 안성면사무소를 찾은 영화의 제작진이 목욕탕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혹시 이 목욕탕 만드신 분에 대해 얘기 들어보셨어요?”라고 묻자 “못 들어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안성면 주민들이 그 작은 목욕탕을 계속 이용하는 한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것’을 건축의 최우선으로 여기던 정 건축가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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