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궁금했던 실제 탐정의 세계로

 
   얼마 전 어린 사촌동생이 TV에 집중한 나머지 TV 코앞까지 나와 보고 있었다. 동생을 멀리 떨어뜨려 놓으러 가보니 어릴 적 기억 저편에 있던 <명탐정코난>이 방영 중이었다. 어릴 적 코난을 볼 때면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난은 살아있는 추리의 세계 그 자체였다.
   반가움도 잠시, 그때나 지금이나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째서 코난이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지. 도대체 아이큐가 얼마나 높길래 그토록 놀라운 추리를 하는지. 코난의 모습과 실제 탐정은 과연 얼마나 닮아 있을까? 지금부터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탐정의 문을 두드려보자.

진짜 탐정의 이야기

   “진실은 언제나 하나.” 어릴 적 즐겨보던 <명탐정 코난>은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추리 탐정 만화이다. 코난은 명석한 두뇌, 해박한 지식 그리고 철저한 현장 관찰로 사건을 분석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뛰어난 탐정이다. 우리는 이처럼 어떤 사건에서든 종횡무진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탐정에 익숙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탐정은 과연 현실에서도 존재할까?
   이 순간 문득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민간조사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정부의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에 포함된 민간조사원은 탐정이랑 어떤 관련이 있을까? 민간조사원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민·형사상 사건, 사고에 대하여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료수집, 사실 확인 등 민간조사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민간조사원과 탐정은 동일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법과학연구소 김진규 소장은 의뢰받은 사건이나 사고의 조사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일반인들은 탐정의 활약만을 보기 때문에 탐정이 쉽고 빠르게 사건을 해결한다고 생각할 텐데 실제로는 많은 경험과 공부 그리고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일”이라며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현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건을 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사건에 대한 기초지식과 몸으로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 소장은 “사전적인 지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수사 도중 탐정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신변의 위협을 받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조사원의 활동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며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사건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증거수집이나 목격자 확보 등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편이 증거를 조작하고 거짓말을 해서 1심 재판에서 졌다면 너무 억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어 탐정을 찾아갔을 때 상대편에서 그 사실을 알고 방해할 때가 있다. 김 소장은 “임무를 수행하다보면 상대편이나 조사업무를 함으로써 피해를 보는 제3자에게 방해를 받거나 압력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처해있는 입장에서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고 사건을 매듭짓는지는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
   한편, 탐정을 생각하면 보통 심부름센터 또는 흥신소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김 소장은 “불법적인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는 법률적인 지식이나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돈벌이를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조사업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간조사원의 행위 또한 불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김 소장은 “민간조사원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간조사업법이 제정되어 불법적인 심부름센터나 흥신소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민간조사원의 활동범위나 정보수집의 범위를 합법적으로 정해 전문인으로서의 교육을 강화하여 올바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정이 들려주는 사건의 해결과정

   겉으로 보기에 탐정의 수사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과연 실제 탐정은 어떻게 사건에 접근해 갈까? 김 소장은 “각 사건마다 다르지만 의뢰인으로부터 기초적인 정보나 사건관계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 현장이나 인적자료에 관한 부분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탐정은 사건의 특성에 따라 경험적인 면을 토대로 하여 과학적인 방식으로 사건에 접근한다.
   예를 들어 형사사건의 경우 혈흔, 지문, 유전자(DNA)를 확보할 수 있는 타액, 담배꽁초 등을 수집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다른 감식 기관에 의뢰를 한다. 그런 후 수집한 증거가 현장에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용의자 혹은 사건 관계인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과학적인 입증을 거치게 된다. 김 소장은 “한 번 탐정이 움직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학적인 입증은 사건, 사고마다 증거나 채집방법, 사건현장 등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①1억 원의 보험금 노린 보험사기사건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장기간이 소요되고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회사에서는 탐정에게 의뢰를 요청한다. 이때는 자료화면이 증거가 된다. 예를 들어 허리를 다쳐 1급 장애 판정을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1억 원의 보험금을 받은 A가 있다. 보험회사는 아무래도 A가 의심쩍어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탐정은 추적에 들어가고 A가 반복적으로 수영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자료를 확보했다. 김 소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자료 수집은 하루에 끝나는 게 아니라 몇 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A가 그만큼 조심하고 밖에선 더더욱 조심하기 때문이다.

   ②심적 장애가진 어린아이 실종사건
   또한, 탐정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추리력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건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해결된다. 그 과정에서 발휘되는 탐정의 천재적인 추리력과 정교한 논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김 소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추리는 문제 해결과정에서 추론이나 이유 같은 과정 설명을 말하는데 이는 실제 조사업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리는 과학적이어야 하며 많은 경험적인 사실을 토대로 한다”고 말했다.
   어린아이의 실종 사건을 생각해보자. 사건에 해당하는 어린이는 심적 장애를 갖고 있다. 심적 장애를 가진 아이는 보통의 아이와 다른 도보행동을 한다는 것이 영국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색의 범위와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김 소장은 “이런 경우 단서를 과학적 사례와 축적된 경험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에 추리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③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교통사고
   한편, 탐정의 과학수사를 볼 수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교통사고가 있다. 피해자가 억울하게 가해자로 구속돼 그 가족이 의뢰한 사건이다. 결국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장 자료 수집과 도로교통공학의 과학적 실험 및 시뮬레이션을 한 끝에 항소심에서 진실을 밝히게 됐다.
   교통사고에서 누군가 중앙선을 침범했다고 할 경우 중앙선을 침범해 박은 차(이하 B)와 받힌 차(이하 C)가 있다. 김 소장은 “이때 도로에 나타나있는 타이어의 흔적, 스키드마크를 가지고 속도를 추정하는 방법이 있고 차끼리 부딪히는 면을 일치시켜 B차량과 C차량이 부딪힌 정도에 따라서 각도나 속도를 예측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의 경우 현장에서 도로에 스키드마크가 어떻게 나있는지 사진을 찍고 중앙선 또는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얼마큼 떨어졌는지, 파편은 어디에서 어디로 떨어졌는지 등의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 현장에 있는 증거가 훼손될 것을 염려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폴리스 라인을 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B차량과 C차량의 주행속도를 컴퓨터에 대입했을 때 차량이 파손되는 정도나 안에 탄 동승자가 안전벨트를 안 맸을 때 어느 정도의 충격이 가해지는지 등을 알아보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김 소장은 “이때 현장에 나타난 걸 토대로 추리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 값을 넣어서 시뮬레이션 실험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과학적이고 타당한 실험방법을 통한 연구사례일 때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것이다.
   아직도 몇몇 독자들은 내심 수수께끼에 빠진 희대의 사건이 탐정의 추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처럼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탐정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탐정의 실체를 안 지금, 이제부턴 탐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미래의 탐정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는 알 수 없으나 머지않아 한국형 셜록홈즈가 탄생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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